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_원항의 약속(远航之约) 데이트

【白起 · 生命凯歌 / 远航之约 】
[백기 · 생명의 찬가 / 원항의 약속 ]
_25년 인어 백기 번역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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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미니에피소드 ▶ https://milkyway-b7.tistory.com/42

 

1.

MC : 1호, C8 기준점 위치를 요청합니다.
1호, C8 악천후 조우, 회황을 시도하겠습니다!

빗방울이 총알처럼 맹렬하게 조종석 덮개를 때렸고, 시야는 거의 0에 가까워졌다.
나는 숨이 막힐 듯 불안해져만 갔고, 계속해서 지휘본부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내 귓가에 들리는 건 방해 전파의 잡음과 기체 밖 폭풍의 울부짖음뿐이었다.

젠장...... 통신이 끊긴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비상 탈출 장치를 작동시킬까?

하지만 지금 같은 풍속으로는 낙하산을 펼치는 순간, 방향 제어는 커녕 그대로 바다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빠르게 변해가는 계기판의 데이터를 응시했다.

첫 원거리 항해 탐색의 시험 비행 조종사로서, 이 임무를 맡았을 때부터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온갖 위험들에 각오한 상태였다.

회색빛으로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이를 악물고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전투기가 갑작스럽게 아래로 추락했고, 거대한 관성에 내 몸이 왼쪽으로 내던져졌다.
찢어질 듯한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 디스플레이를 확인한 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폭우가 기류를 차단한 듯, 왼쪽 엔진이 꺼져버린 것이다.
귀를 찢는 듯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고, 한 치의 망설임이나 지체할 여유도 없었다.

나는 왼쪽 엔진의 연료 공급을 즉시 차단하고, 동력을 오른쪽 엔진으로 전환해 이탈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투기는 늪에 빠진 듯, 폭풍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짙은 구름 속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들이, 나선형으로 끊임없이 하강하며 바다와 맞닿아 있었다.
바다 회오리에 휘말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나는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려, 전력을 다해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저 바람과 파도 속에서 하나가 될 뿐이다.

손을 들려는 찰나, 낯설면서도 단호한 지휘 소리가 귀에서 폭발하듯 울렸다.

?? : 조종간을 놓아!

MC :......?!
1호? 여기는 C8! 왼쪽 엔진이......

나는 무의식적으로 조종간을 놓았지만, 다음 순간 무전기의 통신 표시등이 켜지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폭풍우는 내 의심을 확인할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맹렬한 바람이 뛰따라와 전투기를 휘감아 올렸다.
그 와중에 그 속에서 마치 또 다른 기류가 생긴 듯, 나와 전투기를 감싸안아 다른 방향으로 밀어냈다.

극심한 요동에 몸이 찢겨나갈 듯했지만, 몸부림치는 시야 속엔,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포효하는 거대한 회오리가 있었다.

?? : C8, 바람의 변화를 이용해, 앙각을 20도 위로 올려!


MC : ......!

이번에는 앞 유리를 통해 좀 더 명확하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지시와 함께, 그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음속은 혼란과 의혹들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걸고 바람의 흐름을 감지하며 조종간을 조작할 수밖에 없었다.

?? : C8, 좌측으로 기울기를 유지하고, 추력을 줄여 기류 절단면에 진입해 충격을 완화해.


MC : ......

나는 숨을 죽이고, 지시에 따라 엔진 출력을 낮추며 날개 방향을 안정시켰다.


전투기는 여전히 기류 속에서 떨리고 있었지만, 겹겹이 쌓인 짙은 회색의 구름층은 조금씩 그 무거운 베일을 벗겨내고 있었다—————

곧, 윤곽이 뚜렷한 땅이 북쪽 먼 곳에 나타났다.


타원형의 섬은, 길게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 : C8, 착륙 장치를 내리고, 속도를 최저로 줄여.
착륙 각도 준비하고, 해안선 북단을 정조준해.

맑고 간결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유리창 너머에서 울려 퍼졌고,  그의 말은 내 생각과 일치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기체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계기판의 상태를 보며, 나는 조종간을 더욱더 굳게 쥐었다.

MC : C8 확인. 하지만 착륙 장치 고장으로 정상적인 착륙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 ......

비행 고도가 점점 낮아지자,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큰 소리로 외쳤다.

MC : 제가 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바람으로 저를 해안으로 밀어주세요!


?? : 지금 각도로 착륙하면 기체는 바로 해체된다.


MC : 저는 프로 조종사입니다.
수많은 낮과 밤을 바람과 함께 해왔고, 이 전투기와 저의 기술에 대한 확신도 있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든, 바람의 신이든, 아니면 그저 생존 본능 속에서 만들어낸 환청이든......
제발, 당신의 바람을 한 번만 더 제게 빌려주세요!

갑자기, 정면에서 거대한 강풍이 휘몰아쳤다.


전투기는 심하게 요동치긴 했지만 통제력을 잃지 않았고, 기류에 휩쓸려 해안선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조종간을 꽉 붙잡았고, 점점 가까워지는 바다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파도에 삼켜지기 직전, 바람이 나를 꼭 끌어안듯 받쳐주었고, 우리는 함께 해변으로 구르듯 착지했다.

쾅——!

충격음이 귓가를 울리며, 시야에는 흩날리는 모래가 가득했다.

강한 충격에 몸이 앞으로 쏠렸고, 안전벨트가 가슴을 꽉 조여 숨이 막혔다.
회색 하늘 아래, 파도와 폭우가 뒤섞이고, 어지러운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맴돌았다.

MC : ......

나는 그 목소리를 부르고 싶었지만, 시야는 점점 어두워져갔다.
어둠이 침식해 왔고, 마지막으로 시야에 남은 것은 단 하나의 푸른 물결이었다——
거대한 물고기 꼬리가 거센 파도 속에서 높이 솟아올랐고, 그 물결 속에서 점차 긴 두 다리로 변해갔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손가락 끝을 들어 올려 통신 버튼을 누르듯 눌렀다.

MC : ......C8, 미확인 인어 발견......

 

 

 


 

 

 

2.

파편적인 의식은 마치 깊은 바다에 잠긴 듯, 잡히지도 터지지도 않는 거품들을 모으는 것 같았다.

 


"인어는 강대한 존재인 만큼, 분명 일반인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강력한 Evol 앞에서, 너의 신념을 굳건히 하고, 무기를 놓지 마라."
"...... 그는 가장 뛰어난......"
"시험 통과 축하한다. 오늘부터 넌 정식으로 푸른 송골매 중대 소속이 된다."
"...... B7이 탈영했습니다......!"

 


엄숙한 보고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검게 일렁이는 현기증이 몰려와, 나는 급히 침대 모서리를 짚고 버티며, 힘껏 눈을 깜빡였다.

거칠고 투박한 면 소재의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져왔고, 고개를 숙여보니 아래에는 하늘색의 낡은 침대 시트가 깔려있었다.

내 몸에는 크고 작은 붕대들이 감겨 있었는데, 어딘가 좀 삐뚤었지만 표준적인 X자 교차법으로 감겨있었다.

나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고, 내가 소박한 작은 나무 오두막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테이블 하나, 침대 하나, 그리고 구석의 난로에서는 여전히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MC : ......

어렴풋한 기억 속, 해변의 흐릿한 인영이 스쳐 지나갔고, 나는 눈살을 찌푸린채 의아해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눈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잔잔한 파도가 바위를 두드리고 있어, 어제의 폭풍우가 마치 꿈만 같았다.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으며 나는 해안선을 따라 걸어갔다.
섬에는 식물이 풍부했고, 멀리 야자나무 숲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마치 세상에 잊힌 고요한 외딴섬 같았다.

다른 쪽으로 돌아가자, 거대한 고래 뼈대가 얕은 바닷가에 가로놓여 있었고, 그 뒤편에는 모래 속에 깊이 박힌 내 전투기가 있었다.

MC : ...... 꽤 심하게 부딪쳤네.

무사히 착륙은 했지만, 엔진은 충격으로 심하게 뒤틀렸고, 날개도 일부 부러졌으며, 조종석 유리창은 산산조각 나 있었다.


나는 조종석 안으로 들어가 전투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내부 손상은 그리 심하지 않았고, 연료 탱크, 엔진, 그리고 블랙박스는 기적처럼 살아 있었다.


이어서, 나는 음성기록 장치를 힘껏 뜯어냈다.
전투기를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행 중 일어난 일의 전 과정을 기록하는 건 매우 중요했다.


설령 내가 이 외딴섬에서 죽게 되더라도, 누군가 이걸 발견한다면 조금이나마 위험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MC : 여긴 푸른 송골매 중대 C8, 약 500해리 비행 중 초대형 폭풍을 만나, 이름 모를 섬에 불시착......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망설인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MC : 섬 근처에 인어가 있는 것으로 의심......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기록 장치가 날아온 돌멩이에 맞아떨어졌다.
모래가 튀어오르는 순간, 몸을 돌리려고 하자, 그 순간 차가운 감촉이 내 뒷목을 스쳤다.

?? : 너무 느려.

그 목소리였다.


그는 단지 바람을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실력자였다.
나는 천천히 양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 : 움직이지 마.


MC : ...... 난 적대 할 의도가 없어요.
폭풍 속에서 제게 말을 걸었던 사람이 당신이죠? 당신이 절 구했어요.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단검을 더 깊게 들이밀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 : 푸른 송골매 중대 소속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MC : ......
저는 단지 정기 순찰을 나갔을 뿐이에요, 다만 초대형 폭풍을 만나 어쩔 수 없이 비상 착륙했고요.
푸른 송골매 중대를 아시나요......? 붕대 감는 솜씨를 보니까, 당신도 군인 출신이죠?

나는 점점 목소리를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고, 곁눈질로 슬쩍 뒤를 살피며 돌아설 틈을 엿보았다.
몸을 돌리려던 찰나, 찬란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세상을 눈부신 금빛으로 물들였다.
짧은 눈부심 속에서, 나는 한 쌍의 뜨겁게 타오르는 호박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MC :......!

내가 당황하는 사이, 그는 재빨리 내 어깨를 움켜쥐고, 거칠게 뒤로 밀쳤다.
나는 모래사장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뒤따라 그 그림자가 내 위로 몸을 숙이며 햇살을 완전히 가려, 내 시야를 집어삼켰다.

?? : 겨우 살아났으면서, 또 죽고 싶은 거야?

그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고, 턱선은 뚜렷했다.
그는 마치 차가운 빛을 내는 칼날처럼 깨끗하면서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웃음이 났다.

MC : 당신은 날 구해줬잖아요. 날 죽일 작정이었다면, 이미 바다에서 죽었을 거예요.


?? : 군인은 요행을 바라지 않아. 교관이 그렇게 가르쳐 주지 않던가?


MC : 물론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의 판단을 더 믿고 싶어요......

선배.

마지막 두 글자를 내뱉자, 그는 눈에 띄게 멈칫했다.
멋진 눈썹과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고, 차갑게 나를 노려보았다.

?? : 넌 누구지?

추궁하며 그는 압박하듯 손바닥에 더 힘을 주었다.
따뜻한 통증이 신경을 따라 퍼져 나갔고,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내 상처를 흘끗 보더니, 손에 힘을 조금 빼긴 했지만, 여전히 나를 꽉 붙잡고 있었다.

MC : 백기 선배, 안녕하세요. 저는 선배님의 경찰학교 후배, MC라고 합니다.
지금은 푸른 송골매 중대에 소속되어 있고, 원항 시험 비행 임무 중이었어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나를 유심히 살펴보며 기억 속에서 관련된 기억을 찾아내려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저 담담한 시선만을 던졌다.

백기 : 난 널 몰라. 넌 날 본 적 있나?


MC : 2년 전, 선배의 사진이 부대 전체에 공개됐어요. 수배를 위해서요.

그 말을 듣고, 가늘게 뜬 그의 눈빛엔 경멸감이 스쳐 지나갔다.

백기 : 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임무 내용을 그대로 말한다고?


MC : 물론이죠. 당신이 정말로 소문 속의 탈영병이라면......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요.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백기 : 확인?


MC : 네, 저는 답이 필요해요.
저는 선배가 처음 시험 비행을 하던 날, 멀리서 선배를 본 적 있어요.

16살, 경찰학교에 막 입학한 나는, 훈련장 위로 날아오르는 전투기 한 대를 보았다.
불꽃같은 꼬리를 끌고, 굉음을 울리며, 당당하게 구름을 뚫고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던 그 비행체.
햇빛에 반짝이는 기체는 너무나도 깨끗하고 순수해서, 마치 하얀 새처럼 자유롭고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그때 나는 그 조종사의 모습은 몰랐지만, 그의 이름이 백기라는 것만 알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하늘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나도 조종간을 잡게 되었다.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르자, 처음으로 푸른 하늘을 동경했던 그 마음이 내 마음속에서 다시 희미하게 설레오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말했다.

MC : 선배, 저는 줄곧 선배를 만나고 싶었어요.
2년 전, 선배가 임무 수행 중 Evol 능력이 각성되어 인어로 변했고, 그 이후 배신자라는 누명을 쓰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도......
저는 꼭 선배를 만나고 싶었어요.
정말로 선배가, 인어 측에서 잠입한 스파이였는지 알고 싶었어요.

백기 : ......

나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했지만, 그의 표정이 더욱 냉랭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 전, 무언가를 감지한 듯 갑자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해변의 파도가 조금 이상했다.
내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백기는 내 옷깃을 잡아들어 수풀 속으로 던져 넣었다.

MC : 무슨 일이에요?


백기 : 말하지 마. 잘 숨어 있어.

순간, 바다에서 커다란 파도가 치솟더니, 몇 개의 그림자가 파도를 가르며 나왔고, 온갖 빛깔의 물고기 꼬리들이 반짝이며 빛났다.

인어?!

내가 놀랄 틈도 없이, 한 인어가 순식간에 백기 앞에 다가섰고, 손바닥에선 차가운 빛이 번쩍이며 곧장 백기의 목을 노렸다.
백기는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고, 옆으로 몸을 돌려 상대의 손목뼈를 움켜쥐곤, 그 추진력을 이용해 상대를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모래와 돌이 튀었고, 나머지 다른 인어들도 착지하며 인간 형태로 변했고, 반원형으로 진영을 갖추었다.

백기가 눈을 들어 올리는 순간, 공기가 갑자기 폭발하며 흙먼지가 바람에 휩쓸려 갑옷 같은 바람벽을 만들었다.

만물이 진동했고, 나는 나무줄기를 꼭 붙잡은 채, 그 압도적인 기압에 저항하려고 애를 썼다.
...... 엄청 강한 Evol이야.

백기 : 죽고 싶으면 덤벼.

그는 무심하게 입을 열었고, 그의 목소리는 또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폭풍 같았다.

순식간에 모두가 그를 에워싸고 공격했다. 

나는 이렇게 많은 Evol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세상이 선사한 "지름길"처럼, 행운아들이 더 높은 영역에 도달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허공에서 자라나는 덩굴, 금속 같은 몸, 용과 뱀처럼 꿈틀거리는 불꽃, 이 모든 것들이 위협 그 자체였다.

백기는 바람의 칼날을 몸에 두른 채, 그들 사이를 누비며 싸웠다. 피는 안개처럼 흩날렸고, 순식간에 모래사장을 전체를 뒤덮었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피웅덩이 속에 쓰러졌고, 갑작스러운 폭우에 휩쓸렸다.


오직 피투성이의 뒷모습 하나만이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서있었고, 어떤 고독한 고집을 품은 듯이, 꼿꼿이 서 있었다.


나는 손가락 끝을 움켜쥐며 무의식적으로 일어서려 했고, 그 순간 백기가 먼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호박색 눈동자가, 폭우 속에서 타오르듯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백기 : 죽으러 온 게 아니라면, 상처부터 치료해.
그리고 이곳을 떠나.

 

 

 


 

 

 

3. 
백기는 왜 인어들과 충돌하는 걸까?
그가 정말 소문 속 "스파이"라면, 왜 훈련받은 듯한 인어들이 그를 공격하는 거지?
혹시 인어들 사이에도 내부 갈등이 있는 건 아닐까, 그가 속한 건, 그중 한 쪽뿐이었을까?

 


며칠 만에 맑게 갠 오후, 나는 혼잣말을 하며 오두막 밖으로 나와 주위를 들러보았지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MC : ...... 오늘은 Evol을 쓰지 않는 건가?

요즘 백기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 대신 찾아오는 건 매번 거센 바람과 폭우뿐이었다.

바람에 익숙한 나로선, 그건 자연현상이라기보단 백기가 쓴 Evol 능력 같았다.


적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왜 이런 바람을 일으키는 걸까?
그 몰아치는 바닷바람은, 대체 누구를, 무엇을 향한 싸움인 걸까?

마음속에 맴도는 의문은 풀리지 않았고, 그와 마주치더라도 제대로 대화할 기회조차 없었다.

MC : 됐어. 날씨가 좋을 때 비행기나 고치러 가자.

나는 오는 길에 따온 과일들을 전투기 옆에 내려놓고, 조종석 안으로 들어갔다.
예비 도구함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부품을 확인하며 필요한 재료들을 써 내려갔고,

두 장 가득 글씨로 채워진 종이를 보며, 나는 절망감에 푹 눌려 조종석 위로 드러누웠다.

MC : ...... 이런 무인도에서 이런 재료들을 어떻게 구하라는 거야!

그때, 흰 갈매기 한 마리가 푸른 하늘을 가로질렀고, 나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두 손을 확성기처럼 입에 대고,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MC : 백기! 선배!
백기 선배......!

주위는 고요했고, 바람 한 줄기가 내 머리카락을 스치며, 마치 조용히 하라는 듯 내 입술을 덮었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대수롭지 않게 쓸어 넘기며, 계속 큰 소리로 외쳤다.


얼마 후, 마침내 한 줄기 부드러운 바람이 등 뒤로 스며들 듯 불어왔다. 마치 무언의 항복처럼.

아니나 다를까 뒤를 돌아보니, 그 소리 없는 모습이 어느새 내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눈썹은 찌푸려져 있었고, 입술은 길게 다물려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평행선 같았다.

백기 : 무슨 일이야?

MC : 선배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비행기 수리를 위해 필요한 부품 목록이에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의 다소 무뚝뚝한 목소리에도 나는 웃으며 경례를 하곤 종이를 내밀었다.

백기 : ......?

백기는 종이를 받지 않았고, 대신 종이에 적힌 내용을 한눈에 훑더니,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백기 : 나보고 이걸 구해오라고?

MC : 맞아요, 선배. 이 섬엔 아무것도 없지만, 제가 떠나려면 비행기를 고쳐야 해요.

백기 : 네가 알아서 해.

그는 단칼에 거절했지만, 그래도 나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MC : 그럼 선배가 바람으로 저를 직접 데려다주셔야겠네요. 하지만 거리가 제법 멀어서 선배 힘이 많이 들지도.

그렇게 말하며, 나의 시선은 그의 몸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스쳐 지나갔다.

MC : 어차피 폐 끼치는 건 똑같으니까, 그냥 재료 찾아주시는 게 더 간단할 것 같아요.

백기 : ......
안 해.

이후에도 몇 번을 더 "선배"라 부르며 매달렸지만, 백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MC : ...... 안 해주면 안 해주는 거지 뭐.

나는 푸른 송골매 중대의 강인한 병사. 포기란 없어!

 


다음 날, 날씨가 맑게 갠 틈을 타, 나는 전투기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로 나무삽을 만들어 비옥한 땅을 찾아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흙이 튀고,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느새 "田"자 모양의 밭이 완성될 무렵, 한 쌍의 긴 다리가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나는 삽을 바닥에 꽂고,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

MC : 선배, 어떻게 오셨어요?

백기는 밭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백기 : 뭐 하는 거야, 농사라도 지을 셈이야?

MC : 맞아요!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일단 살아남아야죠.
매번 구운 생선이랑 신 과일만 먹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채소랑 과일 씨앗을 좀 찾았어요.

백기 : ......

MC : 마침 선배도 제 질문에 대답 안 해주셔서, 이것도 좋은 관찰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요!

그는 표정 하나 없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해 보라는 듯 고갯짓했다.

MC : 흠흠, 다음에 또 폭풍을 일으키신다면, 여기는 좀 피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아이들은 아직 약해서 버티기 힘들거든요.

그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해지는 것을 보고, 나는 급히 경례를 붙였다.

MC : 물론, 수확하게 되면 선배 몫까지 반 챙겨드릴게요!

백기 : 난 필요 없......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파도가 거세게 밀려와 암초에 부딪혔다.
우리는 동시에 시선을 돌렸고, 다시금 거센 파도와 함께 몇몇 인어들이 파도를 헤치고 나와, 우리와 멀지 않은 해안가에 발을 디뎠다.

백기가 몸을 긴장시키는 것을 보고,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MC : 또 선배랑 싸우러 온 거예요?


백기 : 땅이나 파.

백기는 그 말만 남기고 순간이동하듯 아래로 향했다.

 


마치 이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는 듯, 순식간에 하늘은 폭풍과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기류가 폭발하며 해안가에는 또다시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언덕 중턱에 서 있어, 높은 곳에서 그 상황을 명확하고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비록 다른 인어 무리였지만 그들 또한 백기에게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피가 안개처럼 계속 흩날렸다.
가늘고 촘촘하게, 마치 끝없는 핏빛 비처럼, 누구의 피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문득 아래쪽에서 희미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덤불을 이용해 조심히 아래로 다가갔고,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 : 백기, 넌 이미 "그분"의 시련을 통과했어.

우리와 함께 돌아가자.


백기 : 꺼져.

내가 어디로 가든 너희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냉소와 함께 그의 주먹이 상대 남자의 얼굴로 향했다.

바람은 조용했고, 상대방은 백기가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입가의 피를 닦으려던 찰나, 또 다른 주먹이 날아왔다.

백기의 빠르고 맹렬한 주먹은 바람을 대신해, 복잡한 Evol 능력들 사이에서도 더욱더 무모하고 원시적으로 보였다.
마치 가장 본능적인 발산처럼, 그는 몸에 더해지는 수많은 상철들을 신경 쓰지 않았으며, 핏방울은 땀방울이 되어 폭우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쏟아져내렸다.

빗줄기가 쏟아져내렸고, 세상은 다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분노하고, 경멸하고, 싫증 내면서도 결코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동안 쌓여있던 잠재된 감정들이, 이 순간 전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마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나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는지 몰랐다.
인어들의 모습이 해안에서 사라지고, 항상 굳건히 서 있든 그 뒷모습이 갑자기 한순간 흔들릴 때까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백기의 곁으로 달려가 쓰러지는 그를 붙잡았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고, 우리는 엉망으로 해변에 주저앉았다.

MC : 선배, 괜찮아요?

그는 아무 말 없이 넓은 손바닥으로 모래바닥을 움켜쥐며, 악착같이 버티며 일어섰다.
젖은 앞머리가 얼굴에 달라붙었고, 그의 턱은 굳게 다물려져 마치 이를 악물고 있는 듯했다.

백기 : 선배라고 부르지 마.
난 더 이상 그쪽 소속이 아니야.

 


다음 날, 하늘은 흐렸다.
나는 걱정하며 섬을 한 바퀴 돌았지만, 들리는 건 갈매기와 파도 소리뿐이었다.

MC : ...... 인어는 보통 사람보다 회복이 빠르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투덜거리던 중, 나는 전투기 근처에서 금속 빛의 물건 더미를 발견했다.
달려가 확인해 보니, 그날 내가 쓴 부품 목록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래 위에 놓여 있었다.

그때 그는 대충 훑어보기만 했을 뿐, 종이를 가져가지도 않았었다.

그 고집스러우면서도 고독해 보이던 뒷모습이 눈앞에 떠올라, 내 마음을 왠지 모르게 쓰리게 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마치 거친 파도만이 그의 동반자인듯했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고, 나는 전투기 수리에 전념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부상을 치료하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백기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지만, 재료가 떨어질 때마다 말없이 새로운 보급품을 가져다주었다.
아마 그도 진심으로 내가 밭을 일구며 농사짓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 종종 여러 가지 음식도 함께 남겨두고 갔다.

우리는 서로 말을 나누진 않았지만, 가끔 멀리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처음 그를 보았던 것과 같은 거리에서, 그의 윤곽과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매일 인어들이 그를 찾아오는 것을 보았고, 해변에는 항상 마르지 않는 피가 흘렀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상처가 더해지더라도, 백기는 항상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거칠고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를 드러냈다.

오직 드문 달빛 아래에서, 그는 암초 위에 조용히 앉아, 은색 카세트 플레이어를 손에 쥐고 밤새도록 들었다.
닳아버린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건 어떤 곡이었을까.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하늘은 또다시 익숙한 폭풍우를 몰고 왔고, 그것은 마치 무겁고 힘겨운 외침 같았다.
백기는 그 폭풍의 중심에 멈춰 서서, 바람을 거세게 몰아치며 모든 것을 찢을 듯 분노했다.

그 해의 날개는 모든 것을 부수는 폭풍이 되어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하늘은 사나우면서도 말이 없었고, 나는 하늘에게 무엇과 싸우느냐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더욱 거세진 바람뿐이었다.

그 바람은 과묵하고 상처투성이인 채, 자기 자신조차 겨우 떠받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런 날들이 꽤 오래도록 이어졌고, 나는 백기가 결코 소문 속의 스파이나 배신자가 아니라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흐린 날, 나는 문을 나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를 맡았다. 
해변의 핏자국은 파도에 씻겨 거의 사라졌지만, 한 줄기 희미한 흔적이 앞으로 이어져 있었다.

MC : ......

불길한 예감에 나는 핏자국을 따라 달려갔고,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고래 뼈대 앞에서 백기를 보았다.

그는 힘겹게 옆으로 누워있었고, 마치 산소가 다 떨어진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푸른 하늘 같았던 그의 꼬리는 흐린 날씨 아래에서 빛을 잃었고, 크고 작은 상처들이 더욱 눈에 띄게 대비되었다.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그의 흐릿한 시선이 내게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MC : 당신...... 괜찮아요?

백기 : ......신경 쓰지 마.
나한테서 떨어져.

백기는 손끝으로 바위를 필사적으로 움켜쥐며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의 꼬리는 무기력하게 미끄러질 뿐, 단 1초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다 못한 나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외쳤다.

MC : 어디가 신경 쓰지 말라는 거예요!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백기 : 할 수 있어...... 난 당연히 할 수 있어.


MC : 그럼 날 밀어내 봐요! 바람으로 날 날려버리라고, 당신의 그 대단한 폭풍을 일으켜 보라고요!


백기 : ......

그는 다시 이를 악물었고, 주위의 기류가 움직이는 듯했지만, 그저 내 머리카락을 스칠 뿐이었다.

MC : 봐요, 반항조차 못 하잖아요! 도대체 언제까지 혼자 강한 척할 거예요!
나한테 도움 좀 청해요! 내가 당신을 도와줄게요!
당신이 날 도와줬던 것처럼, 나도 당신을 도와줄게요!

백기 : 내가 강해져야만, 선택할 수 있으니까!

격정적이고 분노의 찬 목소리가 파도를 가르고, 나의 외침에 맞서 되돌아왔다.
백기의 눈에는 분노의 불꽃이 가득했고, 고집스럽게 자신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마치 또 다른 불붙은 성냥개비처럼 이 불꽃 속으로 뛰어들어, 그의 불타는 영혼을 똑똑히 보고 싶었다.


MC : 강해진다는 게 말을 안 하는 거예요?
강해진다는 건 혼자서 강한 척하는 거예요? 강한 사람은 뭐든 다 혼자서 할 수 있어야 되는 거냐고요!

백기 : 그럼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는데?
난 빌어먹을 스파이 짓 같은 건 한 적도 없고, 그냥 이 거지 같은 힘이 갑자기 생겼다고 말해야 하냐고!

 


세상은 조용해졌고, 오직 분노한 백기의 목소리만이 남았다.

백기 :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
아무도!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뭘 했는지 내 스스로가 분명히 알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또 뭘 말해야 하는데, 인어가 된 후에 갑자기 인어들이 날 찾아왔다고 말해야 하나?
내가 원래 인어의 아이였고, 한때 쓸모 없어져 버려졌다고 말할까?
이제 와선 무슨 시련을 통과하면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왜 그래야 하는데?
왜 나는 선택권도 없이 정해진 곳으로 가야 하는 건데!
왜 이 Evol 능력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조차 결정할 수 없는 건데!
그러니까 난 내가 직접 결정할 거야!

이 순간, 불꽃이 백기를 감싸고 있던 모든 불확실과 소문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나는 마침내 모든 거짓과 시간을 넘어, 예전 그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백기의 모습도 보았다.

예쁜 눈동자와 아름다운 꼬리.
평범한 사람이든 인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한 자존심 강하고 자신을 증명하고자 몸부림치는, 고귀한 영혼 하나를 마주할 뿐이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조심스럽게 웅크려 앉았다.

MC :  그럼 내가 당신의 동료가 되게 해줘요.

나는 팔을 벌려 그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MC : 당신은 분명 이 힘을 다스릴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그냥 너무 지쳐서 그런 것뿐이니까, 좀 쉬어야 해요.
백기, 당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제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이 순간, 바다조차 고요해진 듯했고, 나는 그의 아주 작은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백기 : ...... 내가 너를 구했기 때문이야?

나는 팔에 좀 더 힘을 주며, 내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MC : 왜냐하면, 당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니까요.

 

 

 


 

 

 

4.
백기는 아마 오랫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

밝은 햇살이 지붕 모서리에 반사되어 비치고,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새로 감아주었다.
반듯하게 묶은 팔자 매듭을 바라보다가, 문득 얼마 전 백기가 내게 매어준 어설픈 매듭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MC : 만능인 선배도 못하는 게 있었네~

그는 내 농담을 듣지 못한 채, 작은 침대에 조용히 누워, 규칙적으로 가슴을 오르내리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 자는 와중에도 왜 자꾸 인상을 찌푸리는 걸까......?

그의 미간을 살짝 펴주려 손을 뻗던 찰나, 창밖에서 거센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손끝이 허공에 멈췄고,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순간, 심장이 싸늘해졌다. 그 인어들이 또 찾아 온것이다.

나는 놀라지 않았고, 그에게 침착하게 이불을 덮어주며, 미리 준비해둔 권총을 소매 안에 숨겼다.

 


문을 열고 해안가로 나갔을 때, 그들은 이미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오두막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MC : 뭘 하려는 거죠?

남자 : 장관님의 명령으로 그를 데려가려고 왔다. 비켜라.

선두에 선 장발의 남자는 나의 저지를 전혀 개의치 않아 했고, 짧고 단호한 말은 칼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나는 잠시 멍해졌고, 백기가 그토록 분노하며 저항했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총을 들어 남자의 이마를 겨눴다.

MC : 제가 안된다고 한다면요?

남자 :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시오.
이 세계는 강자들만의 놀이터요.

MC : 그래서 당신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거네요. 무력을 써서라도?
전 인간 군인의 일원으로서, 먼저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거예요.

남자는 냉소하며 손바닥을 펼쳤고, 그 위로 날카로운 비수들이 하나둘 만들어졌다.
그들은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비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순간, 나의 총알은 이미 총구를 벗어나 상대방의 무릎을 정확히 맞췄다.

사람들이 남자의 억눌린 신음 소리에 주의를 빼앗긴 틈을 타,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움직여 총구를 그의 관자놀이에 들이대고 차갑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MC :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계속 무력을 사용할 건가요?
제가 여기서 죽더라도, 제 부대가 바로 신호를 받을 겁니다.
당신들 인어의 능력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인간과 인어 간의 전쟁은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테니까요.

나는 푸른 송골매 팀의 대원이고, 혹독한 시험을 통과한 수석 병사다.
나는 나의 신념과 긍지를 맹세코 관철하고, 이 땅과 나의 동료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

남자 : ......

남자는 평온하게 나를 바라보았지만, 이마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사실 내 심장도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고, 흘러내리는 땀이 옷을 적실 지경이었다.

죽음 같은 긴 침묵 끝에, 남자는 마침내 손을 들어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남자 : 가자.
명심하시오. 이 차이는 결코 평화롭게 끝나지 않을 거요.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동료들과 함께 물러났고, 그들의 인어 꼬리는 다시 바다로 스며들며 파도 속에 사라졌다.

MC : ......

그제야 나는 긴장을 풀었고, 다리에 힘이 풀려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오두막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백기가 힘겹게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몸에 감겨있던 붕대는 거칠게 풀려 있었지만, 상처는 거의 아물어 살색의 연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
나는 그의 머리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바보털을 보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MC : 선배, 좋은 아침이에요.

백기는 한 걸음 한 걸음 내 옆으로 걸어와 앉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는 아예 두 팔을 벌려 내 상태를 보여주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MC : 어때요, 제가 선배를 지킬 수 있다고 했죠?

하지만 그는 웃지 않았고, 약간 어색하게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백기 : 만약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MC : 간단해요.
제가 다시 달려와서 선배 머리에 총을 겨누고, "너희들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 사람을 쏠 거야!"라고 할 거예요.

백기는 순간 멍해졌고, 마치 어떤 빙하에 마침내 한 줄기 균열이 생긴 듯, 입꼬리를 올리며 웃기 시작했다.
마치 항복이라도 하는 듯, 그의 웃음은 유난히 시원하고 자유로웠다.

햇살과 바람도 그를 아끼는 듯,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한 소년의 기운과 자유분방함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주었다.

백기 : 하마터면 난 네 손에 죽을 뻔했네.

MC : 한참 멀었어요.

나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 바다는 광활하고 신비로웠으며, 도전과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MC : 선배, 선배는 왜 인어들의 세계로 가지 않고, 혼자 이곳에 남은 거예요?

백기 : 가고 싶지 않아.
설령 언젠가 가게 되더라도, 그곳을 다 뒤집어 놓을 거야.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아직 강하지 않으니까.

MC : 그럼...... 부대로 복귀하는 건 어때요?
제가 증인이 될게요. 모든 사람들에게 선배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어요.

그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는 듯했다.

백기 : 그럴 필요 없어.
설령 누군가 믿는다 해도, 어떤 병사도 이종족에게 등을 맡기진 않을 거야.

MC : 그럼 저는요?

그는 침묵했다.
바다도 한숨을 내쉬는 듯, 파도를 물려주며 잔잔한 모래 자국을 남겼다.

한참 뒤, 뜨거운 공기 속에서 그의 낮고 억눌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기 : 왜...... 넌 한 번도 본 적 없는 날 믿는 거야?

그 눈동자엔 주저함이 깃들어 있었고,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호박빛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MC :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방에서 선배 이름을 들었어요.
선배는 가장 뛰어난 병사, "창공" 프로젝트의 최초 실험기를 조종한 조종사라고.
그래서 저는 선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봤어요. 선배의 비행은 정말 자유롭고, 거침없고...... 또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궤적 때문에, 저도 조종간을 잡고 하늘을 날아올랐어요.

예전의 그 모습은 아득하고 희미했으며, 심지어 나의 수많은 동경과 숭배를 담고 있었지만, 여전히 나를 끊임없이 격려하며 날아오르게 했다.

MC : 그래서, 저는 답을 얻고 싶어요.
소문 속의 선배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알고 싶어요.
전 소문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백기 : ......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그는 그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바람은 부드러웠고, 마침내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백기 : 그날, 산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상대방과 충돌이 있었어.
결국 절벽 아래로 밀려 떨어졌는데, 추락 직전에 갑자기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걸 느꼈어.
바람이 날 떠받쳐 주었고, 나도 변해버렸지......
인어가 된 거야.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눈을 깜빡였고, 그 장면을 상상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MC : 잠깐만요, 그럼 갑자기 인어가 된 다음에...... 산속에서 꼬리를 팔딱팔딱 거리며 굴렀다는 거예요?

백기 : ...... 그게 지금 중요해?

MC : ...... 풉, 푸하하하!

머릿속에 그 장면이 자동 재생되며, 나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다음 순간, 백기의 손이 내 옆 바닥을 짚었고, 그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내 눈앞 가까이 다가왔다.
조금 당황한 듯 인상을 살짝 찌푸린 얼굴. 하지만 그 귀 끝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백기 : 그렇게 웃겨?

MC : 아니 아니요...... 안 웃을게, 안 웃을게요!

왠지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나는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며 계속 물었다.

MC : 그래서, 그다음에는요?

백기 : 그게 다야. 그 후에 팀원들이 날 발견했고, 모두 충격을 받았지. 그리고 날 붙잡았어.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고, 시선은 멀리 수평선을 향해 가라앉았다.

백기 : 밤낮없이 이어진 심문 속에서, 도무지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어.
그래서 도망쳤어.

평범한 인간과 인어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고, 그 사이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오해와 불신이 가로놓여 있었다.

MC : 그 이후로 쭉 이곳에 있었던 거예요?

백기 : 응.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고,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도 내가 결정하고 싶었어.

그의 확고함에 나는 조용히 웃었다.

MC : 고마워요. 제가 소문 속에 살지 않게 해줘서.
선배, 역시 선배는 정말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백기 : 네가 더 대단해.

MC : 그럼 서로서로 대단한 걸로~

오랜 의문이 풀려서인지, 나는 괜히 신나서 일어나 두 팔을 활짝 벌렸다.

MC :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생각해 봐요...... 선배의 첫 비행이 저에게 자유롭고 아름다운 하늘을 알려줬어요.
덕분에 저도 하늘을 날기로 결심했고, 몇 년 후 저의 첫 장거리 비행에서 선배가 또 절 구해줬어요!

백기 : ......크흠, 그날 폭풍은 사실 내가 Evol을 연습하던 중이었어.
비행기가 지나갈 줄은 몰랐지......

나는 두 눈이 동그래져 놀라며 입을 벌렸다.

MC : 와...... 역시 선배였구나!
그러니까, 왜 그렇게 부품을 많이 가져다 주나 했더니, 양심에 찔려서 그랬던 거구나......!

백기 : 완전히 그런 건 아니야.

그 역시 마음속 짐이 덜어진 듯한 표정으로 일어섰고, 옷에 붙은 모래를 털며 말했다.

백기 : 넌 정말 대단해.
언젠가, 그 어떤 폭풍도 널 붙잡아두진 못할 거야.

MC : 정말요?

선배의 칭찬에 나는 괜히 코끝을 씰룩였고, 동시에 마음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MC : 그럼 선배, 제 비행기에 한 번 타볼래요? 거의 다 고쳤거든요!
이번엔 제가 선배를 태우고 날아볼게요!

 


MC : 준비됐어요!

나는 조종석에 앉아, 뒤에 있는 백기를 돌아보며 입술을 오므렸다.

MC : 솔직히, 좀 긴장돼요......
제 뒤에 누가 앉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 예전에 교관한테 혼났던 기억이 나요.

백기 : 자신감을 가져, 프로 조종사.

백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따라서 웃으며 엔진을 켰고, 기체가 순간 떨리며 낮은 굉음을 냈다.

조종간을 밀자, 타이어가 모래 위에 두 줄의 깊은 자국을 남겼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이 놀라 흩어졌고,
적절한 타이밍에 조종간을 당기자 기체는 힘차게 떠올라 구름을 향해 솟구쳤다.

 


섬이 점점 멀어지고, 푸른 하늘이 우리 앞에 활짝 펼쳐졌다.
나는 원래 항로가 아닌, 기억 속의 어느 산골짜기를 향해 천천히 방향을 바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푸른 초원이 펼쳐진 산골짜기가 나타났고, 마치 무릉도원처럼 천천히 시야에 들어왔다.

쏟아지는 햇살은 모든 것 위에 금빛 베일을 드리웠고, 푸른 초원은 부드러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으며,

울창하게 솟은 나무들과 알록달록한 꽃밭, 그리고 반짝이는 강물이 굽이굽이 흘러, 세상은 기억 속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MC : 선배, 세상은 정말 넓은 것 같아요. 어디든 갈 수 있을 만큼 정말 넓어요.
그러니까, 만약 선배가 선택할 수 있다면, 선배는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어요, 아니면 인어가 되고 싶어요?

백기 :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아.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조종석 문틀을 짚더니, 가볍게 뛰어올라 비행기의 날개 위에 앉았다.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며 날개가 기울자, 나는 깜짝 놀라 급히 조종간을 붙들고 균형을 유지하려 애썼다.

MC : 선배!

백기 : 걱정 마, 바람이 우리를 도와줄 거야.

그 순간, 가볍고 자유로운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 우리를 받쳐주었고, 우리는 다시 평온하게 푸른 하늘을 날아올랐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백기는 어느새 인어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하늘보다 더 푸른 그의 인어 꼬리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지금 이 순간 내 눈앞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비행기가 산골짜기를 낮게 스치자, 하늘을 나는 새들이 마치 우리를 동료로 여긴 듯 함께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수놓았다.

이 순간, 하늘은 마치 또 하나의 바다처럼 느껴졌다.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날아다니는 새든, 물고기든,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하늘과 바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MC : 선배, 저 선배한테 아직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 선배 꼬리,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요.
마치...... 하늘의 색 같아요.
그러니까, 하늘이 선배의 마지막 목적지가 아니더라도, 선배가 원하면 언제든지 날 수 있는 곳이어야 해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지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MC : 제가 돌아가면 모두에게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거예요.
선배가 부대로 복귀하지 않더라도, 선배가 돌아갈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게요.

그 순간 바람은 거셌지만, 나는 그가 단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그가 웃고 있었으니까, 정말 예쁘게 웃었으니까.

백기 : 나는 늘 더 강해져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고, 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랐어......
그런데 오직 너만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지만, 내게 변화를 가져왔어......
내게 선택지를 줬어.

 


너는 우연히 내 삶에 들어와, 나와의 싸움 속에서 내가 아름다운 너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어.
하늘과 세상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보이게 됐어.
그건, 내가 의도한 것도, 네가 목적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MC : 아마, 저도 선배를 선택해서 만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걸어온 이 길고 긴 길이 있었기에, 선배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택이란 건 결국, 운명과 자아가 만든 마법이다.
굳건히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갔기에, "운명"이라는 순간이 탄생할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서로의 눈 속에서 이 순간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문득, 백기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멀리 떨어진 산 아래를 가리켰다.

백기 : MC, 나 여기 와본 적 있어.
바로 저기서, 나는 이 힘을 얻었고, 모든 게 시작됐어.

나는 멍하니 있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말을 이었다.

MC : 이런 우연이 있다고?
저도 여기 와봤어요, 제가 처음으로 멀리 날아 이런 멋진 풍경을 봤던 때였어요.
그래서 선배한테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백기 : 그게 언제였는데?

바람이 다시 자유롭게 휘몰아쳤고, 하늘은 온통 푸른색과 그 호박색으로 가득했다.

뒤이어,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MC : ......2년 전.

찰칵——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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