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起 · 渎神之誓 / 引魂之约】
[백기 · 신을 거스르는 서약 / 영혼을 인도하는 약속]
_25년 할로윈 데이트 번역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프롤로그 / 미니에피소드 ▶https://milkyway-b7.tistory.com/77
1.
시민A : 두 달 전에 기사단이 파견한 정예부대가 악마 토벌에 실패했다면서?
시민B : 보름 전 술집에서 위병대 사람들이 말실수를 했는데, 거의 다 죽거나 크게 다쳤다고 하더군.
시민A : 그, 그럼 그 악마는?
시민C : 신에게 물어봐야지. 성화(聖火)가 그 영혼을 태워 없애진 못해도, 적어도 큰 상처는 줬길 바라는 수밖에......
황금빛 석양이 내린 장터, 나는 시장의 뜬소문을 지나 잠시 발을 멈췄다가, 품 안의 빵을 꼭 안고 교회로 향했다.
대문을 들어서자, 아이들이 반갑게 달려와 내 볼에 얼굴을 비볐다.
아이들 : 수녀님! 돌아오셨어요! 냄새 너무 좋다——
MC : 린, 네가 좀 나눠주렴. 서로 싸우면 안 돼!
그 후, 나는 늘 그랬듯 성당 안으로 들어가 경건히 예배를 드리고, 나이 든 수녀님을 도와 마지막 정리 작업을 마쳤다.
밤이 완전히 내려앉자 아이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남은 빵을 들고 내 방 문 앞에 서서 주위를 살핀 후, 아무도 없는걸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문을 열었다.
?? : 늦었잖아.
한 소년이 한쪽 다리를 올린 채 창가에 앉아, 사과를 베어 먹고 있었다.
등 뒤의 달빛이 그의 얼굴을 어둠 속에 숨겼지만, 그 이색의 눈동자만은 선명히 빛났다.
한쪽은 맑은 달빛 같은 은빛, 다른 한쪽은 투명한 호박빛. 몇 번을 봐도 본능적으로 시선이 끌렸다.
MC : 백기, 오늘은 좀 괜찮아?
그는 대답 대신, 푸른빛이 도는 한 쌍의 반투명한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쿨한 표정을 지으며 훌쩍 내 앞까지 날아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몸을 숙여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백기 : 인간, 역시 네가 더 맛있어.
MC : ......
나는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생긴 균열을 보며 한숨을 쉬곤, 품 안의 빵을 눈앞의 작은 악마에게 건넸다.
MC : 좀 더 먹어야 회복이 빠를 거야.
하지만 날 먹지는 말고,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건드리지 마.
그렇다. 나는 수녀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악마 한 마리를 주웠다.
심지어, 두 달 전 정예 기사단을 모조리 전멸시켰다는 그 악마다.
역시 악마는 악마구나, 이렇게 작은데도 그만큼 강하다니.
그가 심심한 듯 꼬리를 흔들며 능숙하게 빵을 감아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악마와 함께 지내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그를 처음 발견한 건 한 달 전,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그는 단 한 번 내게 물었었다. 왜 자기를 구했냐고.
MC : ......네가 다친 걸 내가 봤으니까?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데, 널 거기에 두고 갈 순 없었어.
?? : 내 모습을 봤을 텐데.
MC : 봤지...... 네 뿔, 날개, 꼬리까지 전부......
하지만, 네가 사실 천사는 원래 이런 모습이야라고 해도 난 믿었을 것 같아.
?? : 난 악마야.
MC : ......그럼 성서 그림이 거짓은 아니었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
MC : 만약 내게 보답하고 싶다면, 앞으로 이곳 사람들만은 다치게 하지 마.
?? : 난 너희 인간들의 규칙 따윈 따르지 않아.
네가 나를 도와준 건, 네 선택이야.
MC : ......
침대 위의 소년은 굳은 얼굴로 날카로운 꼬리를 내 목에 겨눴다.
분명 허약해진 상태이면서도 그 완고한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MC : 그럼 그냥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는 차갑게 나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 꼬리를 거두었다.
그 후로 그는 다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떠나지도 않았다.
아마 그는 내가 그를 어찌할 수도 없고, 동시에 이곳이 상처를 치료하기에 꽤 괜찮은 장소라고 여겼을 것이다——
어쨌든 교회가 다친 악마를 숨기고 있다곤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는 백기라고 했다.
백기 : 너 말고 다른 인간들은 냄새가 역겨워. 마음에 안 들어.
MC : 하지만 악마는 인간을 먹고 살아야 한다며?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창가로 돌아가 몸을 웅크렸다.
백기는 언제나 이랬다. 대답하기 싫은 질문엔 침묵으로 대응했다.
나는 이 별난 악마의 습성에 이미 익숙해졌고,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창틀 앞 책상에 앉아 내 할 일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잠들기 전 기도를 한다.
악마가 곁에 있어도 내 일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저, 매번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깊고 어두운 시선만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면, 언제나 그 강렬하고 뚜렷한 시선이 내게 꽂혀 있었다.
그의 눈빛엔 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침략성을 띠고 있었고, 마치 내 영혼을 탐색하는 듯했다.
백기 : 넌 신을 믿지 않으면서, 왜 이런 걸 해?
MC : ......!
난 수녀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백기 : 네 눈을 보면 알아.
그렇게 말하며, 그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달빛을 받으며 몸을 숙여 나를 응시했다.
백기 : 신을 떠나, 나와 함께 해.
난 네가 꽤 마음에 들어.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눈앞의 잘난 척하는 작은 악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눈부신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한 남자가 가죽 부츠를 신고 냉랭하게 벽 뒤에서 걸어 나왔다.
냉정하고 준수한 얼굴은 윤곽이 뚜렷했고, 거의 똑같은 형광색의 푸른 날개가 그의 등 뒤에 솟아 있었다.
다만 훨씬 거대했고, 수렴하려 하지 않을 만큼 오만했다.
주변의 모든 공기가 굳어버린 듯했고, 남자의 무심한 눈빛은 극도의 압박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움직이지 않고, 그저 무심하게 손가락을 살짝 들어 올려 창가를 가리켰다——
?? : 그를, 돌려줘.
2.
눈앞의 낯설지만 어쩐지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반사적으로 백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비슷한 생김새와 얼굴의 균열, 뿔과 날개의 색, 심지어 그 냉담한 기운까지 완전히 같았다.
설마 이 사람은 백기의...... 아버지......?
희미한 빛이 내 앞과 옆에서 동시에 일렁였고, 크고 작은 두 악마가 서로 대치할 준비를 하는 자세를 취하며, 내가 망설일 틈을 주지 않았다.
온몸이 경직된 나는, 서둘러 그들 사이에서 물러나 문가에 웅크린채, 솔직하고도 무해하게 두 손을 들어 보였다.
MC :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그 아이를 구했을 뿐이에요......
혹시 이 아이를 데려가려는 거면, 전혀 문제없어요.
그래도 혹시 서로 얘기를 나눠보시는 게 어때요......?
닮은 두 얼굴이 똑같이 미간을 찌푸리며, 함께 냉담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MC : ......물론 악마에게도 나름의 방법이 있겠죠. 다만 싸울 거면, 장소를 좀 바꾸는 게 어떨까요?
백기 : 신경 쓰지 마.
백기가 단호하게 날아와 내 손목을 잡았다.
눈부신 빛이 시야를 뒤덮고, 정신을 차렸을 때 주변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유령 같은 음산한 불꽃이 말라버린 숲을 희미하게 태우고 있었고, 먹구름은 어둡고 침침한 하늘 위를 맴돌며 멍하니 서 있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MC : ......백기, 여긴 어디야?
백기 : 우리 집.
전에 싸우다가 실수로 여길 태워버렸거든. 원래는 이렇게 못생기지 않았어.
그는 공중에 떠서, 입꼬리를 살짝 삐죽거리며 말했다.
MC : ......그런데,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지?
백기 :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래서 널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의 당당한 말투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이 악마와 논리로 이야기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특히 어린 악마와는.
?? : 여긴 내 집이야.
차갑고 냉랭한 목소리가 끼어들었고, 고개를 돌리니, 그 잘생기고 차가운 남자가 함께 따라 들어와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우리 앞에 나타났고, 날카로운 손끝이 백기의 가슴을 곧장 찔렀다.
하지만 백기는 예상한 듯, 빠르게 몸을 돌린 후 발끝으로 남자의 팔 위를 밟았다.
오른 주먹은 육안으로 보이는 뜨거운 기류를 휘감고 있었고, 그 기세를 빌려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하지만 남자 또한 그의 기술에 매우 익숙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백기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다음 순간 그를 사정없이 땅에 내리꽂았다.
맹렬한 바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났고, 다행히도 나를 전투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백기의 상황이 걱정되긴 했지만, 지금은 나 같은 인간이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흙먼지를 털어내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본 뒤 거대한 나무 기둥 뒤로 숨었다.
이 낯선 곳이 마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다른 위험한 존재가 있는지 또한 불확실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백기가 어느새 남자의 구속에서 벗어나, 굴하지 않고 남자와 뒤엉켜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순수한 육체와 속도의 충돌처럼, 두 사람의 동작은 점점 빨라졌고, 끊임없이 상대방의 공격을 반복하고 분해했다.
하지만 백기는 결국 어린 악마일 뿐, 점차 힘이 부치는 듯했다.
백기가 몸을 돌리려던 찰나, 남자에게 강한 발차기를 맞곤 멀리 날아가버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고, 망설이다가 결국 걱정에 못이겨 백기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익숙한 표식이 점차 시야에 들어왔다. 메마른 질감이 건물 전체를 얽히고설키며 침식하고 있었고, 가로세로 교차하며 서 있는 상징에도 부패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에 이렇게 낡은 교회가 있었다니.
백기 : 넌 날 없앨 수 없어.

반항적이고 제멋대로인 목소리가 먼지 속에서 울려 퍼졌다.
어둑한 불꽃이 백기의 주위를 떠다니고 있었고, 얼굴의 균열은 더욱 뚜렷하게 벌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도발하듯 혀를 내밀었다.
백기: 나는 네 영혼의 일부야. 너의 조각이라고.
나는 벽 뒤에 숨어 멍하니 있다가, 방금 내가 들은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 : 넌 그저 검(劍)일 뿐이야.
백기: 그게 뭐 어때서.
난 네가 영혼을 분리시켜 만든 무기, 너의 일부야.
나는 너고, 너는 나야.
마치 백기의 말에 응답하듯, 길고 짧은 뿔이 쉴 새 없이 빛났고, 남자의 머리 위 대칭을 이루는 뿔 또한 같은 빈도로 빛나고 있었다.
?? : 난 너처럼 약하지 않아.
백기 : 너도 지금은 별 볼 일 없잖아.
두 악마는 말싸움에서도 서로 지지 않으려 했다.
백기 : 그 기사단 녀석들은 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그들의 마법진이 네 영혼을 공격했고, 그래서 내가 나타난 거야.
네가 날 없애면, 너도 큰 타격을 입을 거야.
?? : 말이 너무 많네.
거의 한순간,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쳐 찢겨진 벽을 따라 백기를 인정사정없이 먼 곳으로 날려 버렸다.
MC : ......
만약 정말 "백기"가 말한 대로, 그가 단지 저 남자의 영혼의 일부분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무사히 떠날 수 있는 거지?
갑자기 짓누르는 듯한 그림자가 내 몸을 덮쳤고,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침묵의 대치 끝에, 나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요염하고도 아름다운 이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MC : ......백 ......기?
백기 : 백기는 내 이름이야. 이 이름으로 다시는 다른 사람을 부르지 마.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백기 : 그가 널 유혹했어.
부러진 십자가가 그의 등 뒤에 매달려, 마치 어떤 종류의 풍자처럼 보였다.
그가 말한 "그"는...... 아마도 그 어린 백기를 말하는 거겠지?
나는 잠시 생각한 뒤, 그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저었다.
백기 : 그가 네 에너지를 흡수했어.
그가 너에게 키스했어.
그는 몸을 숙여 한 손을 내 머리 위를 짚었고, 위험과 압박감이 숨을 멎게했다.
MC : ......우리 교회의 아이들도 자주 그렇게 인사 해요.
백기 : 알아. 하지만 그건 달라.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잘생기고 차가운 얼굴에는 약간의 짜증이 스며들었고, 시선은 내 몸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호박이 달빛을 담아 고정시킨 듯, 냉담함 속에서도 짙고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 한 달 동안, 나는 이 눈동자를 수없이 많이 봐왔다.
분명 눈앞의 사람이 아닌데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두 눈동자 아래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입이 마르고, 마음 속에서도 낯선 초조함이 피어났다.
거의 본능적으로, 나는 두 손으로 목걸이를 쥐고 가슴에 대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차가운 감촉이 내 턱에 닿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의 눈동자는 더욱 밝아졌고, 나의 모든 의지와 시선을 사로잡아 내 온몸을 떨게 했다.
백기 : 네가 원하는게 뭐지?
나는 멍하니 그 짙고 짙은 맑은 달빛 속으로 빠져들었고,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본 것처럼 중얼거렸다——
MC : ......열심히 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3.
백기의 찌푸려진 미간에서, 그가 내 대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꼬마 백기 역시 사라지지 않고, 숲에서 흙먼지를 털어내곤 아무렇지 않게 내 곁으로 날아왔다.
그는 나를 돌려보낼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저 내게 먹을 것을 주며, 계속해서 큰 자기 자신과 싸울 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저 속으로 그들을 각각 백기와 꼬마 백기라고 구분하기로 했다.
꼬마 백기 : 넌 그냥 그 형편없는 마법진에 졌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날 없애려는 거잖아.
백기 : 난 진 적 없어.
꼬마 백기 : 죽지만 않았다고 진 게 아니라면, 나도 지지 않았어.
주먹과 발길이 오가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말다툼은 멈추지 않았고, 꼬마 백기는 이따금 본체인 백기의 사소한 일들을 폭로했다.
알고 보니 악마의 꼬리는 비늘이 벗겨질 때가 있어서, 백기는 심심할 때마다 자주 손질하고 오일을 발라 광을 냈다고 한다.
악마도 은 제품을 만질 수 있지만, 오히려 호두나무에 닿으면 알레르기가 생겨, 백기는 백 년 동안 재채기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의 날개 끝은 간지럼을 잘 타고, 쓴 음식을 먹으면 꼬리 끝이 말려 올라가며, 잠을 거의 자지 않지만 잠투정이 심해 일어날 때는 늘 짜증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백기는 이미 오래 살아서 마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제는 인간의 영혼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력해졌다고 한다.
MC : ...... 그럼 전에 내가 날 먹지 말라고 했을 때, 왜 바로 말해주지 않았어?
꼬마 백기 : 네가 너무 귀여워서.
순간, 바람의 칼날이 스쳐 지나갔고, 꼬마 백기는 고개를 돌려 백기를 바라보았다.
꼬마 백기 : 기습하지 마. 속으로 날 욕하는 거 다 알아.
백기 : 말이 많네.
꼬마 백기 : 내가 하는 말이 바로 네 속마음이잖아.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MC : 악마라는 사실 말고, 기사단이 널 공격할 다른 이유가 있었어?
꼬마 백기 : 그건 원래 예정된 일이었어.
그의 말에 백기는 냉소를 지었고, 꼬마 백기는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꼬마 백기 : 난 싸우는 걸 좋아해. 그게 제일 지루하지 않거든.
하지만 다른 악마들은 너무 약하고, 인간은 강해지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난 그들을 오래 기다렸어.
세대가 바뀌면서 마법진을 연구하고, 강해지는 걸 보고 싶었는데...... 여전히 시시하더라.
나는 말없이 다른 한쪽에 서 있는 백기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고, 그저 담담하게 나를 흘끗 쳐다볼 뿐이었다. 그건 마치 어떤 암묵적인 동의처럼 보였다.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이 싸움 자체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아직 움직이기 전, 나는 먼저 꼬마 백기를 찾아갔다.
MC : 너희 둘이서 매번 싸우느라 이렇게 바쁜데, 사실 나까지 여기에 있을 필요는 없지 않아?
꼬마 백기 : 너희 인간들은 더 많이 알고 싶어 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난 네가 좋아. 그러니까 널 내 곁에 두고 나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너도 나를 좋아하게.
악마의 강압은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며 비이성적이었다. 비록 그가 영혼의 일부일지라도 말이다.
그가 이 말을 할 때, 백기의 모습이 그의 뒤에 숨어, 마치 그 역시 나를 함께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 역시 그들의 결말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생각을 정리하고, 순응하며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매일을 열심히 살고, 제때 기도하기로 했다.
나는 꼬마 백기에게 약간의 식재료와 씨앗을 부탁했고, 그들이 휴전할 때마다 레몬 파이를 굽거나, 이 폐허가 된 숲에서 어떻게 꽃과 풀을 심을지 생각했다.
꼬마 백기는 여전히 내 곁에 찾아왔고, 또 다른 백기는...... 멀리서 묵묵히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두 크고 작은 악마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백기는 어떻게 해도 꼬마 백기를 흡수할 수 없었고, 영혼의 조각은 사방으로 흩어져 타올랐으며, 숲엔 요염하고 제멋대로인 불꽃으로 가득 찼다.
멀리 있는 하나와 가까이 있는 하나, 큰 하나와 작은 하나가 동시에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르게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악마의 유혹을 조심해야 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눈앞의 풍경을 조용히 응시했다. 잠시 후, 나는 생각 끝에 용기를 내어 백기에게 다가갔다.
그는 나무 기둥에 기대어 있었고, 내가 그 근처에 쪼그리고 앉자 나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MC : 이렇게 싸우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 안 될 것 같은데...... 이야기 좀 나눠보는 게 어때요?
백기 : 할 이야기 없어.
MC : 만약 그가 정말 당신의 영혼 조각이자 무기이고, 또 당신의 일부라면......
당신이 그를 인정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의 두 번째 공식적인 대화에, 그는 그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내게 계속 말해보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대담해졌고, 발을 끌며 그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갔다.
MC : 내가 며칠 동안 관찰한 바로는, 그가 좀 더 솔직한 당신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내 말에, 백기는 가늘게 눈을 뜨곤, 내 팔을 가볍게 감아 나를 그에게 가까이 끌어당겼다.
백기 : 그럼 나는 어떤 모습의 그인데?
......더 위험하고, 더 강압적이며, 말하자면...... 행동부터 먼저 할 것 같은 그.
마음속에는 자동적으로 답이 떠올랐지만, 가까이 다가온 그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나는 이 솔직함을 드러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의 칼날이 휙 하고 날아와, 그의 이마 모서리를 도발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꼬마 백기 : 그녀에게 손대지 마.
어린 목소리에 백기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냉정한 얼굴엔 갑자기 매혹적인 유혹과 오만함이 더해졌다.
나는 그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그가 꼬마백기는 무시한 채 커다란 손으로 나를 세게 끌어안았고, 나는 그 미소에 빠져들어 그를 내버려두었다.
백기 : 넌 신의 사제잖아. 악마의 편을 들다니.
두렵지 않아?
나는 그 두 눈동자에 빠져들었고, 가슴 앞의 목걸이를 꽉 쥐며,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MC : ...... 물론 두려워요. 하지만 저도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죠.
만약 당신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친절하게 절 다시 돌려보내 줄지도 모르잖아요?
꼬마 백기 : 왜 돌아가? 저 녀석도 널 좋아하는데.
등 뒤에서 지극히 가까운 목소리가 불쑥 울렸고, 나는 멍하니 고개를 돌려 똑같지만 또 다른 눈동자 한 쌍에 빠져들었다.
꼬마 백기는 턱을 괴고 공중에 떠 있었고, 멋지게 입꼬리를 올렸다.
꼬마 백기 : 우린 같아. 하나의 영혼이지.
내가 느낀 건 그도 느끼고,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도 하고 싶은 일이야.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건, 그도......
불어닥친 바람이 꼬마 백기의 입속으로 들어갔지만, 오히려 그는 정면에서 더욱 도발적으로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감싸안으며, 뒤쪽에 있는 사람을 곁눈질했다.
바람과 불꽃, 달과 호박, 이 모든 것이 나를 감싸안은 순간, 마치 그들이 본래 하나의 사물인 것처럼 보였다.
꼬마 백기 : ...... 그녀의 욕망은 정말 맛있어.
백기 : 네가 말할 필요 없어.
꼬마 백기 : 네가 말하지 않는 일들을, 나는 그녀에게 기꺼이 전부 다 말해줄 거야.
꼬마 악마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은 백기가 나를 내려다볼 때 터져 나오는 빛무리처럼 빛났다.
꼬마 백기 : 넌 신을 믿지 않아.
나의 모든 마음과 정신은 그에게 단단히 묶인 채로, 그저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MC : ...... 그래, 난 어릴 때 악마를 본 적이 있어.
악마가 있다면, 신도 있겠지. 하지만 신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어.
아무리 간절히 불러도, 우릴 구원해 주지 않았으니까.
백기 : 그럼 왜 기도하는 거지?
꼬마 백기의 입이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마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MC : ...... 그건 신에게 말하려고요. 당신의 가호가 없더라도, 나는 열심히 살아갈 거라고.
나는 착한 사람이 되겠지만, 그건 당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내 의지로 그렇게 하는 거라고.
백기 & 꼬마 백기 : 악마를 구한 걸 후회해?
크고 작은 목소리가 하나로 겹쳐져 내 영혼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고, 나의 마음을 발가벗겨 놓았다.
MC : ...... 후회하지 않아. 난 그저 생명을 구했을 뿐이야. 그게 인간이든, 악마든 상관없어.
가벼운 웃음소리와 함께, 순간 꼬마 백기의 몸이 희미하게 투명해졌다.
세상에는 오직 한 쌍의 눈만이 남았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속박당했고,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으며 뜨겁고 열렬한 숨결이 나의 세계로 밀려들어 왔다.
멀리 떨어진 부서진 십자가는 그의 등 뒤로 완전히 가려졌고, 목걸이를 꽉 쥐었던 두 손은 그의 손가락과 얽혔다.
나는 짙은 호박색 속으로 떨어졌고, 위험한 환희와 욕망에 완전히 젖어 들었다.
——신이시여, 저는 이제, 타락을 선택하려 합니다.
4.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눈을 뜨자, 짙고 짜릿한 시선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다시 그 달콤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 자신을 잃을까 두려워, 황급히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도망쳤다.
악마는 너무나 무섭다.
네가 타락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알아차린 순간, 그는 네 영혼을 빼앗으려 드니까.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꽉 모아서 쥐고, 눈앞의 십자가를 향해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신은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걸.
그 어두운 시선 속에는, 온통 백기의 얼굴뿐이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신비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듯,크고 작은 백기들은 더 이상 서로에게 날을 세우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내가 부숴서 무너진 신상의 조각들로 가득한 꿈을 꾸곤 했는데, 깨어나면 흐릿해지던 이전의 꿈과는 달리, 최근의 꿈은......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그 꿈속에서, 나는 백기의 다가오는 숨결과 긴 속눈썹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매끄러운 손끝이 내 목덜미를 스치고, 꼬리는 내 허리를 감으며 설명할 수 없는 초조함과 전율을 일으켰다.
너무나 선명해서, 나는 그 요염하고 깊은 눈동자 속에서 두 손을 뻗어 그를 꼭 끌어안았고,
뜨겁게 얽히는 열기 속에서 계속 커져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 그이기도 했다.
욕망은 달콤하고 아름다워서, 나는 그에게 이끌려 눈부시게 매혹적인 소용돌이 속으로 계속해서 빠져들었다.
바람은 원래 소리가 없지만, 서로를 스칠 때엔 방자하고 탐닉하는 듯한 낮은 신음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내 그 소리는 또다시 내 입술과 혀 사이로 밀려들어와, 그의 심술궂은 손가락 끝과 함께 또 다른 격렬한 폭풍을 일으켰다.
온몸이 본능적으로 떨려왔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더 세게 끌어안는 동시에,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MC : ...... 다행이다. 그냥 꿈이라서.
백기 : 꿈밖이 너무 시끄러워, 해결하고 나서 얘기하자.
그의 입꼬리가 자유분방한 호선을 그렸고, 입술은 만족하지 못한 듯 계속해서 밀착해왔다.
재빠른 혀끝이 내 혀를 핥았고, 마치 내 영혼을 조금씩 먹어 치우는 것 같았다.
백기 : 난 인간의 꿈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널 보고 싶었어.
MC : ...... 다른 인간의 꿈도 이렇게 죄악으로 가득해......?
백기 : 몰라, 들어가 본 적 없고, 관심도 없어.
하지만 네 꿈에 오는 느낌이 이렇게 좋을 줄은 나도 몰랐어.
나가고 싶지 않아......
네가 널...... 유혹하게 해 줘.
축축하고 뜨거운 세계가 나를 덮쳤고, 그의 목소리도 끈적하게 번져왔다.
그의 등 뒤 날개가 펼쳐지며, 현혹적인 형광빛을 냈고,
나는 그저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고, 머릿속의 마지막 이성만을 간신히 유지했다.
MC : 꿈속에서 나를 유혹하지 마......
하지만 나의 중얼거리는 저항도 그의 웃음 속에 삼켜져, 더욱 애매모호한 숨소리로 바뀌었다.
백기 : 아니, 나를 유혹한 건 너야.
나는 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잠에서 깨어났다.
비록 꿈일 뿐이지만, 더 이상 크고 작은 백기들의 눈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더욱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질 뿐이었다.
오히려 내 곁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내 새끼손가락을 살짝 걸며 웃었다.
......악마는 다른 사람의 꿈을 알 수 없을 텐데?
나는 내가 악마에게 이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때까지 이런 날들이 계속될 줄 알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백기가 내 앞에 나타나, 도망치려는 나의 발걸음을 막아섰다.
백기 : 널 교회로 데려다줄게.
MC : ......!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순간이 실현되려 했지만, 눈앞에 다가온 얼굴을 보며, 내 마음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꼬마 백기 : 기사단 사람들이 또 몰려왔어.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해.
그러니 널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야.
백기 : 넌 말이 너무 많아.
꼬마 백기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걱정하게 할 순 없잖아, 내가 그들을 처리하고 나서 너를 데리러 갈게.
백기 :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나가.
MC : ......풉.
크고 작은 친구들의 보기 드문 말다툼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인간과 악마의 대립은 내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런 중대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결국 내 앞에 서 있는 건, 단지 심심해서, 싸움을 즐기려고 인간을 키우는 지루하고 멋진 악마일 뿐이니까.
나는 백기가 걱정되어 무의식적으로 그를 힐끗 쳐다봤고, 그는 나의 시선을 민감하게 포착했다.
커다란 손을 뻗어 휘두르더니, 순식간에 나를 그의 품에 끌어안았다.
백기 : 내가 걱정돼?
MC : 아, 아니, 넌 엄청 강하잖아.
꼬마 백기 : 날 신경 쓰는 거구나!
MC : ...... 아직 생각 중이야.
꼬마 백기 : 네가 날 좋아하게 된 거야!
MC : ...... 그냥 좀 신경 쓰이는 것뿐이야!
내가 내는 목소리에는 아무런 기세도 없어서, 백기 얼굴의 웃음이 점점 더 짙어졌다.
백기 : 그냥 신경 쓰이는 것뿐이라고?
MC : 이럴 때만 같은 편에 서서, 같이 괴롭히지 마!
꼬마 백기 : 하지만 난 널 괴롭히는 게 좋아.
꼬마 백기는 장난스럽게 날개를 펄럭였고, 꼬리를 친근하게 내 허리에 감아,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MC : ...... 얘 좀 말려봐요.
백기 : 못 말려.
그는 나른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시선을 곧바로 나에게 내리깔았다.
백기 : 나는 좋아해.
한바탕 소동 끝에, 나는 교회로 돌아왔다.
백기가 떠난 후,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왠지 모를 얼떨떨함을 느꼈다.
MC : ...... 이렇게 긴 시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내가 대강당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이 기뻐하며 빠르게 달려왔다.
나는 그저 실수로 멀리 있는 와인 농장의 마차를 잘못 탔다고 얼버무렸다.
늙은 수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고, 목소리에는 몇 마디 하고 싶은 말을 감춘 듯, 그저 내가 갑자기 사라진 세 달 동안 모두가 걱정했다고만 말했다.
평온한 일상이 다시 시작된 듯했지만, 시장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이 조용히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부인할 수 없이 인정했다——나는 그 지독한 악마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나를 찾아온 건 그가 아닌...... 기사단이었다.
사제 : 당신은 아무런 이유 없이 세 달 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우리는 당신이 이단과 접촉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할 이유가 있습니다.
성기사단의 이름으로, 무의미한 저항을 포기하고 우리와 함께 이단 심판소로 가서 당신의 죄를 참회하십시오!
경비병들은 나의 저항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를 들어 올렸다.
나에 대한 기소는 아무런 증거도 없었지만, 단지 내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상황만으로 나를 감옥에 던져 넣었다.
애초에 아무도 내게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고, 어쩌면 관심조차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유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싶었을 뿐이다.
거대한 광장, 기사단의 휘장이 빛을 발했고, 사람들의 침묵하는 시선의 뒤로, 여전히 침묵하며 굽어보는 신이 비치는 듯했다.
나는 십자가 모양의 형틀에 묶여, 놀라거나 불안해하거나 혹은 분노하는 얼굴들을 보며 기이한 분노를 느꼈다.
내가 정말로 악마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화염 속에서,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MC : 신이여, 당신은 단 한 번도 인간을 돌보거나 구원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믿지 않으며,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신이 되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할 것입니다.
나는 이토록 간절하게 외친 적도, 불꽃 속에서 이토록 선명하게 나 자신의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
MC : 나는 누구도 해치지 않았으며, 떳떳합니다.
단호한 목소리가 맹렬한 불길을 뚫고 광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소리쳤고, 나를 악마의 권속이라고 부르거나, 이미 악마로 타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불꽃이 나무 장작을 타고 내 몸 가까이 타올랐고, 나는 그저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왠지 모르게 백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온 악마는 인간의 죽음 따위에 슬퍼하지 않겠지.
MC : 일찍 알았더라면, 나도 널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해줄 걸 그랬어......
백기 : 들었어.

타는 듯한 느낌보다 한발 앞서 피부에 닿은 것은, 거세고 서늘한 바람이었다.
불꽃의 뜨거운 온도가 조금 약해진 것 같아, 나는 조심스럽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크고 작은 익숙한 두 그림자가 시야 전체를 가득 채웠다.
강풍이 그들의 머리카락 끝을 흩날렸고, 똑같은 깊고 어두운 두 쌍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나는 그 눈동자 속에서, 불꽃보다 더 강렬한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고, 그것이 그를 불태울 것만 같았다.
이미 가라앉았던 심장이 순간 맹렬하게 뛰기 시작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백기가 나를 향해 살짝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콰앙——"
그가 내 몸의 쇠사슬을 잡고 손목을 한 번 돌리자, 굵고 무거운 구속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사지가 갑자기 가벼워졌고, 동시에 또 다른 힘이 안정적으로 나를 받쳐주었다.
고개를 숙여 보니, 꼬마 백기가 내 두 다리를 꽉 붙잡고, 솟아오르는 불꽃을 막고 있었다.
더욱 거센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
MC : ...... 당신, 당신이 왜......
백기 : 내가 널 데리러 오겠다고 말했잖아.
신이라 할지라도, 고개를 숙여야 할 거야.
쓰러진 깃발,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사람들, 점점 사그라드는 불꽃...... 그의 바람은 마치 주인의 의지를 담은 듯, 그의 눈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전부 파괴하려 했다.
위병 : 백기다, 저놈은 인큐버스야, 저 수녀는 역시 오염되었어!
인큐버스?
하지만 주변의 모든 상황은 내가 멍하니 있을 틈을 주지 않았고, 기사단 사람들은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며 대열을 갖추어 우리를 둘러쌌다.
암홍색 빛이 솟아올랐고, 바람 속에서 차가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기 : 그녀를 잘 보호해.
꼬마 백기 : 말 안 해도 알아.
다리 위의 감촉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날카로운 장검이 백기의 손에 나타나 눈부신 청색 빛을 발했다.
이 순간, 오랜 싸움은 마침내 한 조각으로 합쳐지며 막을 내렸다.
백기 : 눈 감아.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고, 나 또한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찢어지는 소리와 비명이 울려 퍼지고, 타는 듯한 기운이 온 세상을 뒤덮더니, 순식간에 부패한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다음 순간, 나는 내가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온몸이 은은하게 뜨거워졌다.
MC : ...... 듣기로 인큐버스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고, 욕망과 생각을 증폭시킨다고 하던데.
바람 소리가 잔잔하게 들렸다. 그는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의 시선이 내게 내려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백기 :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MC : 당신은 내게 인큐버스의 힘을 쓴 적이 있나요?
백기 : 있어, 네가 진심을 말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힘은 쓴 적 없어. 다만, 그저 꿈속에서 너를 보러 갔을 뿐이야.
MC : ...... 꿈속 ...... 은 ...... 진짜......
나는 문득 눈을 크게 뜨고, 그 짙은 호박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달빛의 맑은 빛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더욱 사람을 현혹하는 묘한 매력을 만들어 냈다.
백기 : 네 생각은 어때?
그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나를 내려놓더니, 두 손으로 내 양옆을 짚으며 몸을 숙였다.
어느새, 우리는 익숙한 허물어진 교회로 돌아와 있었다. 십자가는 내 옆에 우뚝 솟아 있었지만, 악마가 내 모든 시야를 채웠다.
백기 : 다시 말해봐.
MC : ...... 뭘?
백기 : 날 좋아한다고 말해.
뜨거운 숨결이 꿈속처럼 내 목덜미를 스치고, 내 입술에 닿아 전율을 일으켰다.
MC : ...... 그럼 당신은요?
백기 : 나는 처음부터 아주 분명하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은 자연스럽게 뒤섞인 혀와 입술처럼, 교환되는 숨결을 따라 달콤하고 긴 키스 속에서 어지럽게 흩어졌다.
꿈보다 더 현실적이었고, 망상보다 더 자극적이며 뜨거웠다.
백기 : 널 좋아해, 널 유혹하고 싶고, 너에게 또 다른 힘을 사용하고 싶어.
MC : ...... 난 이미 당신에게 유혹당했어요.
백기 : 아니, 우리는 더 이상 예전의 우리와는 달라.
MC : ......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백기 : 나도 알고 싶어.
그는 두 날개를 펼쳐 모든 것을 가렸다.
손가락 끝은 나의 엇갈린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나와 깍지를 끼고, 탁자 위에 닿았다.
마치...... 오직 나와 그만을 위한 기도처럼.
나는 그 격렬한 호박색에 잠겨들었고, 모든 의지는 그에게로 향하며, 그의 손길과 침입을 갈망했다.
백기 : 날 좋아해?
MC : ...... 좋아해요.
백기 : 정말 사랑스러워.
촉촉한 키스와 뜨거운 욕망이 나에게 쏟아져 들어왔고, 그의 영혼은 나의 영혼과 뒤섞여 같은 온도로 녹아들었다.
백기 : 함께 마지막까지 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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