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_대화의 약속(对话之约)데이트

【白起 · 倾慕之人 / 对话之约】
[백기 · 사랑하는 사람 / 대화의 약속]
_25년 Shape of You 로댕 데이트 번역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1.

MC : 정적인 질감만 강조하는 것 같아서, 주제를 완전히 표현하긴 어려운 것 같아......

다른 방향으로 다시 시도해 볼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몇 번을 수정해도 여전히 진전이 없는 컴퓨터 화면 속 기획안을 바라봤다.

헤드셋을 벗자, 닫힌 방문 너머로 거실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MC : 흥.

 

나는 입을 삐쭉 내밀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을 여는 순간 열정적인 경기 해설 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백기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 그는 이미 중앙 수비를 뚫고, 골대 밑으로——"

 

MC : 으으......

 

나는 유령처럼 비틀비틀 걸어가, 그대로 백기의 품속으로 몸을 파고들었다.

 

백기 : 나이스!

 

환호성을 지르던 백기는 반사적으로 나를 껴안았고, 그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의 손이 내 어깨를 두어 번 쓰다듬고 나서야, 그의 품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백기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봤다.

 

백기 : 다 끝났어?

 

MC : 다 못 끝냈어요.

 

나는 백기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기운을 얻으려고 애를 썼다.

 

MC : 다음 달에 예술 컨셉의 영상을 출품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획이 마음에 안 들어요.

제 영감의 샘이 말라버린 것 같아요......

 

나는 분한 듯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비비며 투덜거렸다.

 

MC : 나와봤더니 선배는 신나게 경기나 보고 있고, 흥.

 

백기 : 응? 네가 나보고 서재에 붙어 있지 말라며, "모처럼 쉬는 날이니까 야구 경기라도 보면서 좀 쉬라"고 하지 않았어?

 

백기는 억울하다는 듯, 마치 어린 늑대처럼 눈을 크게 뜨며 항변했다.

그러다 조심스러운 듯 살짝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백기 : 그럼...... 서재로 들어가서 내가 같이 있어줄까?

 

MC : 아냐 아녜요, 그냥 괜히 질투 나고, 울적해서 그래요——

왜 제가 쉬는 날에 머리를 쥐어짜면서 기획안을 생각해야 하는 거냐구요, 아아아!

 

백기: 아, 그럼 화난 건 아니구나. 다행이다.

 

안도한 듯한 백기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백기 : 그런데 지금 네 모습, 예전에 내가 보고서 못 쓰고 있을 때랑 똑같은 것 같아.

 

MC : 그럼 백 경관님, 이번엔 저 좀 도와줄래요? 기획이 안 써져요.

 

백기 : 좋아, 어디서 막혔는지 말해봐.

 

백기는 예전에 내가 그의 보고서 정리를 도와줬을 때의 모습을 흉내 내며 말했다.

나는 그의 품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

 

MC : 이번 주제는 예술 설치물을 통해, 어떻게 하면 현대의 관객들이 고전 예술과 미학적으로 교감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거예요.

저는 정물에 주체성을 부여해서 일종의 "소통권"을 갖춘 매개체로 만들고, 그 기능성을 넘어 대화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백기 : ......

 

MC : ......

 

백기 : ......

 

MC : 좀 어렵죠? 저도 말하면서 좀 복잡하다고 생각했어요......

 

백기 : 음, 꽤 어렵긴 하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정물이 말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야?

 

MC :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백기 : 한 번 생각해 볼게, 배우가 정물 뒤에 숨어있다가, 누가 다가오면 말하게 하는 건 어때?

 

MC : 무슨 공포 예능 프로그램 같아요......

 

백기: 음, 그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물이랑 대화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때?

필요하면 내가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어.

 

MC : 이미 시도해 봤는데, 예술적 완성도가 많이 부족했어요.

 

백기가 눈살을 찌푸리며 정말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서 달콤함이 번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MC : 기획안은 제가 좀 더 생각해 볼게요. 대신, 백 경관님은 저를 좀 쉬게 해줄 방법을 생각해 봐 주실래요?

 

백기 : 그건 쉽지.

 

백기는 고개를 숙여 내게 입을 맞추더니, TV를 끄고 나를 번쩍 안아 올렸다.

 

백기 : 우선 나랑 같이 낮잠 자자. 푹 자는 거, 그게 바로 제일 좋은 휴식이야.

 

 

 


 

 

 

 

2.

백기 : MC, 일어나—— 어, 일어나 있네?

 

백기가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침대에 기대앉아 있는 나와 마주쳤다.

 

MC : 응...... 방금 깼어요.

 

나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그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백기는 웃으며 다가와 침대 가장자리에 손을 짚고, 내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는 아쉬운 듯 고개를 들고,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MC : 선배, 저 방금 꿈꿨어요......

 

백기 : 무슨 꿈?

 

MC : 천사를 봤는데, 꿈속에서는 얼굴이 잘 안 보였어요......

그는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손에는 영감의 빛 같은 걸 들고 있어서, 제가 땅 위에서 그걸 잡으려고 계속 뛰어갔어요.

 

백기 : 그래서, 결국 잡았어?

 

MC : 아뇨, 하지만 그 천사가 절 발견하곤, 하늘에서 내려와 그 빛을 제게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막 닿으려던 순간—— 깼어요!

너무 억울한 것 같지 않아요? 혹시 이 꿈은, 결국 제가 영감을 얻지 못한다는 징조 아닐까요......

 

나는 울적한 모습으로 손짓 발짓하며 백기에게 하소연했고, 그 모습을 본 백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백기 : 진짜 억울하긴 하네.

하지만 난 그게 나쁜 징조라고 생각하지 않아.

 

MC : 응?

 

백기 : 오늘 여러 미술관들을 돌아다닐 거잖아. 어쩌면, 거기서 네 꿈속의 천사를 만날지도 몰라.

그리고 그 천사한테서 네 영감을 얻게 될 수도 있고.

 

MC : 풉, 백 경관님도 이런 미신을 믿을 줄이야~

 

백기: 네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면, 미신을 믿어보는 것도 괜찮아.

그럼 일어날까? 오는 길에 네가 좋아하는 가게에서 아침 사왔어.

 

MC : 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와 백기는 함께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리는 계획대로 유화관, 사진관, 건축관을 차례로 둘러봤다......

각각의 장소들에서 영감을 얻긴 했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완전한 개념으로 합칠 수는 없었다.

꿈속의 천사는 말할 것도 없이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일정의 마지막 장소——조각관에 도착했다.

 

MC : 어떡하죠, 좀 긴장돼요. 만약 여기서도 아무것도 못 얻으면 어쩌죠......

 

백기 : 스스로에게 너무 부담 주지 마.

 

백기가 내 손을 살짝 쥐었고, 그의 손이 내 손바닥에 닿아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백기 : 만약 오늘 다 둘러봐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사람들 속에서 찾아보자.

자연 속에서 찾아보고, 하늘에서도 찾아보자.

내가 같이 찾아줄게.

 

그의 말은 언제나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어서, 나의 불안을 쉽게 몰아내 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끼워 넣고 힘주어 마주 잡았다.

 

MC : 정 안 되면, 우리 그냥 집에 돌아가서 낮잠 자요.

꿈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그 천사를 붙잡는 거예요!

 

백기도 웃음을 터뜨리며 내 손을 잡고 조각관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고 드넓은 전시장 안, 높은 천창에서 빛이 쏟아져 내려와 각각의 조각상 위에 내려앉았다.

그 빛들은 조각상들을 감싸며, 마치 부드러운 빛 안개를 덮어씌운 듯했다.

분명 그것들은 모두 차가운 정물이었지만, 조각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 형태는,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안을 천천히 걸으며 "영감의 천사"를 찾았다.

 

MC : 정물의 주체로는 역시 동물이나 인물상이 더 적합하겠지.

하지만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고전 예술의 신성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MC : 선배, 우리 다음......

 

나는 뒤를 돌아보며 그를 부르려고 했지만, 순간 다음 말은 목으로 삼켜졌다.

 

백기는 내 뒤,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고요한 빛 속에서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깐 그의 옆모습은, 남다른 침착한 분위기를 풍겼고, 빛 아래에서 마치 고대 신화 속의 잘생긴 신(神)처럼 보였다.

 

그 신은 내 부름을 듣지 못한 듯, 조금은 따분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천창에서 비스듬히 쏟아지는 빛줄기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길고 가느다란 손 그림자가 석고 조각상 위에서 흔들리며, 본래 조각상의 이목구비가 빛과 그림자 아래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MC : 선배......

 

백기는 그제야 나의 나지막한 부름을 들은 듯, 고개를 들고 조금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백기 : 흠, 그냥 심심해서 흔들어 본 건데, 혹시 방해됐어......?

 

MC : 당연히 아니죠!

 

나는 성큼 다가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MC : 선배, 저 드디어 찾았어요. My angel!

 

갑작스러운 내 말에 백기가 눈을 깜빡였다.

 

백기 : 이 조각상 말이야?

 

MC : 아니, 바로 선배에요!

 

 

 


 

 

 

3.
백기 : 미리 말해두는데, 네가 짠 콘티를 보긴 했지만, 내가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MC : 선배, 그 말 오늘 벌써 세 번째예요.

오늘 나는 특별히 회사에서 제일 큰 스튜디오를 마련해 놓고, 백기의 의상과 메이크업, 세팅까지 전부 직접 맡았다. 그리고 그의 전속 촬영 작가가 되어 이 컨셉의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

나는 그의 머리 위에 놓인 월계관을 다시 한번 꼼꼼히 정리해 주고, 허리춤의 천을 당겨주었다.

MC : 백 경관님처럼 잘생긴 천사를 또 어디서 찾겠어요?
콘티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선배가 저한테 운동이나 사격을 가르쳐 줬듯이, 저도 선배를 잘 이끌어줄게요.

백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세트장으로 걸어갔다.

조명은 이미 잘 맞춰져 있었고, 무성하게 자라난 식물들 사이에 몇 개의 새하얀 석고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 오늘의 주인공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스튜디오에는 나와 백기뿐이라 그런지, 그는 매우 편안해 보였고, 예전에 화보를 촬영했을 때 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그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리스식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순백의 천이 탄탄한 근육 위로 흐르듯 떨어져, 마치 깨끗한 물줄기같이 보였다.
어깨와 가슴 부분에 장식된 장신구들은 그를 더욱 빛나게 해,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백기 : 어떤 포즈를 하면 돼?

MC : 음...... 우선 상상해 봐요.
지금 선배는 성스러우면서도 온화한 천사로, 천국의 정원을 거닐고 있다가......
문득, 한 석고 조각상을 발견하고, 그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진 거예요.

백기는 나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팔을 가볍게 펼치고 턱을 살짝 들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가 움직이기만 하면 백기 특유의 날렵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그의 몸짓과 손짓에서 새어 나왔다.

MC : 느낌은 좋아요. 그런데 너무 딱딱해요! 좀 더 부드럽게, 감정을 담아서요!

백기 : ......

백기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하더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고, 동시에 눈썹은 점점 찌푸려져 마치 안경을 잊어버린 사람 같은 표정이 되었다.

MC : 풉, 하하하하하하!!!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웃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했다.
백기의 얼굴은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귀 끝까지 빨갛게 번졌다.

백기 : 어쩔 수 없어. 천사 연기는 나한테 난이도가 너무 높아.
차라리 악마 연기가 더 쉬울지도 몰라.

MC : 하하하하 맞아요, 백 경관님이 악당 연기 하나는 정말 잘하죠!
그럼 진짜 "악마 강림" 컨셉으로 바꿔볼까요?

나는 농담 삼아 제안하자, 백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백기 : 아냐, 다시 해볼게.

백기는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가, 조명 아래 잠시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온화한 천사, 천국의 정원을 거닐다."

솨아——

부드러운 바람이 그를 더욱 강렬한 빛 속에 온전히 감싸안아 올리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날개가 움직이며, 백기는 스튜디오의 허공을 가볍게 선회했다.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며, 연달아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카메라의 수치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와 함께 인간계를 떠나 천상의 정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빛 속에서 그의 호박빛 눈동자는 투명할 정도로 밝게 빛났고, 시선은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곧 목표를 발견했다.

"천사가 조각상을 보았다."

백기가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는 이게 내가 짠 콘티라는 걸 알면서도, 그 한 번의 시선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그의 모든 움직임을 바싹 뒤쫓았다.

"천사가 조각상의 부름에 응답한다."

백기는 조각상 쪽으로 내려오듯 조용히 날아갔다.
그는 몸을 살짝 숙이고, 가늘고 긴 손가락 끝으로 석고의 매끈한 표면을 아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의 동작은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러웠으며, 마치 귀하고 깨지기 쉬운 보물을 어루만지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백옥 같은 조각상의 손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치 들리지 않는 속삭임을 듣는 것처럼, 혹은 무언의 축복을 내려주는 것처럼.

"조각상이 천사를 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천사가 기꺼이 조각상을 위해 머무르는 것이다."

 

 

 


 

 

 

4.

MC : 선배!

 

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두세 걸음에 한 번씩 껑충껑충 뛰며 소파에 앉아 있는 백기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백기는 내가 들이받는 바람에 몸이 살짝 흔들렸지만, 안정적으로 나를 받아 주었다.

 

백기 : 왜 그래? 오늘은 퇴근도 빠르고, 왜 이렇게 신났어?

 

MC : 선배 선배 선배......!

 

나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린 후에야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MC : 제 컨셉 영상이 출품에 성공했어요!

 

백기 : 정말? 잘 됐다!

 

MC : 응, 게다가 주요 상영 위치래요! 이거 봐요, 화보집도 보내줬어요.

보세요, 나의 큰 공신(功臣)님~

 

나는 활짝 웃으며 멋지게 제본된 화보집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백기는 눈을 깜빡이더니, 웃으며 그 칭호를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화보집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넘기면 넘길수록, 그의 표정이 점점 미묘해지고...... 미묘함과 의아함은 서운함으로 변했다.

 

백기 : MC......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진 속에서 천사 역할을 연기한 몇몇 전문 모델들을 가리켰고,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스며 있었다.

 

백기: 내 사진은 쓰이지 않은 거야?

 

아이고, 내 공신님이 서운해하네.

나는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으며,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MC : 당연히 썼죠, 백 경관님, 조금만 더 넘겨봐요~

 

백기는 입술을 꾹 다물고 빠르게 넘기더니, 거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겼다.

 

그리고 "특별 감사"라는 네 글자를 본 순간, 그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 페이지에는, 백기가 새하얀 그리스식 의상을 입고 있는 단 한 장의 사진만이 있었다.

 

그의 온몸은 부드러운 빛에 휩싸여 있었고, 눈을 내리깔고 조각상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은, 경건하고도 온화한 표정이었다.

내가 스튜디오에서 포착했던 그 "천사 강림"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내가 직접 쓴 작은 문구도 있었다.

『나에게 영감을 준 내 사랑하는 사람, 나의 천사에게 감사합니다.』

 

MC : 어때요?

 

나는 우쭐해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백기는 잠시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입꼬리가 살짝 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눈동자에는 한없이 포근한 빛이 일렁였다.

 

백기 : 너무 좋은데, 날 너무 잘생기게 찍었어.

 

MC : 흥흥, 제가 말했잖아요, 제 눈에는 선배가 이렇게나 잘생겼다고!

왜 메인에는 선배가 실리지 않았냐면......

 

MC : 첫 번째 이유는, 선배를 찍은 건 영감의 샘플 영상이라, 완성본은 여러 상황이 필요해서 선배 느낌을 참고해 다른 모델들을 찾아 촬영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MC : 두 번째 이유는......

 

나는 당당하게 다가가 백기의 뺨에 키스했다.

 

MC : 내 남자친구의 이런 멋진 화보는 당연히 저 혼자 간직해야죠!

그 사람들은 이렇게 잘생긴 미남 사진 한 장을 본 것만으로도 이미 복 터진 거예요!

 

백기는 내 말을 듣고 입가에 웃음이 더욱 깊어졌고, 조금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백기 : 왜 이렇게 쩨쩨해?

 

MC : 선배도 쩨쩨하잖아요?

고 대장님이 저한테 그랬는데, 전에 선배한테 상단 고정 모멘트에 있는 제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어디서 찍은 건지 물어봤대요.

그런데 선배가 제가 예뻐서 잘 나온 거라고 말했다면서요! 와, 저 그때 진짜 민망했어요......

 

백기 : 그 녀석이 언제 너한테 물어봤는데?

 

MC : 지난주 특파팀 퇴근 시간에 선배를 마중 갔을 때요, 마침 고 대장님을 만나서 엄청 놀려댔어요......

 

백기 : 그 녀석 정말 할 일 없네.

 

백기는 혀를 차더니, 나를 한 팔로 끌어안았다.

 

백기 : 민망할 거 없어.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고, 그 녀석은 그냥 날 질투해서 심통 난 것뿐이야.

 

MC : 하하하하!

 

백기의 그럴듯한 변명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조금 더 기댔다.

나와 백기는 조용하고 달콤한 저녁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겼고, 잠시 후 나는 고개를 들어 백기의 팔을 쿡 찔렀다.

 

MC : 그런데, 그때 스튜디오에서 선배가 갑자기 감을 잡았을 때,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분명 그전까지는 아무리 움직여도 감을 못 잡았었는데......

 

백기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백기 : 간단해.

조각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안 오더라고.

그래서 생각했지. 내가 널 바라볼 때, 너는 날 보고 부드럽다고 말하잖아.

그래서 그 조각상을 너라고 상상했어.

내 연기가 마음에 들어?

 

내 심장은 갑자기 쿵 하고 멈췄고 뺨은 점점 뜨거워져, 나는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MC : 마음에 들어요.

 

백기 : 하지만 나는 아직 부족해.

 

다음 순간, 나는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MC : 선배......!

 

 

나는 깜짝 놀라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고, 침실 문이 열렸다 닫히며 나의 마지막 말을 삼켜버렸다.

 

백기는 그렇게 나를 안고 반쯤 날아올라, 침실로 들어왔다.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자신은 여전히 공중에 떠있는 채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백기 : 지난번에 네가 가르쳐 준 그 포즈들, 집에 와서 혼자 몰래 연습했어.

지금 네게 다시 한번 보여주고 싶어.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천천히 내 손을 끌어당겼다.

그날과 완전히 똑같이.

 

그의 따뜻한 이마가 나의 이마에 살짝 맞닿았고, 익숙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그의 숨결이 밀려왔다.

귓가엔 마치 바람이 깃털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오직 백기의 숨결만이 나를 완전히 감쌌다.

 

백기 : 이번 주제는 "천사와 조각상" 이 아니라——

 

심장은 빨리 뛰었고,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다음 순간, 그의 따뜻한 입술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백기 : 나와 MC.

 

창밖의 노을빛이 우리 위로 차례차례 쏟아져 내렸다.

이것은 자연의 창조물이 우리에게 부여한 빛과 풍경이었다.

 

문득, 내 머릿속에 그 미완성의 꿈속 장면이 떠올랐다.

천사는 내가 바라고 원하던 것을 가지고 천국에서 서서히 내려왔고, 그의 얼굴이 마침내 이 순간 선명하게 드러났다——

 

백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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