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_추수의 약속(秋收之约) 데이트

【白起 · 岁穗同心 / 秋收之约】

[백기 · 풍년을 기원하는 한마음 / 추수의 약속 ]

_25년 농부 백기 번역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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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미니에피소드 ▶ https://milkyway-b7.tistory.com/62

 

1.

푸른 산봉우리 사이로 픽업트럭이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린다.

양옆의 푸른 산들은 뒤로 빠르게 흘러가며, 서로 뒤엉켜 에메랄드빛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나와 백기는 트럭 짐칸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고, 무릎에는 우유와 달걀이 담긴 상자가 닿아 다리가 저릿했다.

옆에 놓인 닭장 속 토종닭들은 날개를 퍼덕이며 꼬꼬댁 울었고, 요란한 엔진 소리와 섞여 자연스레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다.

 

MC : 요즘 어디서 일해요?

 

백기 : 연모시 오토바이 공장에서.

 

MC : 그럼 한 달에 얼마나 버나요?

 

백기 : 일한 만큼 받아. 많이 하면 많이 벌고.

그래도 요즘 성과가 괜찮아서 곧 반장으로 승진할 거야. 그러면 월급도 더 오를 거고.

 

그의 현실적인 대답에 나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며 몇 가지 더 캐물었고, 그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MC : Ok, 전부 다 대답했어요! 이제 선배가 물어볼 차례예요!


백기 : 농장에 도착하면, 들르는 김에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창가의 풍경소리가 맑게 울렸고, 나는 아이보리빛 카펫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가 접어둔 티셔츠를 받아 여행 가방 속에 가지런히 넣었다.

 

MC : 에, 어디요?

 

백기가 휴대폰을 꺼내, 지도 위에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회색 아이콘 하나를 가리켰다.

 

백기 : 작은 마을이야.

좀 외진 곳이지만 경치도 좋고, 마을 사람들도 정이 많아.

며칠 놀다 가는 거 어때?

 

MC : 좋아요. 그런데 보니까 여긴 관광지도 아닌 것 같은데, 이곳을 어떻게 아는 거예요?

 

백기 : 나한테 나뭇잎 피리 부는 법 가르쳐 준 아저씨 기억나?

 

나는 잠시 멍해졌고, 작년 겨울, 전통 의상을 입고 창가 잔디밭에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귓가에는 맑고 길게 울리던 휘파람 같은 음색이 다시 울려 퍼지는 듯했고, 살구 향기와 햇살의 기운이 코끝에 다시 스며드는 듯했다.

(*행복을 찾는 약속(觅喜之约) 데이트 ▶ https://milkyway-b7.tistory.com/4)

 

MC : 당연히 기억하죠. 그 잠복 임무 때 알게 된 아저씨 말이죠?

 

백기 : 맞아. 그때 내가 그 아저씨 댁에 신세를 졌는데, 가족분들이 정말 잘 챙겨주셨어.

아저씨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전통 가락을 따라 부르다가, 흥이 나면 나뭇잎을 따서 나한테 피리 부는 법을 가르쳐 주시곤 했었어.

아주머니는 무릎이 안 좋으신데도 지팡이 짚고 밭에서 채소를 따와, 장작불에 끓인 생선요리를 해주셨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고, 목소리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부드러움이 묻어 나왔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번졌다.

 

MC : 우리 언제 출발해요?

 

백기 : 농장 활동 끝나면 바로. 이미 차도 불러놨어.

 

그 순간, 그의 말투가 약간 머뭇거렸다.

 

백기 : 그런데, 그분들은 내가 특파팀 소속이란 걸 모르셔.

그래서 이번에 갈 때도, 우리가 신분을 좀 숨겨야 해.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MC : 그럼 그때도 위장을 했던 거예요? 어떤 모습이었어요? 저도 보고 싶어요~

 

백기 : 그냥 평범한 건설 노동자였어. 말도 없고, 잘 웃지도 않는 그런 사람.

 

백기가 어깨를 굽히고 굳은 표정으로, 무뚝뚝한 연기를 해 보였다.

하지만 내 눈길과 마주치자 곧바로 무너져 웃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내 눈을 가리려 했다.

 

백기 : 안 돼, 네가 그렇게 보니까 도저히 안 되겠어.

 

MC : 풋, 백 경관님의 위장 실력은 아직 멀었네요.

 

백기 : 맞아. 그러니까 네가 좀 더 도와줘야 해.


그렇게,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는 커플이라는 가짜 신분을 만들었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내내 서로 말을 맞추었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픽업트럭은 이끼로 덮인 돌다리 앞에 멈춰 섰다.

 

 

백기는 닭장과 우유 상자를 챙겨 들고, 익숙한 듯 골목을 몇 번 꺾어 돌아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나무 문 앞에 다다랐다.

나무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한 아주머니가 허리를 굽힌 채 나무 갈퀴로 옥수수 더미 속에 얕은 고랑을 파고 있었습니다.

 

백기 : 아주머니, 여자친구랑 같이 왔어요.

 

 

 


 

 

 

2.

아주머니 : 얼른 와서 좀 먹어봐. 이거 다 농약 안 치고 키운 거라 건강에도 좋단다!

 

소박한 방 안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고, 벽에는 누렇게 바랜 통통한 아기 그림의 연하장이 붙어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땅콩, 해바라기씨, 볶은 밤이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두 개의 투박한 도자기 그릇을 더 가져왔다.

우물물에 담가 식혀둔 녹두죽은 옅은 붉은색을 띠고, 투명한 물방울이 그릇 바깥 가장자리에 물 자국을 남겼다.

 

백기 : 아주머니, 저희 점심 먹고 왔어요. 정말 배 안 고파요.

 

아주머니 : 안 돼, 배가 안 고파도 조금은 먹어야지. 너희 둘, 너무 마른 것 같아.

 

백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볶은 밤을 집어 까기 시작했고, 나는 살짝 입가를 올리며 녹두죽을 한 모금 마셨다.

차갑고 달콤한 기운이 몸속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MC : 감사해요, 아주머니. 이 녹두죽, 공장 식당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아주머니 : 맛있으면 더 먹어도 된단다. 솥에 아직 남아 있으니까.

그런데, 너희 둘 지금은 어느 공장에서 일하니?

 

왔다.

나는 재빠르게 백기를 향해 눈을 깜빡이며, 침착하게 "모범 답안"을 말했다.

 

MC : 시내에 있는 오토바이 공장이요.

 

아주머니 : 오토바이 공장 좋지. 기술도 배울 수 있고, 안정적이고.

 

아주머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잔주름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아마 월급, 숙소, 식사 같은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아주머니 : 그럼 너희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니?

 

......엥?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이 질문은 준비하지 못한 거였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만났다고 하면 되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이어가야 하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그릇 가장자리를 문지르며, 머릿속으로 대답할 말을 정리했다.

 

백기 : 제가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이 사람을 알게 되었어요.

 

차분한 목소리가 한발 앞서 울려 퍼졌고, 백기는 까놓은 밤을 작은 그릇에 담아 내 손 옆으로 밀어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받았다.

 

백기 : 이 사람은 저희 공장의 꽃이에요. 일도 잘하고, 매년 "우수 직원" 상을 받거든요.

 

아주머니 : 아이고, MC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공장의 꽃이구나.

예전에 우리 백기(阿起)가 마을에 있을 때도 다들 잘생겼다고 칭찬했는데, 너희 둘 정말 잘 어울려.

 

얼굴에 열기가 올라왔지만, 백기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백기 : 한 번은 비 오는 날, 이 사람이 자기 몸은 다 젖으면서도 고양이한테 우산을 씌워주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제 겉옷을 빌려줬어요.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렸다.

비 오는 날의 기억,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장면들이 떠올랐다.

 

슬쩍 눈을 들어 백기를 보니,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백기 : 그리고 공장에서 다시 만났고, 이후로는 제가 적극적으로 따라다녔어요.

 

귀가 숯불에 그슬린 듯 뜨거워졌다.

그 비 오는 날 급하게 떠나갔던 청춘의 모습이, 눈앞의 늠름한 청년과 겹쳐 보였다.

다만 그의 눈썹 사이에 있던 경계심과 거리감은, 시간의 위로 속에서 지금의 확신과 당당함으로 변해 있었고,

나는 웃음을 참으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아주머니의 시선이 놀리듯 우리 사이를 오가는 것을 눈치채고, 아주머니가 더 추궁하기 전에 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MC : 아주머니, 올해 밭 수확은 어때요?

 

밭일 이야기가 나오자, 아주머니의 눈이 반짝였다.

 

아주머니 : 올해는 풍년이라, 곡식이 아주 잘 자랐단다. 좋은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거야.

 

백기 : 다행이네요. 그런데 아저씨는 왜 계속 안 보이세요? 아직 밭에 계시나요?

 

아주머니는 땅콩 한 움큼을 집어 들곤, 고개를 숙인 채 땅콩 껍질을 까 알맹이를 빈 접시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었다.

 

아주머니 : 너네 아저씨는, 둘째 큰아버지 댁에 마실 나갔어. 조금 있으면 알아서 돌아올 거야.

곧 점심시간이니까, 넌 MC 데리고 논에 가서 물고기 좀 잡아 와. 저녁에 장작불 생선 요리해 줄 테니까!

 

 

좁은 길을 따라 뒷산의 계단식 논으로 가자, 무겁게 익은 벼 이삭들이 황금빛 카펫처럼 산골짜기를 덮고 있었다.

벼의 청량한 향기 속에서, 우리는 좁은 논둑 위를 한 사람씩 걸어갔고, 나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백기의 등을 쿡 찔렀다.

 

MC : 아까 아주머니 앞에서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어냈어요!

 

백기 : 상황이 급했으니까, 특별 처리한 거야.

그리고 딱히 거짓말한 것도 아니잖아. 사실을 기본으로 개념만 약간 바꾼 거지.

 

MC : 그 그렇긴 하지만...... 다음엔 저한테 미리 "신호"라도 좀 줘요.

전 우리가 일하면서 만났다고 말할 뻔했잖아요!

 

백기 : 괜찮아, 그렇게 말해도 돼. 그냥 그분들에게 내가 지금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

나중에 또 물어보셔도, 티 나지 않게 할 수 있거든.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백기 : 어쨌든 너와 관련된 일은, 내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의 눈에 감출 수 없는 자랑스러움이 담긴 것을 보자, 내 마음은 부드러워졌다.

이런 백기에게는 도무지 이길 수가 없어, 나는 그를 살짝 밀며 앞으로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저씨네 논에 도착했다.

 

벼들은 이미 무르익어 물속에 황금빛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논둑 위에 서서, 벼 뿌리 아래에 숨어 있는 물고기들을 보며 고민했다.

 

MC : 그러고 보니...... 물고기는 어떻게 잡죠?

 

백기 : 그냥 날 따라 하기만 하면 돼.

 

백기는 신발을 벗고 논으로 들어갔고, 몸을 숙여 능숙하게 내 바짓단을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려 준 후,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백기 : 이리 와.

 

나는 신발을 벗은 후 그의 손을 잡고 논에 발을 디뎠다.

햇볕에 데워진 물은 따뜻했고, 바닥의 부드러운 진흙이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내가 진흙 속을 걷는 것에 익숙해지자, 백기는 논 한가운데로 걸어가 허리를 굽히고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기 : 물고기 잡는 법은...... 간단해.

물고기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손을 뻗으면 돼.

이렇게.

 

그가 손목을 맹렬하게 아래로 내리꽂았다가 다시 들어 올리자,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의 손을 벗어날 순 없었다.

 

MC : ......

 

눈앞에서 3초도 안 되는 "시범"을 보고, 나는 백기와 눈을 마주치며 한숨을 쉬었다.

 

MC : 제, 제가 먼저 해볼게요.

 

나는 그가 했던 것처럼 허리를 굽히고 논을 잠시 살펴보다, 벼 뿌리 근처에서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몇 걸음 다가가 손끝에 비늘이 닿았지만, 힘을 주기도 전에 물고기는 "슉" 하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고, 기포만이 남았다.

몇 번이나 반복되자 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다시 목표를 찾으려던 순간, 백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기 : 여기 큰 물고기 있어, 우리가 포위하자.

 

MC : 알았어요!

 

나는 그가 손짓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고, 숨을 참으며 수면 위로 물결이 퍼지는 곳을 주시하며 손을 맹렬하게 물속에 꽂았다——

차가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지고, 손가락 안쪽이 미끄러운 무언가에 닿았다!

나는 두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들고, 기쁘게 백기에게 흔들어 보였다.

 

MC : 잡았다! 선배, 이거 봐요——

 

물고기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자, 흙탕물이 내 얼굴에 튀었다.

내가 손에 힘을 풀자, 물고기는 공중에서 은빛 선을 그리며, 다시 물속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한 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눈앞의 벼 이삭들이 살짝 흔들렸다.

 

도망치던 물고기는 마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 듯, "툭" 소리와 함께 내 발 옆에 놓인 물고기 통 안으로 떨어졌다.

 

백기 : 봤어. 아주 통통한 물고기를 잡았네.

 

나는 고개를 숙여 통안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바라보았고, 눈을 깜빡이며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MC : 이것도 잡은 걸로 쳐줘요? 분명 어떤 "착한" 바람이 도와준 건데.

 

백기가 내 옆으로 다가왔고, 햇빛이 그의 뚜렷한 윤곽을 감싸며 그의 쇄골 위에 잘게 부서지는 빛을 만들었다.

그는 티셔츠를 들어 내 얼굴의 흙탕물을 닦아주며,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백기 : 당연하지. 바람은 항상 네 힘이었으니까.

 

나는 웃으며 물고기 통을 들고, 논 깊숙한 곳으로 몇 걸음 더 나아갔다.

 

MC : 그럼 바람이 저를 좀 더 많이 도와주도록 해야겠어요!

 

 

 


 

 

 

3.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쯤, 우리는 잡은 물고기를 한가득 들고 작은 마당으로 돌아왔다.

백기가 막 문을 열려던 순간, 안쪽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 ……이렇게 많은 벼들을 전부 당신 혼자 수확해야 한다니, 어떻게 감당하려고요?

 

희미한 불빛이 문틈으로 새어 나왔고, 허리가 굽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아저씨 : 됐어, 내가 방법을 더 생각해 볼게.

얘들 앞에서는 이 얘기 하지 마.

 

아주머니 : 알았어요. 안 그래도 애들이 바깥에서 고생이 많은데, 괜한 걱정까지 하게 할 순 없죠.

 

백기는 문고리에 얹었던 손에 살짝 힘을 주고는, 곧장 문을 열고 마당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저씨 : 오, 우리 백기(阿起) 왔구나. 어서 와라, 네 아주머니가 다 준비해 놨다. 이제 물고기만 넣으면 돼.

 

백기 : 물고기는 나중에 신경 쓰세요, 밭 상황이 어떻게 된 거예요?

 

아저씨 : 무슨 상황이긴, 괜찮아.

 

백기 : 방금 다 들었어요.

 

아저씨가 말없이 침묵하자, 아주머니가 앞치마로 손을 닦으며 애써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아주머니 : 별일 아니야. 아저씨가 연초에 비를 맞은 뒤로, 오래된 냉증(老寒腿)이 도져서 밭일하는 게 조금 버거워서 그래.

원래는 둘째 큰아버지 댁이랑 이야기해서, 그 집 수확 끝나면 와서 좀 도와주기로 했었거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 집 수확기가 밭에서 고장 나는 바람에, 그 집도 사람을 고용해야 할 처지가 돼서, 우리를 도울 여유가 없어졌지 뭐니.

 

백기의 얼굴에 걱정이 스쳤고, 그는 아저씨 발 옆에 놓인 낫과 숫돌을 흘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백기 : 전처럼 제가 도와드리면 되잖아요?

 

아저씨 : 넌 도시에서 오래 있어서, 못 버텨.

게다가 너희는 놀러 온 건데, 우리가 어떻게 너희에게 이런 일을 시키겠니.

 

백기 : 할 수 있어요. 내일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 사람은 서둘러 돕고 싶어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뿐이었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서로 뻣뻣하기만 했다.

나는 곧게 다문 백기의 입가를 보며, 웃음을 띠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손에 든 물고기 통을 흔들며 말했다.

 

MC : 아저씨, 오늘 저희가 물고기도 이렇게 잘 잡았는데, 벼 베기도 틀림없이 잘할 거예요.

이렇게까지 사양하시면서 저희 보고 돕지 말라고 하시면, 이 물고기도 저희가 먹기 죄송해져요.

 

아저씨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내 얼굴의 웃음을 보곤 뭔가 말하려다 삼키고는 그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 : 허참, 그럼 잘 부탁하마.

 

 

다음 날 이른 아침, 하늘이 막 밝아올 즈음, 우리는 이미 벼 이삭이 물결치는 논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백기가 먼저 수확하는 방법을 시범 보인 뒤, 나는 낫을 움켜쥐고 벼 이삭 쪽으로 손을 뻗었다.

 

MC : 이삭의 아래쪽을 움켜쥐고, 낫은 땅에 비스듬히 붙인 다음, 힘껏……

 

"쓱"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줌의 벼가 내 손에 베어졌고, 싱싱한 볏짚의 청량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신기함과 성취감이 순식간에 밀려와, 나는 묵직한 벼 이삭을 들어 올리며 백기의 집중된 시선과 마주쳤다.

 

MC : 어때요?

 

백기 : 응, 힘도 정확도도 다 괜찮네. 이제 "졸업"해도 되겠다.

 

MC : 그럼 이쪽 논은 제 거예요. 저 신경 쓰지 말고, 선배는 저쪽으로 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맞은편 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역시 다시 시선을 돌려 눈앞의 논에 집중했고, 낫이 오르내릴수록 내 뒤에는 작은 볏단들이 점점 쌓여 갔다.

 

하지만 곧 아침 이슬이 햇볕에 증발해 점차 수증기로 변하자, 등에 옷이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숨이 막혔다.

손은 점점 무거워졌고, 손바닥은 낫 자루에 쓸려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허리는 마치 녹슨 쇠막대기가 끼워진 듯, 굽힐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작은 논두렁 한 줄을 겨우 수확하고 허리를 폈을 땐, 눈앞의 벼 물결이 빙글빙글 돌고, 귓가에는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농사일이 힘들다는 것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직접 해보니 그 고됨이 몸 깊숙이 와닿았다.

 

MC : 안 되겠다, 잠깐 앉아야겠어……

 

나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다리를 끌며 논 옆의 작은 나무 그늘 아래로 가서 앉았다.

꽤 한참을 쉰 뒤에서야 어지럼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백기 : 괜찮아?

고개를 들어 보니, 백기가 갓 베어낸 볏짚을 한가득 어깨에 메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거운 짐이 그의 넓고 두터운 어깨를 눌러 살짝 휘어졌지만, 그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앞머리는 땀에 젖어 피부에 달라붙었고, 날카로운 턱 선은 단단하게 조여졌으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목젖이 미세하게 오르내리며, 더욱 거칠고 자유분방해 보였다.

 

그의 흰색 민소매티셔츠는 일하기 편하도록 허리 옆에서 매듭지어져 그의 탄탄한 아랫배를 드러냈고,

땀방울이 근육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려, 햇살 아래 복근이 꿀색 광채를 띠며 땀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났다.

 

내 심장은 영문도 모른 채 괜히 반 박자 빨라졌고, 얼굴에도 열기가 퍼져나갔다.

그의 뒤쪽을 바라보니, 아저씨 댁 논은 이미 그가 다 수확해 두었고, 베어둔 볏단 묶음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MC : 벌써 이렇게 많이 수확했어요?!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백기 : 괜찮아. 예전에 임무 때문에 가을 추수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저씨를 따라서 해 본 적 있어.

다만 너무 오랜만이라 손이 좀 굳어서, 오후쯤엔 좀 더 빨라질 거야.

 

그가 볏단을 내려놓는 순간, 그의 손가락 사이에 빨갛게 달아오른 부분과, 마디 굵은 손가락에 흰 상처들이 더 생긴 것을 분명히 보았다.

 

MC : 선배, 손이 왜 그래요?

 

그는 대수롭지 않게 스쳐보았다.

 

백기 : 서둘러 벼를 베다 보니, 벼 잎에 몇 군데 긁혔어.

괜찮아, 안 아파.

 

'그럼 속도를 조금 늦춰요, 조심하고, 다치지 말고요.'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았지만, 나는 꾹 삼켰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는 분명 빨리 수확을 끝내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걱정을 덜어 주고 싶을 것이다.

 

나는 손바닥을 내밀어 그에게 보였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내 뜻을 알아차린 듯, 그의 손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손끝으로 얕게 긁힌 상처와 빨갛게 마찰된 자국들을 어루만지며, 큰 상처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대로 내 손을 잡고, 짐을 내려놓고는 내 옆 논두렁에 앉아 잠시 내 안색을 살폈다.

 

백기 : 땀이 많이 났네, 많이 힘들지?

 

MC : 벼 베는 일이 생각보다 힘든 것 같아요.

평소에 선배가 절 데리고 자주 운동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벌써 지쳐 쓰러졌을 거예요.

 

백기 : 그럼 돌아가면, 훈련 더 늘려야겠다.

지금은 우선 좀 쉬고, 소금 설탕물 좀 마셔.

 

그는 허리에 찬 물통을 풀어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고개를 젖혀 몇 모금 들이켰다.

물통 속의 물은 햇볕에 데워져 미지근했고, 희미한 짠맛과 단맛이 섞여 있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실오라기 같은 서늘함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순간을 즐겼다.

 

MC : 헤헤, 바람이 좀 더 세면 좋겠다.

 

정말로 바람이 더 세차게 불어와 앞머리를 흩날렸고, 목덜미의 땀도 함께 날려 보냈다.

 

백기 : 지금은 어때?

 

MC : 충분해요, 충분!

바람도 불어주고, 벼도 베어준, 부지런한 우리 농부 백기(阿起)에게 상을 줘야겠어요——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내일 제가 만들어 줄게요~

 

귓가에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백기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고, 그의 그림자가 시야를 덮으며 코끝이 닿았다.

 

백기 : 있어. 하지만 난 내일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의 부드러운 입맞춤이 내 입가에 스치며 내려앉았고, 마치 잠자리가 물 위를 스치듯 가벼웠지만, 뜨거운 열기를 담고 있었다.

 

백기 : 지금, 내가 직접 가져갈 거야.

 

 

 


 

 

 

4.

그 후로 며칠 동안, 우리는 매일 아침 햇살 속에 낫과 망태기를 메고 집을 나섰다.

 

황금빛 논은 우리의 노력 덕분에, 마당에 안에서 점점 높이 쌓이는 볏단으로 변해갔다.

 

저녁이 되면 손을 맞잡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산자락의 개울가에 들어가 팔팔한 작은 물고기들도 몇 마리씩 잡곤 했다.

둘이서 물에 잔뜩 젖은 채로 마당에 들어서면, 아주머니는 문 앞에서 "장난꾸러기들"이라며 웃으며 야단쳤고, 저녁으론 신선하고 매콤한 생선요리를 얻어먹었다.

 

밤이 되면 수놓은 듯한 별빛 아래, 개구리울음소리와 암탉의 꼬꼬댁 소리 속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

시간은 금세 흘러 논의 수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우리도 연모시로 돌아갈 때가 다가왔다.

 

 

아주머니: 생선 말린 거 몇 마리는 가져가야지, 고추 말린 거도 좀 챙기고......

 

소박한 작은 마당 안에서,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짐 가방 속에 이것저것 계속 넣어주었다.

 

백기 : 아저씨, 아주머니, 더는 못 넣어요.

 

아저씨 : 가방 모서리에 아직 자리 있구만!

 

곧 터져 나올 듯 가득 찬 짐가방을 바라보며, 나와 백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보며 웃었다.

 

아주머니는 분주하게 다가와 고추장 항아리 몇 개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붉은 천으로 싼 물건 하나를 내 손에 쥐여주었다.

펼쳐보니, 다림질로 빳빳하게 다려진 듯한 빨간색과 파란색 줄무늬 천이었다.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소박하지만 따뜻한 정을 담고 있었다.

 

MC : 이건......?

 

아주머니 : 내가 너희 팔 토시랑 땀수건 좀 만들었어.

마을 어귀의 샤오팡이 그러더라,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런 걸...... 커플 템이라고 한다지 뭐니.

앞으로도 너희 둘이 서로 아끼고 보살피며 잘 지내거라. 힘들 땐 언제든 돌아오고. 아저씨랑 난 늘 여기에 있을 테니까.

 

가슴속이 뭔가로 막힌 듯 따뜻해져서, 우리는 곧바로 팔 토시와 땀수건을 받아서 착용했다.

 

MC :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짐가방을 훑다,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주머니 : 아이고, 너희 챙겨줄 채소를 아직 안 땄네. 이봐요, 영감! 나랑 뒷밭에 가서 강낭콩 좀 따옵시다!

 

MC :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주머니: 됐어, 너흰 이틀 내내 고생했으니, 집에서 편히 쉬고 있거라.

 

그녀는 거친 손으로 내 손 등을 톡톡 두드리더니,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마당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처마 밑에 매달린 고추들이 바람결에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왔다.

며칠 내내 분주했던 탓인지, 갑자기 한가해지자 오히려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곁에서 소리가 나 돌아보니, 백기가 대나무 키를 몇 개 가져와, 자루에 가득 담긴 옥수수 알갱이를 그 위로 쏟아붓고 있었다.

 

MC : 옥수수 말리려고요?

 

백기 : 어차피 한가하니까. 그냥 쌓아두면 습기 차서 상하잖아. 대신 좀 펴서 말려드리려고.

그는 소매를 걷어 올렸고, 그의 선명한 팔 근육이 옥수수를 헤집을 때마다 살짝살짝 움직였다.

알이 꽉 찬 옥수수 알갱이들이 높이 던져 올려졌고, 간혹 섞여 있는 연한 갈색의 옥수수 심은, 그가 민첩하게 골라내 따로 옆에 담았다.

 

햇빛이 옥수수 알갱이 사이를 통과하며, 때때로 그의 얼굴에 잘게 부서지는 빛의 점들을 만들었고, 옥수수수염 몇 가닥이 흔들거리며 그의 코끝에 떨어졌지만, 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뻗어 옥수수수염을 떼어주고, 옆에 있던 대나무 키를 들어 옥수수 고르기에 동참했다.

그런데 막상 키를 들어 올리자마자 묵직한 무게에 손목이 푹 내려앉았고, 나는 반 걸음 뒤로 비틀거린 후에야 겨우 자세를 잡았다.

 

MC : 와, 무거워!

 

그는 빠르게 손을 뻗어 내가 든 키의 밑을 받쳐주고는, 자연스럽게 키를 자기 쪽으로 반 뼘 정도 당겼다.

 

백기 : 내가 너무 많이 담았네. 나 혼자 해도 돼.

 

MC : 선배, 이 상황 좀 낯익지 않아요?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나는 일부러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MC : 며칠 전에 아저씨가 혼자 벼 베려고 할 때, 선배는 돕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선배 일에는 왜 또 "나 혼자 할게"가 되는 거예요?

 

백기 : ...... 하지만 나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어.

 

MC : 아저씨네 그 넓은 논도 거의 선배 혼자 다 수확했잖아요.

난 내 남자친구가 힘든 거 보기 싫어서 도와주고 싶은 건데, 안 돼요? 무게 문제는......

 

나는 옥수수 한 움큼을 집어 백기의 키에 부었다.

 

MC : 아주머니가 그러셨잖아요, "서로 보살피며" 지내라고~

 

그는 순간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내 키에서 옥수수 한 줌을 더 집어 자기 쪽으로 옮겼다.

 

백기 : 좋아, 그럼 같이 하자.

 

우리의 공동 노력 덕분에, 곧 옥수수 알갱이가 가득 담긴 키들이 마당 안에 질서정연하게 놓였다.

 

마지막 키를 처마 밑으로 옮겨 놓고, 우리는 창가에 기대어 앉아 숨을 골랐다.

그리고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다, 눈앞의 빛나는 풍경에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MC : 선배, 저거 봐요!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집들 사이로, 집집마다 마당과 처마에 수확한 곡식들이 매달려 있었다.

황금빛 옥수수, 동글동글한 호박, 그리고 엮어 놓은 붉은 고추들이 어우러져 활기 넘치는 풍요로운 가을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MC : 며칠 동안 바빠서 몰랐는데, 이곳 풍경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어요.

 

백기 : 정말 예쁘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그의 낮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MC : 그런데 왜 또 한숨을 쉬어요?

 

백기 : 원래는 널 데리고 놀러 오려고 했어. 겸사겸사 아저씨, 아주머니도 뵙고.

그런데 내내 일만 하다가, 이제서야 겨우 이런 풍경을 같이 보네.

 

MC : 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게다가 며칠 동안 좀 힘들긴 했어도, 매일매일이 즐거웠고요. 선배는 안 그래요?

 

백기 : 나는...... "즐거움"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매일 아저씨가 걱정을 숨기려 애쓰는 걸 눈치채야 하고, 벼를 제때 수확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

일을 마친 후엔 아주머니가 "밥 먹자!' 하고 부르면 다 같이 시끌시끌 모여앉아 먹고,

일하다 고개 들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보이고, 일을 다 끝낸 후에는 그 사람과 손을 잡고 함께 집에 돌아와.

 

그의 시선은 먼 곳에 머물렀고, 호박색 눈동자 속에는 따스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백기 : 왜인지 모르지만, 마음이 아주 평온해져.

 

그의 말을 들으니, 내 마음 속 어딘가가 무언가에 살짝 부딪힌 듯 시큰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그 순간들이, 그에게는 한때 가졌다가 너무 일찍 잃어버린 보물과 같았을 테니까.

 

나는 그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 고요히 뛰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MC : 왜냐하면,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살고 있어서 그래요.

가족은 서로를 걱정하고, 힘들 때는 상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고 싶어 해요.

행복할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다 주고 싶어서, 아무리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요.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고개를 숙여 내 머리 위로 턱을 살짝 얹으며 속삭였다.

 

백기 : 이해가 되는 것 같아.

 

그는 고민하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바람이 내 머릿수건을 스쳐 지나가 마당 안을 맴돌았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려 했지만, 그의 손이 내 눈을 덮었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백기 : 잠깐만, 아직 보면 안 돼.

 

바람 소리에 옥수수 알갱이들이 '와르르' 부딪히는 소리가 섞여, 내 마음을 간질였다.

 

바람 소리가 잦아들고 그의 손이 내려가자마자 나는 참지 못하고 창밖을 바라보았고,

금빛 옥수수 알갱이들이 마치 춤을 추듯이 바람 속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바닥과 선반 위에서 키질해 놓은 옥수수 알갱이들은, 모두 은행잎 모양으로 모여, 마당 안의 크고 작은 키들 속에 누워 있었다.

 

온 마당이 은행나무 바다로 변했고, 금빛 "나뭇잎"들은 햇볕 아래 따뜻한 빛을 반짝이며, 초가을의 풍경을 더욱 뜨겁고 찬란하게 만들었다.

나는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안겼고,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MC : 바람으로 어떻게 은행잎을 "그릴" 생각을 했어요! 너무 예뻐요!

 

백기 : 네가 수확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지만.

난 그걸론 부족하다고 생각했어.

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족인 MC가, 언제나 더 많고, 더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기를 바라.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가볍게 닿았고, 익숙한 숨결이 내 호흡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거렸고, "은행잎"들은 햇빛 아래에서 마음껏 빛나고 있었다.

 

이것은 오직 우리만의 가을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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