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_의적의 약속(侠盗之约)데이트

【白起 · 共炽风暴 / 侠盗之约】
[백기 · 함께 타오르는 폭풍 / 의적의 약속]
_25년 괴도 백기 데이트 번역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1.

경찰차가 빗줄기를 뚫고 질주했다.

번쩍이는 붉고 푸른 경광등이 고인 물 위에 비쳐 도로가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고, 사이렌 소리가 도시 상공에 울려 퍼졌다.

 

나는 핸들을 꽉 움켜쥔 채, 번호판 없이 달리고 있는 전방의 검은 승용차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때, 차 안의 무전기가 치직 거리며 울렸다.

 

무전기 : MC 요원, 추격을 중단하고 즉시 복귀하라.

 

MC : ...... 중단이요? 하지만 저 차량의 운전자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확보됐습니다. 곧 따라잡을 수 있어요.

 

무전기 : 이건 명령이다.

 

MC : ......

 

검은 승용차가 코너를 돌려던 순간, 나는 마음속의 의문을 삼킨 채, 본능적으로 엑셀을 끝까지 밟고 핸들을 거칠게 꺾었다.

차체가 물을 튀기며 거대한 장벽처럼 승용차 앞을 가로막았고, 당황한듯한 운전자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나는 차에서 뛰어내려 그를 조준하며 총을 겨눴다. 

룸미러에 걸린 방향제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경찰차의 헤드라이트 불빛 아래, 정교한 투각 무늬가 마치 시계 추처럼 그의 얼굴 위로 아른거렸다.

 

MC : 차에서 내려. 당신을 체포한다.


한 달 후.

 

클럽의 주방 안은 소란스러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실내로 흘러들어오자, 나는 즉시 창밖을 살폈다.

경찰차 몇 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고, 경광등의 잔상이 유리창에 잠시 스쳤다가 이내 거리 끝으로 사라졌다.

 

?? : MC,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손님들이 기다리시잖아, 빨리 음료를 행사장으로 가져가.

 

MC : ...... 알겠습니다.

 

지배인의 재촉에 나는 시선을 거두고, 주스가 놓인 쟁반을 들고 실내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한 달 전, 평화의 보석이 도난당했다.

그것은 도시가 세워진 날 대통령이 시청에 수여한 보물로, 말 그대로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사건 담당 경찰이었던 나는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음 날 그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되었다.

 

당초의 목격자들은 모두 진술을 번복하며 범인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전시관의 CCTV 영상마저 "파손"된 상태였다.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려던 나에게 돌아온 것은 "상부 명령 위반 반복", "부적절한 공권력 행사" 등의 죄목과 한 장의 해고 통지서였다.

 

나는 경찰을 떠난 후에도 조사를 멈추지 않았지만, 누군가 모든 단서를 지워버린 듯 유효한 정보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수많은 가짜 정보들을 걸러낸 끝에, 나는 당시 범인의 차에 걸려 있던 방향제로 단서를 좁혔다.

특이한 문양이 일종의 특별한 표식같이 보였는데, 조사 결과 그것은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슈퍼카 클럽의 것이었다.

 

나는 그 즉시 밤낮으로 자동차 관련 지식을 공부하며 클럽의 사교 기술을 배웠고, 마침내——

리셉션 직원으로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금빛 찬란한 행사장 안은 한정판 슈퍼카들로 가득 찼고,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회원들의 시선은 행사장 중앙으로 쏠려 있었다.

 

MC : 중요한 인물이라도 온 건가?

 

나는 음료를 나눠주며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백 선생님, 이 차의 라인은 정말 완벽하군요.

리어 윙의 각도도 고속 주행 시 차체를 제대로 눌러주고, 튜닝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는 멈칫했다.

그는 클럽의 단골이자 시의원인 마일슨이었다.

 

그는 보안 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인물로, 보석 보안을 담당했던 업체는 그의 최대 경쟁사였다.

그렇기에 그는 나의 주요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차기 시장 후보로서 늘 사람을 내려다보듯 대하던 그가, 오늘은 이렇게나 살갑게 굴다니?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잘 재단된 캐주얼 수트를 입은 한 남자가 보였다.

곧게 뻗은 그의 등위로 조명이 내려앉아, 그의 청초하면서도 날카로운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었다.

 

백 선생 : 어릴 때부터 많이 만져봐서요. 그냥 조금 손본 겁니다.

이제 막 도착했으니, 앞으로 여러분과 더 교류하고 싶네요.

 

맑고 깨끗한 목소리에는 약간의 장난기와 함께 타인의 접근을 거부하는 듯한 냉정함이 섞여 있었고,

상대의 칭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듣자 하니, 그는 이 도시에 막 도착한 듯했다.

하지만...... 마일슨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려 드는 걸 보면, 무슨 수상한 점이 있진 않을까?

 

상황을 조금 더 살피려던 찰나, 뒤에서 급히 다가오던 사람에게 밀려 몸이 앞으로 쏠리고 말았다.

쟁반 위의 와인 잔들이 순식간에 기울어졌고, 사람들의 비명 속에서 차갑고 끈적한 주스가 바닥을 적셨다.

 

나 역시 그대로 넘어질 거라 생각한 순간, 허리춤에 힘이 전해지며 몸이 위로 들려졌다.

이마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바다소금처럼 상쾌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고개를 들자 호박색 눈동자와 마주쳤고, 차갑고도 예리한 그 빛에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니, 그의 가슴팍 부분이 주스에 젖어 어둡게 얼룩져 있었다.

 

......어쩌면, 이건 정보를 캐낼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둘러 몸을 바로 세우며 미안함이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MC : 죄송합니다, 손님.

괜찮으시다면 휴게실로 안내해 드릴까요?

 

백 선생이라 불리던 남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목례하며 양해를 구하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백 선생 : 그럼 부탁하죠.

 

 

옷에 묻은 주스를 대충 처리한 뒤, 나는 그를 우수 회원 전용 차고로 안내했다.

 

MC : 이건 저희 클럽의 최신형 스포츠 카입니다. 제로백이 3초도 안 돼서 많은 손님분들이 시운전용으로 좋아하세요.

옆에 있는 이건 30년 전 클래식 모델인데, 지난달에 완전히 복원됐고요......

 

그는 천천히 차들을 훑어보았지만, 평온한 얼굴에서는 어떤 호불호도 읽어낼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계단 쪽을 가리켰다.

 

MC : 마음에 드시는 게 없다면, 위층에도——

 

백 선생 : 급할 것 없어요.

 

그는 주스를 든 채, 검은 엔진 보닛에 느긋하게 기대며 예리한 시선을 나에게 꽂았다.

 

백 선생 : 당신이 평화의 보석 도난 사건의 배후를 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나와 손을 잡는 건 어떻습니까.

 

너무도 직설적인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크게 놀라며 간신히 평정을 유지했다.

 

MC : 농담도 잘하시네요.

보석 도난 사건은 시민 모두의 관심사지만, 저 같은 리셉션 직원이 나설 일은 아닙니다.

 

백 선생 : 경찰학교 수석 졸업생이라면, 개입할 수 있는 게 꽤 많죠.

이미 마일슨 시의원까지 조사했을 테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는 배후 인물의 정적일까?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일까?

 

태평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남자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MC : 당신 목적이 뭐죠?

 

백 선생 : 그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습니다.

난 그저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것뿐이에요.

 

MC : ...... 당신, 용병인가요?

 

그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긍정을 대신하는 듯했다.

나는 시선을 내리깔고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수사는 이미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다.

 

그의 배후에 있는 "의뢰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는 정교한 정보망과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와 협력한다면 배후를 무너뜨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정말로 그를 믿어도 되는 걸까?

 

나의 망설임을 읽은 듯, 그는 길고 단정한 손가락으로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얼음이 잔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백 선생 : 그렇게 서둘러 거절하지 마세요.

사건 현장의 CCTV를 찾아드리죠. 범인이 죗값을 치를 수 있게.

그다음에 더 깊이 관여할지 결정하는 건 어때요?

 

순간 숨이 가빠졌다.

그때, 증거 부족으로 범인을 놓아줘야 했다. 만약 영상만 찾을 수 있다면,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넣는 셈이다.

심사숙고 끝에,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MC : 그렇다면, 백 선생님.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백기 : 백기입니다. 잘 부탁해요.

 

 

 


 

 

 

2.

어둑한 기계실 안, 나는 발끝으로 벽면을 가볍게 디디며 민첩하게 반동을 이용해, 소리 없이 서버 랙 위로 올라갔다.

접속 포트에 걸쇠를 조심스럽게 걸고 살짝 흔들자, 서버에서 즉시 오류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예상대로 보안 요원들은 주의가 끌려, 노란색 등이 들어온 서버 앞으로 모여들어 점검을 시작했다.

나는 서버 랙 위에 엎드린 채 그들의 상황을 살폈고, 반대편에서는 백기가 화면을 켜고 무언가 조작하고 있었다.

 

백기의 말에 따르면, 배후 세력은 경찰을 상대로 눈속임을 썼고, 진짜 증거는 여전히 보안 업체 내부에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 잠입했고, 나는 길을 트고 탐지하는 역할을, 그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숨겨진 증거의 위치를 파악하기로 했다.

 

잠시 후, 백기가 카드를 접어 넣더니 곧장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가슴 앞에서 매끄럽게 원을 그리더니, 주먹을 쥐고 천장의 환기창 방향으로 흔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기계실의 환기창을 통해 빠져나와 건물을 벗어났다.

마음속에 승리의 기쁨이 샘솟을 때쯤, 나는 뒤늦게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임무 완료, 즉시 퇴각" 이건 경찰들이 흔히 쓰는 수신호(手勢)였다.

하지만 실제 사용 시에는 각 지역 경찰서마다 약속된 특징들이 있기에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방금 백기의 동작은, 경찰학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가르쳐 준 각도와 완전히 똑같았다......

 

생각에 잠긴 사이, 복도 쪽 창문 위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백기는 창문에서 나무 위로 뛰어내렸고, 바닥에 착지할 때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만큼 가뿐하게 내려앉았다.

 

백기 : 괜찮네. 반응이 빨라.

 

MC : 그 수신호는 어떻게 아는 거예요?

 

백기 : 아는 사람이 쓰는 걸 본 적 있어.

 

백기의 지인도 경찰학교 출신인가? 용병 생활을 하며 알게 된 걸까, 아니면...... 애초에 그의 과거가 경찰학교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그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이 보였고, 지금은 캐물을 때가 아님을 직감한 나는, 질문을 삼킨 채 그를 따라 거리로 향했다.

 

 

MC : 그쪽은 잘 됐어요?

 

백기 : 응. CCTV 영상은 다 있어. 전부 복사도 해 뒀고.

다만 암호가 걸려있어서, 해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MC : 수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에요!

 

첫 협력부터 큰 진전을 이뤘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꼬르륵——긴장이 풀렸는지 배꼽시계가 항의를 보냈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앞으로 빠르게 몇 걸음 나아가, 백기를 뒤돌아보았다.

 

MC : 우리의 첫 협력 성공 기념으로, 야식이라도 같이 먹으러 갈래요?

 

백기 : 그래.

 

MC : 보통 뭘 좋아해요?

 

백기 : 단백질 파우더랑 영양제. 집엔 컵라면도 있고.

 

MC : ......?

 

나는 그의 진지한 표정을 살펴보곤, 농담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후 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MC : 됐어요, 그냥 따라와요.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요!


가게 주인 : MC, 네가 주문한 매쉬드 포테이토 소고기 스튜랑 토마토 크림수프, 전부 다 나왔어.

 

MC : 고마워요, 마샤 이모~

 

가정식 식당 안은 버터와 고기 스튜 향으로 가득했고, 따스한 노란색의 조명이 천장에서 내려와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음식이 다 나오자, 나는 옆에 있는 나무 식기 함에서 익숙하게 수저를 꺼내 백기에게 건넸다.

 

MC : 마샤 이모가 만든 소고기는 엄청 부드럽거든요.

매쉬드 포테이토는 살짝 매콤해서 겨울에 먹으면 배도 든든하고 몸도 따뜻해져서 좋아요!

 

백기 : 가게 주인이랑 친한가 봐?

 

MC : 경찰이었을 때, 동네 양아치들이 시비 걸며 행패 부리는 걸 조금 도와드린 적이 있거든요. 그 뒤로 단골이 됐어요.

얼른 먹어봐요, 맛이 어때요?

 

백기는 매쉬드 포테이토를 빵에 발라 소고기와 함께 입에 넣고 몇 번 씹더니, 순간 눈을 반짝였다.

그릇 속의 고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니, "정말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몰래 웃으며, 나 역시 식사에 집중했다.

 

백기 : 이번 사건이 해결되면, 넌 뭘 하고 싶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멍해졌다가, 나는 숟가락에 든 수프를 삼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MC : 당연히 다시 경찰로 복직할 거예요.

 

백기 : 그런 일들을 겪고도?

 

MC : 그렇게 호되게 당해놓고 왜 굳이 다시 돌아가려는 거냐고 묻고 싶은 거죠?

 

나는 다시 한 숟갈 가득 고기를 떠서 "험악하게" 입에 넣었다.

 

MC : 그러니까 더더욱 경찰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경찰 내부의 썩은 것들을 전부 끌어내고, 모든 사건을 명확하게 밝혀야 다시는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너무 순진한가요?

 

예전에 경찰 동료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들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가자 나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백기 : 넌 그저 용감한 거야.

 

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한마디에 가슴이 떨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한 손에는 숟가락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그의 눈동자가 한층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곤, 급히 수프를 들이켜며 화제를 돌렸다.

 

MC : 그럼 당신은요? 의뢰인의 물건을 되찾아준 다음엔 뭘 할 거예요?

 

백기 : 다음 임무를 계속해야지.

 

MC : 오늘 같은 방식으로요?

 

백기 : 다른 방법은 이 도시에서 통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

 

그는 시선을 내리깔며, 그의 길고 단정한 손가락으로 곁에 둔 나이프를 만지작거렸다.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왠지 그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고작 한 번의 협력과 한 번의 야식이었을 뿐인데, 혼자 사건을 쫓던 예전과는 분명 다른 기분이었다.

 

칠흑같이 차가운 밤길을 한참 걷다, 문득 불어온 온화한 바람이 나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마음속의 미묘한 아쉬움을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흔들었다.

 

MC :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결과 나오면 연락해요~

 

막 뒤돌아서려던 순간, 갑자기 팔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나를 붙잡은 그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백기는 손가락으로 내 옷을 가리켰고, 고개를 숙이자 주머니 속에서 반짝이는 은빛 광채가 눈에 들어왔다.

 

백기 : 우리 집 열쇠야. 언제든 찾아와도 돼.

 

알 수 없는 설렘이 마음속에 스며들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MC : 제가 만났던 용병들은, 보통 저 같은 신분의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게 습관이던데.

당신은 왜 이렇게 날 믿는 거예요? 왜......

 

백기 : 왜라고 생각해?

 

그는 내 질문을 가로채더니, 오히려 그 질문을 다시 내게 던졌다.

밤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갔고, 날카로운 시선에 압도되어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MC : ...... 대답 안 해줄 거면 됐어요. 시간이 알려주겠죠.

 

백기가 웃은 것 같았다.

그는 오토바이에 올라타 그대로 멀리 사라져 갔고, 바람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기 : 걱정 마. 그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3.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백기의 집을 찾았다.

 

보안 업체에서 빼내 온 영상은 이미 해독을 마쳤고, 운전자의 범행 증거는 명백했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 배후에 있는 거대한 세력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흔적은 거의 완벽하게 지워져 있었지만, 백기는 언제나 실타래를 풀 듯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그리고 내가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내면, 그는 기꺼이 받아들이며 함께 새로운 실마리를 만들어갔다.

 

협력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기만 했던 백기의 집에도 점점 변화가 생겼다.

이를테면 내가 두고 간 뒤로, 그가 생각에 잠길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 빙글빙글 돌리곤 하는 Q 버전 캐릭터 볼펜이라든가,

그가 병사처럼 일렬로 줄을 세워둔 밀크티 인형들, 그리고 지하 훈련실에 새로 생긴 나만의 권투 글러브와 샌드백 같은 것들이다.

 

분명 사소한 변화일 뿐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또한 처음 만났을 때처럼 차갑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흐르며 녹아내린 듯, 그 안에는 부드러운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해 질 녘, 나는 운전자의 주행 경로를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며, 노트에 "인계 방식", "신호등" 같은 단어들에 동그라미를 쳤다.

 

백기 : 나 왔어.

 

아직 차가운 눈 기운이 가시지 않은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알록달록한 마카롱이 가득 담긴 봉투가 내 앞에 놓였다.

 

백기 : 길모퉁이에 디저트 가게를 지나는데, 사람들이 많이 줄 서 있더라.

마침 네가 준 쿠키 봉투가 비었길래 좀 샀어.

 

마카롱을 받아 들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달콤함이 번져 나갔다.

 

MC : 헤헤, 하루 종일 사건 생각만 했더니 딱 당분이 필요했는데~

 

백기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귀 끝이 살짝 붉어진 채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테이블 위의 노트를 보고는 다시 표정을 굳혔다.

 

백기 : 뭔가 찾았어?

 

MC : 네. 오늘 밤에 경찰서에 가서 교차로 CCTV 좀 확인해 보려고요.

 

백기 : 같이 갈게.

 

MC : 괜찮아요. 경찰서는 제가 잘 아니까, 혼자서도 충분해요.


밤이 깊어지자, 경찰서 안에는 당직실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MC : 괜찮아, 난 진짜 도둑이 아니니까.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밤에 몰래 들어온 것뿐이야......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당직 경찰을 피해, 익숙한 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책상 위 메모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낸 뒤, 경찰서 시스템 접속에 성공했다.

 

길목마다 설치된 CCTV 영상을 훑어보던 중, 한 화면에서 내 움직임이 멈췄다——

운전자가 교차로에 멈춰 서서 담배를 피우는 척하다가 옆 차량에 상자 하나를 건넸고, 곧이어 두 차량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MC : ......마일슨 시의원.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익숙한 얼굴을 보는 순간, 그동안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보석 도난 사건 이후, 마일슨은 기존의 보안 업체를 인수했고, 사실상 도시의 보안 산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화의 보석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다가올 시장 선거에서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 사건은 마일슨이 경쟁자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며낸 음모일 가능성이 컸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모든 사건 자료를 데이터 카드에 복사했다.

이 추측들은 나중에 하나하나 검증해 나가면 될 터였다.

 

데이터가 전송되는 동안, 내 시선은 컴퓨터 검색창에 머물렀다.

오늘 백기와 동행하지 않겠다고 한 데에는, 사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나는 줄곧 그가 단순한 용병이 아니라는 알고 있었다.

그동안 함께 지내며 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마음속 추측도 점차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래서 경찰서에 온 김에, 그 생각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백기"라는 두 글자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자 순식간에 페이지가 로딩되었다.

그리고 눈앞에 선명한 붉은 글씨가 들어왔다—— "1급 기밀, 외부 유출 금지"

 

MC : !

 

모든 내용을 읽은 뒤, 나는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며 모든 흔적들을 원래대로 복구하고 빠르게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가로등 아래에 서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백기 : 찾으려던 건 다 찾았어?

 

나는 "네" 하고 대답하며 멍하니 그에게 데이터 카드를 건넸다.

 

백기 : 별일 없었어?

 

MC : 네, 순조로웠어요.

 

백기 : 내 뒷조사도 잘 끝냈고?

 

고개를 끄덕이려다,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고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그는 전혀 놀란 기색 없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MC : 당신이 어떻게......?

 

찰나의 순간, 그동안의 여러 가지 이상한 상황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열려 있던 기록실 문, 잠들어 있던 경찰, 암호가 걸려 있지 않던 비밀 파일......

나는 백기를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정답을 확인했다.

 

MC : 기록실 시스템으로, 어떤 "고급 경찰 감독"의 기밀 파일을 봤어요.

 

그는 "응" 하고 짧게 대답하며, 계속하라는 듯 나를 보았다.

 

MC : 그 사람은 저와 같은 경찰학교 출신에, "특별 감찰팀"이라는 비밀 조직 소속이었어요.

그리고 그의 이름은...... 백기였고요.

혹시, 짐작 가는 거 없어요?

 

그는 내 머리에 헬멧을 씌워주더니, 두 손을 가볍게 벌리며 태연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백기 : 네가 알고 싶어 하길래 알려준 거야. 간단한 이유야.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MC : 특별 감찰팀은 뭘 하는 곳이에요?

 

백기 : 중앙 직속 감찰 기관. 필요한 경우 특별한 집행권을 행사할 수 있어.

 

MC : 그럼 처음부터 마일슨 사건을 노리고 온 거예요?

 

백기 :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마일슨 뒤에는 더 큰 이익 집단이 숨어 있어.

마일슨은 그 빈틈을 파고들기 가장 쉬운 상대였을 뿐이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고,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백기 : 처음 네게 내 신분을 밝히지 않은 건, 네가 정말 결백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였어.

그 후에 말하지 않은 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내가 누구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니까.

 

MC : 누가 그래요. 당신 신분을 알았으니 이제 전......

 

뒷말이 목구멍에 걸려 차마 나오지 않았고, 헬멧 속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백기 : 이제 넌 뭘 할 수 있는데?

 

MC : 이...... 이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는 거죠!

 

그는 뭔가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긴 팔을 뻗어 내 손목을 정확하게 붙잡았다.

 

백기 : 궁금한 게 있어.

 

그는 몸을 살짝 숙여 헬멧 너머로 나를 빤히 응시했고, 뜨거운 숨결이 내 얼굴을 스쳤다.

 

백기 : 방금 그 말, 단지 그저 내 "파트너"로서 한 말이야?

 

당연히 그의 파트너가 되고 싶지만, 이제 "파트너"라는 단어만으로는 내 마음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그의 눈을 차마 마주 보지 못했다.

 

MC : 그게...... 맞기도 하지만...... 전부는 아니고......

 

내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귓가에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백기 : 난 처음부터 네가 "그냥 파트너"로만 남길 바란 적 없어.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그는 내게 반응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내 손을 이끌어 오토바이에 태우더니 어둠이 깔린 거리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날 이후, 우리 사이에는 무언가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두었던 경계선이 신뢰라는 양분을 먹고 서서히 녹아내렸고, 우리의 호흡은 더욱 완벽해졌다.

 

끈질긴 추적 끝에, 마일슨 뒤에 숨겨진 거대한 범죄 조직은 마침내 빙산의 일각을 드러냈고, 드디어 그물망을 거둬들일 때가 다가왔다.

 

 

먹구름이 달빛을 가리고, 거대한 저택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지하 금고실 앞, 백기는 특수 제작된 잠금 해제 도구를 쥐고 자물쇠 구멍을 부드럽게 돌렸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소리와 함께 묵직한 문이 안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방 끝 유리 장식장 안에는 푸른빛을 내뿜는 "평화의 보석"이 벨벳 받침대 위에 고요하게 놓여 있었다. 

마치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하지만 적외선 고글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전혀 달랐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레이저 광선들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특히 유리 장식장 주변은 촘촘한 그물망처럼 레이저가 깔려 있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즉시 경보가 울릴 상황이었다.

 

MC : 마일슨이 방어 시스템을 강화했어요. 보석 주변 레이저가 자료보다 두 배는 더 촘촘해요.

 

백기 : 괜찮아. 이 정도로는 날 막지 못해.

백기는 천장의 대들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금속 갈고리가 "슉" 소리를 내며 날아가 대들보에 정확히 걸렸다.

그가 손목에 힘을 주어 로프를 팽팽하게 당기자, 그의 몸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공중으로 솟구쳐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촘촘한 레이저 망을 피해 그의 손가락 끝이 유리 장식장 상단에 안정적으로 내려앉았다.

레이저 하나 건드리지 않은 완벽한 동작이었다.

 

특수 유리 절단기가 유리창을 가르며 파편들이 흩날리려던 찰나, 그는 이미 몸을 숙여 보석을 움켜쥐고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와 차가운 옆얼굴에 옅은 빛무리를 드리웠다.

 

백기 : "평화의 보석" 확인 완료. 계획대로 진행해.

 

MC : 알겠어요. 몸조심해요.

 

그의 입가에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

 

백기 : 너도 조심해. 이건 네게 맡길게.

 

그가 손을 휘두르자 보석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뻗었고,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보석이 유리 장식장을 떠난 그 순간, 날카로운 경보음이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천장의 붉은 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며 금고 전체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밖에서는 발소리와 고함이 뒤섞여,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4.

보안요원 A : 목표물이 3층으로 이동 중이다!

보안요원 B : 즉시 인원을 추가 배치해 동쪽 구역의 모든 통로를 봉쇄하라. 드론을 띄워 공중에서 목표를 제압한다!

 

거대한 저택 안은 불이 환하게 켜진 채 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고, 무장한 보안요원들이 사방을 분주히 오갔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나와는 아주 멀게만 느껴졌고, 나는 좁은 환기구를 따라 기어갔다.

가슴 앞주머니에는 지금 그들이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보석이 들어 있었다.

잠시 귀를 기울여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걸 확인한 뒤, 나는 조심스럽게 덮개를 밀어내고 환기구 밖으로 뛰어내렸다.

 

부드러운 카펫을 밟자 세제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눈앞에는 텅 빈 세탁실이 나타났고, 나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후문을 향해 달렸다.

 

MC : 난 탈출했어요. 그쪽 상황은 어때요?

 

이어폰 너머로 들려온 백기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롭고 차분했다.

 

백기 : 모든 게 정상이야. 걱정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성에 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정원의 오솔길을 가로지르자, 울창한 수풀 뒤에 숨겨두었던 오토바이가 보였다.

나는 운전석에 올라타 핸들을 꽉 쥐며 다시 한번 이어폰을 두드렸다.

 

MC : 준비 끝났어요.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요.

 

백기 : 15초 후, 서쪽이야.

 

나는 즉시 시동을 걸었다.

오토바이가 낮은 굉음을 내며 저택 서쪽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고, 소리를 듣고 몰려온 보안요원들이 차를 몰고 내 뒤를 바짝 추격했다.

 

나는 지면과 거의 평행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각도로 코너를 돌며 그들을 따돌렸다.

어떻게든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만 했다. 그도 반드시 그럴 것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급브레이크를 밟자, 오토바이는 저택 서쪽 창문 바로 아래에 정확히 멈춰 섰다.

창가에 익숙한 그림자가 스쳤고, 나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3, 2, 1——

 

거의 동시에 창문이 산산이 부서지며 그가 밤바람을 가르며 뛰어내려왔다.

그는 허리에 연결된 와이어에 몸을 맡긴 채 공중에서 가볍게 반동을 주더니, 내 뒷좌석에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오토바이가 저택 서쪽을 벗어나 다시 질주했다.

곧이어 머리 위에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드론 몇 대가 빠르게 접근해 왔고, 위험해 보이는 붉은 레이저가 우리 몸을 훑으며 조준을 시작했다.

백기 : 멈추지 마, 그대로 돌파해!

나머지는 내게 맡겨.

 

그는 허리춤에서 은색 권총을 뽑아 들고, 뒤따라오는 드론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드론은 순식간에 폭발하며 밤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갔다.

 

그는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고, 탄환은 추격해오던 차량의 타이어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통제력을 잃은 차들이 서로 충돌하며 불길에 휩싸였고, 치솟는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며, 그의 눈동자 속에서도 타오르는 불꽃이 일렁이는 듯했다.

 

어느덧 전방에 철제 울타리가 나타났고, 안쪽에 미리 설치해 둔 나무판자가 보였다.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MC : 백기, 꽉 잡아요!

 

허리를 감싸 안은 손에 힘이 들어왔고, 그의 가슴이 내 등에 밀착되며 우리의 심장박동이 하나로 얽히는 것 같았다.

짙은 화약 냄새 속에서 그의 턱 끝이 내 귓가를 가볍게 스쳤고, 바람 소리에 섞인 낮은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

 

백기 : 가자!

 

나는 가속기를 끝까지 당겼다.

엔진은 찢어질 듯한 포효를 내뱉었고, 오토바이는 경사진 나무판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주변 풍경이 흐릿한 빛의 잔상으로 변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허리를 감싸준 단단한 힘 때문인지, 아니면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온기 때문인지, 그 모든 것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용기를 주었다.

 

격렬한 충격과 함께 바퀴가 지면에 닿으며 불꽃이 튀겼다.

우리는 울타리를 넘어 무사히 착지했고, 끝없는 밤의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갔다.

 

 

해안선을 따라 한참을 달린 끝에, 인적 없는 해변에 도착해서야 엔진 소리가 잦아들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추격자가 없음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려버린 나는 부드러운 모래사장 위에 주저앉아 크게 숨을 내쉬었다.

백기도 내 곁에 다리를 꼬고 앉아 가면을 벗고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뚜렷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그는 시원한 주스 캔을 따서 내게 건네주었다.

 

백기 : 마지막 질주, 아주 깔끔했어. 단번에 따돌리더라.

 

MC : 그런 상황에서 드론을 정확히 맞히다니, 당신 사격 솜씨가 훨씬 더 대단했다고요!

 

나는 캔을 들어 그의 캔에 가볍게 부딪쳤다.

새콤달콤한 주스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뜨겁게 끓어오르던 피가 조금씩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상쾌한 바닷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짧은 평온함을 만끽하려던 순간, 곁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기 : 증거 제출하고 나면, 뭘 하고 싶어?

 

MC : 음...... 일단은 푹 자고 나서, 깨끗이 씻고 새 옷도 좀 사 입어야죠.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경찰서에서 날 데리러 오길 기다릴 거예요!

 

나는 몸을 쭉 펴며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MC : 당신은요?

 

백기는 고개를 뒤로 젖혀 남은 주스를 들이키고는 빈 캔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백기 : 난 계속 쫓아야지.

 

나는 침묵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 원래의 궤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경찰서로 돌아가 다시 사건을 맡고 범인을 쫓을 것이며, 그는 정의를 추구하는 그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동안 밤낮으로 함께하며 맞췄던 완벽한 호흡은 마치 짧고도 찬란한 꿈처럼 느껴졌다.

손에 든 주스가 갑자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고, 캔의 차가운 기운만이 손가락 끝에서 심장까지 서서히 번져 나갔다.

 

한동안 파도가 암초를 때리는 "쏴아" 소리만이 밤공기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정적을 깨고 백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치 결심이라도 한 듯, 그는 눈을 내리깔며 나를 보았다.

 

백기 : 한 가지,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게 있어.

 

MC : 뭔데요?

 

백기 : MC, 특별 감찰팀으로 들어올 생각 없어?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었고,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기대감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백기 : 우린 호흡이 아주 잘 맞아. 임무 수행 효율도 높을 거고.

위험한 일이 많겠지만, 내가 최대한 함께 짊어질게.

무엇보다, 여기서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할 수 있어.

네가 추구하는 정의와 공정함, 내가 곁에서 함께 이뤄줄게.

 

평소의 단호하고 간결한 모습과는 달리 하나하나 이유를 나열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MC : 백 장관님 제안이 꽤 매력적인데요! 그런데 다른 이유는 더 없나요?

 

그는 나를 보며 본인도 웃음이 났는지, 결국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백기 : 사실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달빛 아래 붉게 달아오른 그의 귓가가 더욱 선명해졌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만큼은 더없이 다정하고 확고했다.

 

백기 : 그냥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

네가 내 곁에 계속 있어 줬으면 해.

 

다정한 달빛 아래,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억누를 수 없는 설렘과 기쁨이 목소리에 묻어났다.

 

MC : 저도 그래요.

당신이랑 같이 사건을 조사하고, 야식을 먹고, 오토바이를 타며 바람을 쐬는 게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매일매일 이랬으면 좋겠어요.

 

백기 : 그럼, 대답은?

 

발치에 엎질러진 탄산음료 캔이 치익 소리를 냈다.

나는 두 팔을 벌려 그의 품에 안겼다.

 

MC : 당연히 좋죠!

장관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깃털처럼 내 뺨을 스쳤고,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렸다.

 

백기 : 가자.

앞으로의 길은, 늘 함께니까.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앞길은 여전히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우리의 어깨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은 달빛은 서로를 의지하는 그림자를 그려내고 있었다.

 

마치 단단하게 이어질 우리의 미래처럼.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