백기_오래된 골목의 약속(旧巷之约)데이트

【白起 · 禁域 / 旧巷之约】

[백기 · 금지구역 / 오래된 골목의 약속]

_시즌3 회사 프로젝트 데이트 번역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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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프로젝트번역 ▶ https://milkyway-b7.tistory.com/73

 

1.

가게 주인 : 내가 서하 골목에서 장사한 지가 벌써 20년이에요.

그런데 개발업자라는 인간들은 이사하라면서 시간을 고작 보름 밖에 안 주는데, 그럼 나는 어디 가서 가게를 다시 구하란 말인가요?

가게가 없으면 뭘 먹고살라고요?

 

서하 골목의 디저트(糖水) 가게에서, 주인이 주먹을 꽉 쥔 채 탁자 위를 힘껏 내리쳤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가슴 앞의 녹음 장비는 말없이 작은 불빛을 깜빡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병원 복도에는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고, 나는 응급실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 복도 끝으로 향했다.

얼마 전, 연모시의 오래된 판자촌 구역인 서하 골목의 철거가 시작되었다.

 

이 지역은 과거 Evol 범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나의 회사는 특파팀과 협력하여 철거 과정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하 골목 Evolver 폭력 사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후, 특파팀이 협력을 중단시켰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자료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팀원들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전화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긴 의자에는 팀원들의 줄지어 앉아 있었고, 이마엔 피가 비친 거즈가 붙어 있었으며 온몸이 먼지투성이였다.

큰 상처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MC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촬영 감독 : 저희는 그냥 평소처럼 촬영을 마치고 철수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사람들이 나타나 골목에 가뒀어요.

그들은 Evol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공격했고, 저희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어요. 그 바람에 장비도 여러 대 망가졌어요.

 

MC : 누군지는 봤어요?

 

촬영 감독 : 잘 모르겠어요,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다만, 저를 때린 사람이 굵은 체인 목걸이를 하고, 팔뚝에 호랑이 문신을 한 건 기억나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촬영 감독 : 하지만 왠지, 저희가 꼬치구이 가게에서 마주쳤던 그 불량배 무리들과 옷차림이 좀 비슷했던 것 같아요.

다들 그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살짝 깜짝 놀랐다.

처음 서하 골목에 도착해 취재를 할 때, 꼬치구이 가게에서 만났던 불량배 같은 청년들 무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그들에게 둘러싸여 불량배 두목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사람이...... 바로 백기였다.

 

그 무리의 이미지가 충동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백기는 절대 사람을 함부로 해치게 두지 않는다.

 

MC : 경찰에 신고는 했죠? 일단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요.

그리고 여러분은 일단 돌아가서 며칠 푹 쉬세요, 치료도 잘 받고요.

 

촬영 감독 : 하지만 몇몇 분들이 내일 인터뷰를 어렵게 수락해 주셨는데......

 

MC : 괜찮아요, 제가 처리할게요. 그리고 용의자들도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솟아오르는 생각들을 억누르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화제를 돌렸다.

 

MC : ...... 아까 이사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 계속 여기에 남아 계시면 위험하다고 느껴지진 않으세요?

 

가게 주인 : 뭘 걱정해요? 내가 여기서 장사한 지가 몇 년인데, 아무 문제도 없었어요!

그 Evolver 폭력 사건 같은 건, 다 양심 없는 언론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쓰려고 지어낸 거짓말이라고요.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전부 이사 가버리는 바람에, 내 장사만 힘들어졌지 뭡니까.

 

MC : 그렇군요......

 

그럼 우리 촬영팀을 습격한 Evolver는 대체 누구일까?

마음속에 의문을 품은 채,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나는 창가에 앉아 디저트 한 그릇을 먹으며, 곳곳에 "철거"라는 글자가 가득 쓰인 거리를 바라보았다.

폭력 사건을 벌인 Evolver 무리가 이 갈등의 초점이 된 것 같다. 그들의 정체를 파악해야만 서하 골목의 진실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게 몇 곳을 더 탐문해 보거나, 아니면...... 백기에게 직접 물어볼까? 하지만 지금의 그가 내 질문에 대답해 줄까?

 

생각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멋대로 흘러가던 중,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기: 사장님, 전병(醬香餅) 하나 주세요.

아주 맵게요.

 

나는 벌떡 고개를 들었고, 사람들 사이로 스치는 시선 너머, 바로 옆 전병 노점 앞에 서 있는 백기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평범한 데님 재킷을 입고, 목과 팔에는 굵은 체인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의 앞머리는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장님이 내민 종이봉투를 들고, 백기는 묵직한 걸음으로 골목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가방을 움켜쥐고, 빠른 걸음으로 그의 뒤를 쫓았다.

 

 

 


 

 

 

2.

나는 십여 미터 거리를 두고, 백기를 따라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그날 꼬치구이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로, 나는 그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는 위장 임무를 수행 중인 걸까?

분명 폭력 사건 촬영에 함께 협조하기로 해 놓고, 그는 왜 갑자기 협력을 중단했을까?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갑자기 그가 옆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고, 나는 고민할 틈도 없이 즉시 따라갔다.

하지만 두 번의 모퉁이를 돌자, 눈앞에는 얼룩진 벽돌 벽만이 보였다.

 

MC : ...... 어디 갔지?

 

?? : 아무도 없어.

 

바닥을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서늘한 감촉이 내 목덜미에 살짝 닿았다.

압도적인 위협감과 위험한 기운이 등 뒤에서 스며들었고, 조심스레 몸을 돌리자 그는 그제야 나른하게 손끝을 거뒀다.

 

백기 : 따라오지 마.

 

목덜미에는 아직 그의 손끝 온기가 남아있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MC : 어젯밤, 저희 팀원들이 골목 입구에서 Evolver 무리에게 습격을 당했어요.

 

그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입가에는 거칠고 오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운동화를 압박하듯 내 쪽으로 밟으며 다가왔다.

 

백기 : 그래서, 내 부하들이 한 짓이라고 의심하는 거야?

 

MC : 당연히 아니죠.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고, 그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MC : 그 사람들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두목(老大)이 백기라는 건 알아요.

그리고 선배는 사람을 그렇게 다치게 내버려두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의 눈 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지만, 그 미세한 흔들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백기 : 그래서 뭘 알고 싶은데?

 

MC : 선배는 여기 사정에 밝잖아요.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요? 왜 우리를 공격한 걸까요?

 

백기 : 그건 경찰들이 할 일이야.

아니면, 너도 특파팀으로 이직하고 싶은 거야?

 

백기는 벽에 팔꿈치를 가볍게 기대며, 몸을 살짝 숙였다.

커다란 그림자 한 조각이 그의 도발적인 시선을 따라 내 전신을 억눌렀고,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이런 백기의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충동이 솟아올라 이런 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MC : 선배가 여기 있는 이유와 관련 있는 일이에요?

 

백기 :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야.

 

그는 차갑게 잘라 말하며, 마치 나를 겁줘서 물러나게 하려는 듯했다.

 

백기 : 서하 골목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면 좋을 게 없어.

그리고 그렇게 함부로 돌아다니다간, 다음에 만나는 건 내가 아니게 될 거야.

 

그의 호박빛 눈동자가 그림자 속에서 어둡게 가라앉았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백기가 돌아서려 하자,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붙잡았다.

 

MC : 잠깐만요, 그러면 선배는......!

 

말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순간 움직임이 커지면서 가방끈에 걸려있던 녹음 장비가 순식간에 공중으로 튕겨 날아갔다.

나는 급히 손을 뻗어 잡으려 했지만——

 

"쾅"——

 

MC : ......!!

 

손끝을 스치고 지나간 장비는 돌바닥에 세게 떨어졌고, 몇 번이나 굴러가며 검은 부품 조각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MC : ......

 

백기 : ......

 

나는 쪼그려 앉아 플라스틱 케이스를 주워들었고, 뒷면의 깨진 틈에 손가락이 찔려 욱신거렸다.

 

MC : 선배, 이거 망가졌어요.

 

백기 : 내가 안 부쉈어.

 

그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나는 삐진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MC : 네...... 제가 떨어뜨린 거죠.

그럼 가보세요.

 

백기 : ......

여기서 언제까지 그렇게 쭈그리고 있을 건데?

 

MC : 방금 꽤 세게 떨어졌잖아요. "애도" 좀 하려고요.

 

백기 : ......

 

다음 순간, 손목에 부드럽지만 강한 힘이 전해졌고, 나는 억지로 확 끌어당겨져 일어났다.

 

시야에 들어온 백기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고, 입은 차갑고 굳어 있었다.

그는 어딘가 토라져 보이는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또 고집스러워 보였다.

 

그는 허리를 굽혀 마지막 남은 부품 두 조각을 주워 들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려 턱으로 골목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백기 : 따라와.

 

 

 


 

 

 

3.

낡은 작은 건물 앞.

철제 셔터가 반쯤 내려와 있었고, 그 사이로 철사 더미와 렌치, 그리고 각종 부품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몸을 숙여 셔터 아래로 들어가자, 한약 냄새와 녹슨 쇠 냄새가 섞인 공기가 훅 밀려와 재채기가 나왔다.

코를 문지르며 둘러보니, 축축한 기운이 도는 방 안은 벽지가 거의 벗겨져 있었고, 선반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부품들이 제멋대로 놓여 있었다.

 

그때, 안쪽 방의 문발이 젖혀지며 주황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나왔고, 그의 얼굴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멍과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 미치자, 눈이 순식간에 동그래지더니, 나의 코앞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청년 : 당신, 그 제작자 맞지? 당신들이 맨날 인터넷에 함부로 지껄이는 바람에!

 

갑작스러운 비난에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그 순간 백기가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백기 : 시끄럽게 굴지 마.

그녀가 올린 글을 제대로 봤어?

 

청년 : 형님, 언론인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요. 속지 말라니까요.

 

백기 : 난 멍청이가 아냐.

공구 상자나 줘. 그리고 가서 정(程) 할아버지 약 좀 가져오고.

 

청년 : 하지만......

 

단 한순간, 그의 말끝은 백기의 위험한 눈빛에 바로 잘렸다.

 

주황색 머리의 청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구석의 철 캐비닛에서 공구 상자를 꺼내 들고 왔고,

"쿵" 하고 카운터 위에 세게 내려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백기는 공구 상자를 뒤적여 드라이버를 꺼내더니, 카운터 옆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백기 : 물건 줘.

 

나는 녹음 장비를 건네며, 그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나사를 풀고 부품을 골라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MC : 어? 이거 고칠 줄 알아요?

 

백기 : 그냥 한번 해보는 거야.

 

나는 턱을 괴고 그가 나사를 조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시선은 작은 부품에 머물러 있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마치 시끄러운 세상이 그의 손끝에서 잠시 멈춘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는 이 평온함을 깨고 싶지 않아 그저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백기 : 나쁜 놈은 아니니까, 저 녀석이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백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MC : 전에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백기 : 외지에서 온 Evolver들이 시비를 걸었어.

녀석도 크게 다쳤고, 할아버지도 뼈가 부러져 누워 계셔.

그때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

 

MC : 저는, 전혀 들은 적이 없는데......

 

백기 : 뉴스에서는 "Evolver 폭력 사건"이라고 나갔으니까.

 

MC :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말도 안 돼요. 그 언론들은 직업윤리가 없어요!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고, 나는 조심스럽게 백기를 쳐다보았다.

 

MC : 혹시, 그 시비를 걸던 사람들 중에, 목걸이를 하고 호랑이 문을 한 사람이 있었나요?

 

백기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흘끗 보며,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올렸다.

 

백기 : 말 끌어내려고 하지 마.

 

MC : ...... 그냥 대화하는 거예요!

혹시 저희 팀을 습격한 사람들과 같은 패거리일 수도 있잖아요.

 

백기 : 같은 패거리면 어떡할 건데.

 

MC : 영상을 찍어서, 모든 사람들이 알게 하는 거예요.

서하 골목은 위험하지 않다고, 여기 디저트는 정말 맛있고 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거예요.......

조금 예의 없긴 하지만, 주황 머리 청년과 그들의 사나운 형님도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요~

 

백기 : 네 장비 아직 내 손에 있어.

 

MC : 어차피 원래도 고장 났었는걸요~

 

백기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고, 눈빛도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장비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쳤다.

 

백기 : 서하 골목은 곧 철거될 거야. 사람들도 떠날 거고.

 

MC : 하지만 진실은 떠나는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여기에 있는 거고, 선배 역시 여기에 있는 거죠.

 

나는 가방끈을 꽉 움켜쥐고, 확고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 모든 일의 궁극적인 원인이 "사랑"의 부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언젠가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누군가 진실을 알고 싶어 하거나, 그들이 사랑하고 살아갔던 장소를 보고 싶어 한다면......

 

MC : 저는...... 미래에 누군가가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할 때, 적어도 흔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요.

 

백기는 눈을 내리깔고, 무의식적으로 장비의 외곽을 쓸어내렸다.

깊은 생각에 잠긴 그를 보며, 나는 더욱 진지하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MC : 백 경관님, 우리 협력해요.

 

백기 : ...... 협력은 할 수 있어. 하지만 외부인이 개입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건들이 많아.

다만, 내가 반드시 협력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외부인"이라는 말이 가느다란 바늘처럼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 숨겼고,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지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MC : 좋아요. 이유가 필요하면, 제가 만들어줄게요.

 

 

 


 

 

 

 

4.

오후의 햇살이 블라인드를 통해 쏟아져 내렸고,

나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화면 속 데이터 그래프와 개발업자의 로고를 보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답을 얻었다.

 

그날 수리된 녹음 장비를 들고나온 뒤, 나는 서하 골목의 자료를 모두 꺼내 살펴보았고,

며칠 동안 정리한 끝에, 어지러운 정보들 속에서 드디어 몇 가지 실마리를 찾아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이미 익숙해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MC : 철거 계획이 발표된 후, 서하 골목 Evolver 폭력 관련 뉴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실시간 검색어로 몇 번 오르고 난 뒤엔, 원래 이사를 원하지 않던 사람들도 마음을 바꿨고, 동의서 서명률도 5배로 뛰었어요.

선배가 말한 다청(大程)과 그의 할아버지 사건까지 생각해 보면.......

누군가 배후에서 고의로 문제를 일으키고, 여론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이사 가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거예요, 맞죠?

 

백기 : 나한테 묻지 말고, 네 결론만 말해.

 

그가 부인하지 않는 걸 보자, 나는 확신이 들었다.

 

MC : 하지만 선배가 아직 거길 지키고 있다는 건, Evolver 들과 배후 세력을 연결할 결정적 증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백기 : ......

 

MC : 어차피 요즘 그쪽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조용하잖아요.

선배, 혹시 직장을 바꿔서 저희 회사 영상 보안팀으로 출근하지 않을래요?

 

 

마침 금요일 퇴근 시간,

《서하 골목 폭력 사건의 반전,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각종 웹사이트에서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게시물 말미에는 "더욱 충격적인 증거, 월요일 공개"라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저녁노을이 골목으로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고, 나는 포장해온 디저트 한 그릇을 들고 철물점 쪽으로 걸어갔다.

 

막 모퉁이를 돌자마자, 타이어가 바닥을 긁으며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담벼락 위의 참새들이 놀라 날아갔다.

차 문이 열리더니, 꽃무늬 셔츠를 입은 건장한 남자 일곱, 여덟 명이 우르르 내려와 내 앞을 막아섰다.

 

앞장선 대머리 남자는 껌을 씹으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굵은 은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팔뚝에는 커다란 호랑이 문신이 가로질러 새겨져 있었다.

 

불량배 : 네가 MC지? 우리랑 할 "좋은 얘기"가 있는데, 잠깐 같이 좀 가셔야겠어.

 

그의 손이 내 팔을 잡으려던 그 순간, 그의 손끝이 내 옷에 닿기도 전에, 뼈마디가 뚜렷한 손이 그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

백기가 내 뒤에서 번개처럼 나타났고, 목소리는 얼음조각처럼 차가웠다.

 

백기 : 손대지 마.

 

불량배는 얼굴의 핏줄이 불거지도록 몸부림쳤지만, 백기의 손은 미동도 없었다.

 

불량배 : 이놈 잡아! **, 끌어내서 죽여!

 

차에서 뛰어내린 나머지 불량배들은 칼과 쇠 파이프를 들고, 험악한 얼굴로 우리를 포위했다.

백기는 앞에 선 남자를 한 발로 벽에 걷어차고, 발끝으로 바닥에 있던 녹슨 쇠 파이프를 튕겨 올렸다.

 

"챙——" 쇠 파이프와 칼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고, 날카로운 금속음이 귀를 때렸다.

 

두 명의 불량배가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옆으로 돌아 나에게 돌진했지만, 두 걸음도 못 가 보이지 않는 바람 장벽에 가로막혔다.

 

백기 :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뒤로 숨어.

 

그의 서늘한 말투에 나는 어깨를 움찔하며,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벽 뒤로 몸을 숨겼다.

 

귓가에는 끊이지 않는 비명 소리와 쇠 파이프가 뼈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끊임없이 몰아치는 강풍 소리가 가득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람이 멎었다.

 

나는 고개를 내밀고, 조심스럽게 "전장"을 훔쳐보았다.

낡은 두 건물 사이에는, 비뚤어진 전봇대에 엉킨 실타래 같은 전선들이 감겨 있었고, 땅바닥에는 곡소리를 내는 불량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백기는 지프차의 보닛 위에 뛰어올라앉았고, 그의 얼굴에는 몇 방울의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석양빛이 골목 위를 가로질러 그의 옆얼굴을 붉게 물들였고, 그 호박색 눈동자를 더욱 타오르게 했다.

백기는 입가의 상처 무심하게 닦으며, 손에 든 쇠 파이프로 불량배의 턱을 밀어 올리며,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

 

백기 : 내가 잘 못 들었는데, 방금 뭐라고 했지?

 

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했던 불량배는 한 마디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이며 그저 필사적으로 고개만 저었다.

백기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걸렸고, 말투는 담담했지만 치명적인 압박감을 담고 있었다.

 

백기 : 너희 윗선 전화번호 내놔.

 

불량배 : 나, 나는 모르......

 

백기 : 난 인내심이 그렇게 많지 않아.

 

백기의 손이 올라가자, 남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보라색으로 변했고, 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높이 들어 올렸다.

내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휴대폰을 받아 들었고, 미리 백기와 맞춰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곧장 말을 이어갔다.

 

MC : MC입니다.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보낸 사람들이 지금 제 손에 있습니다.

그들의 입을 막고 싶다면, 월요일 오후 3시, 저희 회사에서 보기로 하죠.

 

나는 전화를 끊었고, 마음은 무거웠다.

 

그러다 갑자기 한 줄기 거센 바람이 나를 앞으로 떠밀었고, 나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백기의 시선과 마주쳤다.

백기는 쇠 파이프를 던져두고 특파팀에 연락해 땅에 쓰러진 불량배들을 데려가게 한 후, 보닛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 섰다.

 

백기 : 여기서 멍하니 서 있지 마.

 

MC : 협력 성공인데, 기뻐하는 것도 안 돼요?

 

백기 : 이제 시작일 뿐이야.

 

MC : 맞아요,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왠지 모르게,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세상이 많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계속 함께 걸어갈 수 있다.

 

나는 손에 든 비닐봉지를 그에게 신나게 흔들어 보였다.

 

MC : 가요, 축하하는 의미로, 백 경관님 디저트 한 그릇 먹을래요?

 

노을이 그의 호박빛 눈동자 속에서 타올랐고, 백기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백기 : 너무 달아. 안 좋아해.

 

MC : 그럼 그 가게에서 다른 메뉴 사 줄게요~

 

백기 : 다 달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발걸음은 조용히 나의 그림자 뒤를 따라 디저트 가게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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