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앤프로듀서 8주년 기념_백기 사랑과 순간의 우주

러브앤프로듀서 8주년 기념 
~사랑과 순간의 우주~

※ 번역기 사용o, 의역 및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前置剧情 프롤로그]


안나연 :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세상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포근한 겨울의 햇살 속, 화면에서 재생되던 "사랑과 순간의 우주(恋与瞬息宇宙)" 홍보 영상이 끝나자, 사무실 전체가 한껏 떠들썩해졌다.

사람들 : 올해 이벤트는 정말 모두가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유영 : 맞아요, 지금 댓글 창도 완전 난리예요. 네티즌들이 완전 상상력이 꽃을 피우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재물신이 되어 셀프로 금덩이를 마구 뿌리고 싶대요.
저라면, 그냥 고양이가 되어서, 매일 햇볕을 쬐면서 느긋하게 누워있을 거예요!

한예준 : 흠흠, 그럼 나도 댓글 남겨야겠다. 전 사이버펑크 세계로 가서 암시장을 누벼보고 싶어요!

고은 : ......
좋아요, 하지만 만약 위험에 처하게 되더라도 살려달라고 소리치지 마세요.

한예준 : 고은씨가 지켜줄 테니까, 그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어요.

MC & 모두 : 하하하......!

한예준이 과장스럽게 검지를 흔들자, 그 모습에 우리 모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연모시는 올해도 어김없이 "최고의 연애 도시"로 선정되었다. 매년 열리는 축하 행사는 마치 일 년 내내 이어진 따뜻하고 로맨틱한 순간들이 하나로 모인 것 같았다.

올해 시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이벤트를 내놓았는데,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Evolver 들과 과학 기술 기업들이 힘을 합쳐 "사랑의 공간" 테마존을 만들었다.

행사 기간 동안, 연모시 시민들은 다양한 신분과 모습을 직접 체험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세계"를 누비고 사랑을 즐길 수 있다.

고은 : 그럼 대표님은요? 대표님은 그분과 함께 어떤 세계로 가고 싶으신가요?

MC : 저요? 음......

생각에 잠긴 순간, 머릿속에 그의 얼굴이 떠올랐고, 입가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MC : 그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세계든, 어떤 모습이든 다 좋을 것 같아요.
 
 
 
[纪念伊始 기념의 시작]

 
석양이 지는 여운이 "사랑과 순간의 우주" 행사장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아, 눈앞의 모든 것을 은은한 색채로 물들였다.
 
주황빛과 어스름한 검은색 사이로,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며칠간 세워져 있던 비계를 하나둘 해체하고 있었다.
장치들의 설치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머지않아 이곳으로 온 도시의 사랑이 몰려와 뜨겁고 성대한 축제를 이룰 것이다.
 
텅 비어 있던 이곳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감회가 새로운 듯 눈앞의 넓은 광장을 둘러보았다.
부드러운 황금빛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저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살짝 움직이자, 주황빛과 붉은빛이 그의 윤곽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방금 전까지 조금은 나른했던 그의 걸음은 순식간에 빨라졌고, 황혼이 완전히 지기 전에 내게 닿으려는 듯, 큰 걸음으로 다가왔다.
 
백기 : 퇴근했어?
 
MC : 거의 다 됐어요. 선배는요?
 
백기 : 나도 거의 다 됐어.
 
웃음 섞인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내 기분도 더욱 가벼워졌다.
 
요 며칠, 회사에서는 행사장 설치 전반에 걸친 다큐멘터리 촬영에 참여했고, 나는 총괄 및 제작을 담당했다.
 
그리고 "사랑의 공간" 설치에는 Evol 관련 부분들도 많아서, 백기 역시 수시로 점검을 하고 확인을 하러 와야 했다.
우리는 늘 현장의 구석구석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로 웃거나, 틈을 타 함께 난간에 기대어 속삭이곤 했다.
 
밤이 깊어지면, 백기는 블랙이를 타고 와 길가에 멈춰 서서 내게 헬멧을 던져주었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날들은 바쁘면서도 달콤해서, 자꾸만 떠올리게 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만......
최근의 작업 내용을 생각하며, 나는 그의 손을 잡곤 나도 모르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MC : 그런데 말이에요, 이번엔 보안이 정말 철저하더라고요.
저도 다큐 촬영팀인데, 설치 작업 이외의 내용은 홍보 영상을 통해서만 정보를 알 수 있었다니까요.
게다가 제 가족은 직업윤리 지킨다고, 한 마디도 안 해주고~
 
그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백기 : 그럼 그 가족이 지금 직접 말해줄까?
 
MC : 좋아요, 그동안 내내 비밀스럽게 굴더니, 아무것도 안 알려주다가 지금 와서 약 올리는 거예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볼을 꾹 눌렀다.
 
MC : 말해요! 세부 사항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들을 거예요!
 
그러자 그는 오히려 더 즐겁다는 듯 웃었고, 눈동자 속 장난스러운 빛이 더 선명해졌다.
 
백기 : 안 알려줄 거야.
 
MC : 처음부터 알려줄 생각 없었죠!
 
백기 : 응.
 
MC : 이 나쁜 사람——
 
그의 태연하고 당당한 모습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쪽으로 힘껏 기대는 것으로 일종의 작은 "복수"를 했다.
 
웃고 떠드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행사장을 벗어났다.
석양이 쏟아지는 가운데, 로맨틱하게 꾸며진 작은 집들이 줄지어 나타났고,
동시에, 몇몇 작업자들이 집 한쪽에 모여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좁히며 자세히 보다가, 검은 상자 같은 장치들이 하나씩 분리되어 수레에 실려 가는 것을 발견했다.
 
MC : 어? 저 장치는 왜 떼어가는 거지?
 
백기는 내 시선을 따라가며 어깨를 맞대고 머리도 나란히 기댔다.
 
백기 : 저건 Evol 에너지를 안정시키고, Evol 파동을 측정하는 장치야.
이제 임무도 끝났으니까, 우리처럼 퇴근하는 거지.
 
집들은 조용히 줄지어 서 있었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부드러워, 곧 다가올 축제의 서곡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비록 겨울의 날씨는 차갑지만, 이런 성대한 축제는 늘 약속처럼 찾아오고, 시간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약속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나는 백기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 웃었다.
 
MC : 선배, 정말 신기해요.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 작은 집들만 봐도 정말 행복해지는 기분이에요~
 
백기 : 그럼 여기서 좀 더 보고 갈까.
 
문득 발밑이 가벼워지더니, 부드러운 바람이 나를 들어 올렸다.
 
현장의 소음과 복잡한 디테일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색과 형태만 남아, 작은 모형처럼 혹은 미니어처 우주의 한 조각처럼 보였다.
텅 빈 공간에서 지금의 조화로운 모습이 되기까지, 수많은 로맨틱한 생각과 바람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으로 응축된 것 같았다.
 
마치 작은 기적처럼.
 
백기 : 다큐 영상에서 모든 건물이 세워지는 타임랩스는 몇 초쯤 돼?
 
MC : 12초요.
 
12초.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낮과 밤이 녹아 있다.
 
백기 : 금방 지나가네.
 
나는 바닥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눈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MC : 그러게요. 정말 금방 지나가요.
 
12초, 8개월, 1년......
 
시간은 그렇게 포개지며 다가오고, 찬란하게 빛나면서도 소리 없이 조용히 흘러갔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머물며, 기쁨과 사랑 속에서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저 멀리, 석양이 몇 걸음 더 내려앉았고, 행사장의 조명은 아직 켜지지 않아 모든 것이 막 피어날 꽃봉오리처럼 고요했다.
 
백기 : 행사가 시작되면, 여기 정말 재미있을 거 같아.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나를 유혹할 수 없어, 더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MC : 뭔데요?
 
백기 : 집에 가는 거.
하루 종일 피곤했으니까, 널 안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싶어.
그리고 밥 먹고, 씻고, 자야지.
 
그는 웃으며 기지개를 켰고, 나를 이끌고 구름을 밟으며 천천히 집 쪽으로 걸어갔다.
 
저녁노을에 물든 그의 잘생긴 옆모습을 보며, 나는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MC : 그렇게 피곤하면, 절 안고 날아가면 되잖아요? 그러면 집에 더 빨리 갈 수 있잖아요?
 
백기 : 네가 곁에 있는데, 굳이 서두를 필요 없잖아.
 
MC : 흥흥, 무슨 말이든 선배 입에서 나오면 다 맞는 말이네요.
 
발아래 거리에는 오가는 차들로 붐볐고, 빛과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자, 문득 작년에 이 도시 곳곳에 숨겨둔 마음들이 떠올랐다.
올해는...... 나는 잠시 고민에 빠져, 입을 삐죽거리며 잡은 손을 흔들었다.
 
MC : 이 고민은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저한텐 너무 어려워요.
작년에는 선배가 행사 내용을 잘 알고 있더라도, 제가 몰래 제 마음을 숨길 기회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어떻게 해야 선배에게 깜짝 이벤트를 할 수 있을까요......
 
귓가에 낮은 웃음이 들려와 나는 고개를 돌렸다.
백기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고, 그의 호박빛 눈동자는 말도 안 되게 밝아서 마치 빛 속에 잠긴 소년 같았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그의 미소 속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봤지만, 그는 태연하게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백기와 나는 유치한 눈싸움을 계속 이어나갔다.
내가 코를 찡긋거리자, 그제야 그가 웃으며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백기 : 올해 내가 무슨 일을 맡았게?
 
MC : ...... Evol 사용 상황을 제한하고 점검하는 거요?
 
백기 : 응.
 
MC : "응"?
 
순간 내 머릿속은 몇 초 동안 잠시 멍해졌고, 마침내 "띵——" 하고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MC : 잠깐만요, 선배. 설마 사랑의 공간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그는 마침내 웃음을 터뜨리며, 느긋하게 몇 걸음 앞서갔다.
 
백기 : 요즘 나는, Evol 사용도 점검해야 하고, 각종 서류 결재도 해야 하고, 평소처럼 맡은 사건들도 처리해야 하는데......
 
그는 일부러 말꼬리를 길게 늘였고, 눈동자 속엔 오랫동안 숨겨왔던 장난기가 반짝였다.
 
백기 : 그 많은 세부 사항들까지 내가 신경 쓸 시간이 어딨어.
 
이 사람, 처음부터 날 놀리고 있었잖아!
 
MC : 선배 요즘 너무 능글맞아졌어요——
 
나는 웃으며 그를 향해 달려갔고, 그를 따라오던 바람에 힘입어 그의 품 안으로 쏙 안겼다.
 
백기 : 걱정하지 마. 앞으로 있을 모든 일들은 네가 곁에 있으니까, 전부 놀라움으로 가득할 거야.
우리 둘만의 놀라움으로.


[梦幻之森 몽환의 숲]

 
햇살은 가득 쏟아져 내리고, 짙은 녹색 덩굴이 나무 사이로 자유롭게 뻗어 있었으며,
처음 보는 여러 가지 색의 꽃들이 우아한 선을 그리며 꽃잎을 펼쳤다.
 
세상은 작고 신비한 블록들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생생하고 섬세하게 느껴졌다.
 
처음 걸어보는 이 세계에서,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과 설렘을 감추지 못한 채 계속해서 백기를 불렀다.
그 역시 신기한 모양인지, 자기보다 더 큰 잡초를 건드려 보고, 바닥의 돌멩이를 두드려 보는 등 이리저리 탐색했다.
땅에 있는 것들을 다 확인해 본 뒤에야, 그는 동그란 버섯 갓 머리를 들어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봤다.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고, 하늘 끝까지 뻗은 나무는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MC : 정말 높다...... 저 위에는 뭐가 있을까요?
 
백기 : 보면 알겠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옆에서 바람이 스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백기의 모습은 사라지고 주변의 꽃과 풀이 흔들리고 있었다.
 
MC : ......
 
나는 하늘에 남은 잔상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발밑의 내 작은 두 발을 내려다보았다.
 
MC : 이 세계에서도 Evol을 사용할 수 있어요?!
 
백기 : 이 정도는 Evol을 사용할 필요도 없어.
 
맑고 깨끗한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내 앞에 백기가 정확하게 착지해 있었다.
조금 전, 그가 매서운 바람으로 변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것처럼.
 
백기 : 테스트 끝. 이 몸, 점프력이 괜찮네.
 
MC : 그게 괜찮은 수준인가요? 아니 잠깐, 방금 그게 테스트였어요? 그럼 다음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과 함께 부드러운 감촉이 내 등 뒤를 밀어 올렸다.
시야가 흔들리며 순식간에 높아졌고, 나는 어느새 백기의 버섯 갓 머리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백기 : 꽉 잡아.
 
MC : 잠깐만, 잠깐만요—— 제 손이 너무 짧아요!
 
나는 황급히 손을 뻗어 그의 갓 가장자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꽉 잡기도 전에 백기가 또다시 높이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귓가에 바람이 파고들었고, 내 버섯 몸이 그와 함께 튀어 올랐다.
방금 전까지 올려다보던 나무줄기가 눈앞에서 빠르게 올라갔고, 강렬한 무중력감이 온몸을 휘감아 나는 비명을 질렀다.
 
MC : 선배, 지금 완전 자이로드롭 버섯이 됐어요!
 
백기 : 확실히, 남자애들이라면 이렇게 될만해.
 
높이의 한계에 도달한 듯, 내 영혼도 가장 높은 곳에서 잠시 멈춰 선 것 같았다.
곧이어 내가 반응할 새도 없이, 훨씬 더 강한 낙하감이 나를 아래로 끌어당겼다.
 
MC : 으아아......!
 
백기 : 한번 뛰어봐. 엄청 재밌어.
 
MC : 전 못해요——
 
백기 : 그럼 내가 대신 도와줄까?
 
MC : 움직이지 마세요!
 
하지만 백기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땅에 착지하는 순간,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또다시 높이 뛰어올랐다.
 
내 시야는 다시 넓어졌고, 작은 새 몇 마리가 숲을 가르며 날아갔다.
마치 나까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나도 조금씩 천천히 손을 놓았고, 극한의 높이에 도달 한 순간, 무릎을 굽혀 힘껏 뛰어올랐다——
울창한 나무가 순식간에 발밑에 펼쳐져 푸른 녹색의 바다가 되었고, 푸른 하늘도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이 순간, 나는 마치 바람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떨어질 때조차 또 다른 시원한 자유를 느꼈고, 아래에서는 백기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우리는 두 개의 작은 버섯.
그가 나를 "받아낸" 순간, 우리는 함께 꽃밭으로 데굴데굴 굴러갔고, 꽃잎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백기 : 재밌지?
 
MC : 재밌어요!
 
세상이 살짝 돌아가고, 그의 두 눈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호기심에 고개를 내밀었고, 몇 송이 꽃 뒤에서 빛나는 작은 머리들이 하나 둘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조금 전 소리에 끌려온 이 세계의 작은 원주민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꼬리 끝에 빛을 달고 있었고, 활발하고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었다.
 
MC : 여기 재미있는 곳이 또 있나요?
 
작은 요정 : 버섯 낙원! 예쁜 버섯 낙원!!
 
작은 요정은 꼬리를 흔들며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그곳은, 따뜻하고 이끼는 벨벳처럼 부드러우며, 길가에는 보석이 깔려 있고, 심지어 흙에서는 맑은 향기가 난다고 했다.
게다가 작은 버섯의 갓을 아름답고 윤기 있게 만들어 주는 온천도 있다고 한다.
 
어떤 버섯이든 한번 가면 돌아가기 싫어한다는 버섯 인생의 성지였다.
 
나와 백기는 눈을 마주쳤고, 거의 동시에 서로의 눈에서 같은 반짝임을 발견했다.
 
백기 : 마침 가는 길에 새로운 "걷기 방식"도 개발해 볼 수 있겠다.
 
MC : 선배, 버섯의 정체성에 도전하고 있네요!
 
백기 : 내가 되고 싶은 건 뭐든지 될 수 있어.
 
우리는 퐁퐁 뛰며 길을 나섰다.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 무렵, 어딘가에서 맛있는 "바비큐"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땡그랑거리는 소리와 신나는 노랫소리를 따라, 우리는 덤불을 헤치고 나아갔다——
 
커다란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주변의 작은 나무 집들과 이끼 카펫을 붉게 비추고 있었고,
보송보송한 털 뭉치 같은 작은 요정들이 모닥불 주위를 뛰어다니며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멍하니 서 있자니, 두 명의 작은 요정들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신나게 달려왔다.
 
작은 요정 A : 우와! 버섯이다! 안녕!
 
작은 요정 B : 같이 모닥불 파티하지 않을래? 맛있는 거 많아!
 
나는 눈앞의 신이 난 작은 요정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백기를 쳐다보았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튀어나가더니, 나를 향해 뒤돌아보며 그의 갓을 멋지게 들어 보였다.
 
백기 : 가자, 잠시 동안 작은 요정이 되어보는 거야.
 
 
그저 시끌벅적한 밤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 작은 요정들은 백기의 뛰어난 점프력을 보고는 그에게 경주 시합까지 요청했다——
상품은 아름다운 보석으로 이루어진 작은 머리 장식이었다.
 
백기 : 너한테 딱 어울리겠다.
 
MC : 그럼 저도 참여해서 제일 멋진 백기 버섯에게 선물해 줄래요~
 
 
셋째 날, 작은 요정들은 또다시 아침 일찍 우리의 작은 나무집 문을 두드렸다.
 
작은 요정 D : 오늘은 딸기꽃꿀 축제야! 철새 깃털 모으기 이벤트도 있어! 같이 하자!
 
MC : 좋아요! 오늘은 제가 꼭 이길 거예요! 꼭 깃털을 선배에게 줄 거예요!
 
백기 : 좋아. 오늘은 네가 이겨.
 
MC : 봐주기 없기!
 
꽃꿀 축제 다음 날은 민들레 굴리기 대회, 또 그다음 날은 견과류 시식회, 그다음은 이슬 맞이 의식......
매일 새로운 축제가 있었고, 매일 웃음과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매번, 내일은 버섯 낙원으로 출발하자고 생각했지만,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이 우리를 자꾸만 붙잡았다.
출발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머무르는 것 또한 즐겁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별빛이 가득 쏟아지는 밤, 나는 백기에게 기대어 그와 함께 모닥불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귓가에는 또다시 춤곡의 북소리가 둥둥 울려 퍼졌고, 나는 눈앞에 흔들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그에게 좀 더 붙었다.
 
MC : 있잖아요, "버섯 낙원"도 이렇게 즐거울까요?
 
그는 가볍게 웃더니, 내 머리 위에 반짝이는 작은 머리 장식을 바로잡아 주고는, 나를 이끌고 요정들이 춤추는 대열에 합류했다.
 
백기 : 그건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 일 거야.
지금은 너와 함께하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즐거움이고, 저 먼 곳은 너와 함께 종착점을 향해 나아가는 즐거움이야.
우리가 출발할 때, 이 모든 것들이 전부 우리께 될 거야.
 
그의 눈은 반짝였고, 분명 버섯의 모습인데도 내 눈에는 여행을 즐기는 소년의 자유로운 모습으로 가득했다.
 
과정을 즐기고 현재의 기쁨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여정을 향해 가지만, 종착지는 단지 표시가 아닐 뿐
 
이렇게나 찬란한 그를 바라보며, 나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MC : 지금 선배 모습, 정말 자유로워 보여요.
 
백기 : 널 가졌으니까.
 
불빛이 가볍게 뛰어오르며 그를 더욱 경쾌하게 만들었다.
 
백기 : 널 만나기 전엔 종착점이 중요했어. 더 빨리 가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산은 그냥 산, 물은 그냥 물이었지.
 
MC : 하지만 저는 그 산과 물이 줄곧 선배 눈 속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백기 : 아마 지금은 더 편해져서일 거야.
어디든 과정이 될 수 있고, 어디든 종착점이 될 수 있어.
네가 있으면, 그게 어디든 내 풍경이야.
 
그는 웃으며 나를 이끌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 그와 함께 가장 단순하고 가장 자유로운 춤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MC : 저도 선배를 닮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저 멀리 있는 종착점을 생각하거든요.
"여기서 멈춰도 좋지 않을까?" 하다가도, "아니야, 종착점에 가면 더 행복할지도 몰라."
하지만 또, "종착점에 도착했는데 지금만큼 행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싶고.
좀 유치하죠?
 
내 말에 백기는 웃는 듯했다.
그는 나를 다시 이끌며 한 바퀴 돌았고, 모든 발걸음은 자유롭고 거침없었다.
 
백기 : 넌 나와 함께 있는 걸 즐기기만 하면 돼.
세상은 넓고, 나는 널 어디든 데려갈 수 있으니까.
 
순간, 소년의 눈 속에 마치 아득한 종착점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그 찬란한 호박색을 통해, 나는 이미 나만의 안식처에 도달한 것 같았다.
 
아마도 바람이 스쳐 지나갔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벼움과 시원함이 느껴졌다.
 
MC : 안 되겠어요, 선배만 멋있는 말을 하게 둘 순 없어요. 저도 선배를 데리고 온갖 즐거운 곳에 데려가 줄 거예요~
 
백기 : 그럼 내일 나뭇잎 글라이더에서 날 이기면, 네 말을 따를게.
 
MC : 항의합니다! 버섯 경찰이 불공평하게 굴어요!
 
백기 : 난 버섯 경찰 아니거든.
 
그의 따뜻한 입맞춤이 내 작은 갓 위에 닿았고, 우리가 함께 모았던 철새 부드러운 깃털보다도 더 간질거렸다.
 
백기 : 나는 MC 버섯을 좋아하는 버섯이야.
 
MC : ...... 괜, 괜찮아요, 어차피 선배는 여기서 Evol을 사용할 수 없잖아요.
바람이 제 말을 들을지도 모르잖아요, 어쩌면 제가 이길지도 모르죠!
 
백기 : 내가 방금 바람에게, 내일은 내 지휘를 따르라고 말해놨어.
 
MC : ...... 정말요?! 치사해요!
 
백기: 농담이야.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를 꽉 끌어안았고, 몇 번 구른 후에야 그의 품에 파묻혔다.
 
세상은 넓고, 버섯은 작다.
 
어디엔가 늘 먼 곳이 있고, 바로 옆에도 풍경이 있다.
어디로 가든, 혹은 가지 않든, 다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백기 곁에 있고, 백기는 내 곁에 있으니, 어떤 선택이든 다음 순간 더 큰 기쁨으로 이어지기만 할 테니까.
 
MC : 선배, 내일 우리 나뭇잎을 타고 출발해요!
 
백기 : 좋아, 내가 바람에게 우리를 더 먼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할게.

 
 
 


 
 
 
[富丽之都 화려한 도시]

 
주사위가 데구루루 굴러 "6"에 멈추자, 나는 만족하며 해당 칸으로 튀어 올라 그곳의 카드를 집어 들었다——
종이 위에 "발바닥 카드"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고, 기능을 대충 훑어본 후 나는 주저 없이 "카드 사용"버튼을 눌렀다.

다음 순간, 하얗고 말랑말랑한 인형 발바닥이 백기의 작은 말 위에 나타나더니, 그를 손바닥 안에 통째로 집어 들었다.

MC : 헤헤, 백 경관님. 어디에 내려드릴까요?

백기 : 네 옆자리가 아니면 어디든 마음에 안 들어.

MC : 에고, 저도 빨리 선배가 제 옆으로 오면 좋겠다니까요~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방금 지은 레벨 4 건물 칸을 눌러 백기를 내려놓았고, 그에게 동글동글한 손을 내밀었다.

MC : 통행료 내세요~

백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지만, 빠져나가는 붉은색 코인 숫자를 보면서도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MC : 선배 왜 그렇게 자신만만해 보이죠.

백기 : 너한테 온 거면, 이득이지.

MC : ...... 응?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는 자연스럽게 칸 가장자리로 뛰어와 내 손을 끌어당기더니, 나를 그의 방향으로 살짝 당겼다——
그리고 칸의 경계선 위에서, 백기는 웃으며 내 뺨에 입을 맞췄다.

백기 : 말했잖아. 내가 이득이라고.

MC : 도구 카드에서 벗어나서 마음대로 움직이면 반칙이에요!

"새로운 사랑 공간"에 들어온 뒤, 우리는 처음엔 그냥 평범한 부루마블 게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이 게임이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주사위가 던져지고, 백기가 내 등 뒤에서 나온 눈금만큼 앞으로 깡충 뛰어가 도구 카드 칸에 멈췄다.
이어서, 그의 입꼬리가 아주 장난스럽게 올라가자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MC : 선배, "원수는 원수로 갚는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카드를 사용하는 순간 내 발밑에 환한 빛의 고리가 떠올랐다.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와 백기는 같은 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손은 서로 단단히 붙어 있었다.

나는 서로 단단히 "붙어 있는" 우리의 손을 바라보았고, 이어서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이는 누군가를 보았다.

MC : ...... 이 카드의 "효과"는 뭐예요?

 
백기 : 앞으로 세 턴 동안, 넌 나랑 붙어서 움직여야 해.
주사위를 던질 수 없고, 땅도 사고팔 수 없어.

 
MC : 그럼 제가 선배 땅 위로 지나가면요?

 
백기 : 통행료 두 배.
마침 나한테 원격 주사위 카드가 3개 있는 거 같은데.

MC : ...... 얄미워!

하지만 백기는 그렇게까지 "잔인" 하진 않았고, 원격 주사위 두 개만 사용했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자금이 그의 주머니로 마구 뺏겼지만, 나는 그저 바라보면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백기와 함께 지도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MC : 이 카드 디자인에 문제가 있어요! 두 개의 말이 같은 칸 안에 있으니까 너무 비좁잖아요——

백기 : 내가 너무 단단해서 그래, 옆으로 조금만 비켜서.

MC : ...... 우리가 구호를 외치면서 같이 뛰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손과 몸이 분리되는 미묘한 느낌이 들어요......

백기 : 따로 움직이는 것도 꽤 귀여울 것 같은데, 한번 느껴볼래?

MC : ...... 여기 코너를 돌 때 우리가 부딪힐 거 같은데...... 선배, 지금 선배 표정이 완전 짓궂은 생각으로 가득 찬 거 같아요.

백기 : 그럼 드리프트를 시도해 보자. 속도가 충분히 빠르면 될지도 몰라.

세 턴 동안 적지 않은 돈을 잃었지만, 나는 유난히 즐겁게 웃었다.
백기 역시 재미있다고 느꼈는지, 그 뒤로는 서로에게 각종 도구 카드를 사용해 서로에게 말도 안 되는 이벤트 들을 만들었다.

어떤 때는 백기가 세 턴 동안 내가 보드 위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따라 해야 했다——설령 그것이 단순히 귀여운 행동일지라도.
또 어떤 때는 내가 한 칸 전진할 때마다, 그가 있는 방향으로 세 칸을 더 전진해야 했다.

백기는 인정사정없었고, 나 또한 그가 몰래 한 키스들을 하나하나 되돌려 받겠다는 기세로 기를 쓰고 덤볐다.

게임은 계속되었고, 우리의 자산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결과적으론 서로 균형을 유지했다——
누구도 이기지 않고, 누구도 파산하지 않는 상태로.

어느 턴, 백기가 나를 등에 업고 "공원" 구역을 지나고 있을 때, 나는 그에게 기대어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MC : 선배, 혹시 무슨 이상한 방법을 쓴 거 아니에요?
도구 카드도 너무 많고, 우리 자산도 왔다 갔다 하기만 하고, 끝날 기미가 전혀 없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의기양양하고 경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는 능숙하게 나를 뒤집어 내 머리를 그의 옆에 기대게 했다.

백기 : 너 카드 많이 사용했잖아, 뭔가 공통점 못 느꼈어?

그의 목소리는 나른했고, 마치 배를 뒤집어 까고 누운 작은 짐승 같았다.

MC : 음...... 항상 상대방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아! 우리를 항상 한곳으로 모이게 하는 것 같아요.

백기 : 응. 그래서 이 점만 알면 숫자를 조절하기가 아주 쉬워.
토지 배치와 자금의 흐름, 양쪽의 배당 확률만 신경 쓰면 돼. 도구 카드가 많으면 선택의 폭도 넓어지잖아.

MC: ...... 선배, 언제부터 이렇게 설계한 거예요?

그의 눈은 반짝였고, 성공했다는 듯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백기: 네가 세 번째 카드 썼을 때부터.
그냥 칸 이동하는 것보다, 도구 카드로 너랑 놀면 더 재밌어.
네가 세 번째 도구 카드를 사용했을 때부터.
단순히 칸을 이동하는 것보다, 이런 도구 카드를 써서 너랑 노는 게 훨씬 재미있어.

나는 눈을 깜빡이며 백기를 바라보았고,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간은 너그럽게 흘러, 마침내 그에게 그 자유롭고 거침없는 자신을 돌려준 것 같았다.
그를 가볍게 만들었고, 때로는 순수하고 짓궂은 청년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MC : 선배 요즘 갈수록 절 괴롭히는 데 진심인 거 같아요.

백기 : 그래?

MC : 아니에요?

내가 그에게 웃어 보이자, 그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되돌아왔다.

백기 :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널 어떻게 괴롭히는지 자세히 말해줄래?
사건을 처리할 때는 증거가 중요하거든.

MC : 지금도 괴롭히고 있잖아요——

백기 : 그럼 내가 "결속 카드"를 연속으로 사용하면, 그건 뭐야?

MC : 그건 그냥 선배가 가진 카드가 많은 거죠!
흥, 저도 도구 카드를 잔뜩 모아서 주도권을 되찾을 거예요!

그는 그저 웃을 뿐, 내가 연신 뛰어다니며 손안의 모은 도구 카드들을 세는 걸 내버려두었다.

백기와 나는 한 줄로 지어진 건물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는데,
그가 정말로 "결속 카드"를 사용할까 봐, 서둘러 어떤 카드를 먼저 쓸지 고민하고 있는데, 건물 너머로 잔잔한 목소리가 흘러왔다.

백기 : 나 이제 네가 무섭지 않은 것 같아.

MC : 응?

나는 멍하니 백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방금 전의 질문과 그의 망설임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이것이 백기의 대답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물들에 가로막혀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백기 : 네가 날 싫어할까 봐 무섭지도 않고, 사실은 내가 엄청 짓궂은 사람이라 무의식적으로 널 놀리고 싶어 한다는 걸 네가 알아도 두렵지 않아.
네가 웃는 모습 보고 싶고, 내가 뭐라고 해도 결국 네가 나한테 항복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순수한 소년의 진심은 마치 순간의 강렬한 바람처럼 나를 뜨겁게 스쳐 지나갔다.

MC : 선배는 제가 선배를 어쩌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죠.

백기 :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지.

이것은 나의 가장 큰 용기가 되었고, 나답게 행동할 수 있게 했다.
네 눈에 더 많은 것을 욕심내 얻고 싶어 하고, 매 순간마다 모든 내가 너에게 키스 받고 안길 수 있게.

MC : 선배, 보고 싶어요.

백기 : 안 돼.

하지만 다음 순간, 백기는 내 옆에 나타났고, 우리의 손은 또다시 단단히 "붙어" 있었다.
커다랗게 뜬 눈, 붉게 물든 귀. 그는 마치 고백하다 들킨 남자애 같았다.

나는 웃으며 손에 든 도구 카드를 그에게 흔들어 보였다.

MC : 저도 "결속 카드" 있어요.
도망 금지.

그는 작게 웃었고, 오히려 나와 연결된 손을 더 힘껏 잡았다.

백기 : 도망치지 말아야 할 건 너야.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의 귀 가까이 속삭였다.

MC : ...... 사실, 저도 선배가 절 괴롭히는 걸 꽤 좋아해요.

백기 : 다시 말해봐.

MC : 헤헤, 싫어요!

나는 주사위를 던진 후, 그를 이끌고 앞으로 뛰었다.

MC : 저도 선배 괴롭히는 거 좋아해요.

그렇게 우리의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각양각색의 도구 카드들이 보드판을 뒤덮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닿기 위한 끝없는 기회를 만들었다.

나의 진심을 큰 소리로 말할 용기가 없을 때,
오직 이렇게 한 번, 또 한 번의 기회를 통해 그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와 백기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더 이상 이런 이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MC : 근데 있잖아요, 이 게임에는 도구 카드가 대체 몇 종류나 있는 걸까요?

백기 : 중요하지 않아.

그는 웃으며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백기 : 어차피 우리의 게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

 
 
 
 


 
 
 
[盛馔之城 성찬의 도시]

 
발밑의 와플 벽돌 길은 폭신하며 달콤했고, 멀지 않은 거리의 지붕에 얹힌 초콜릿 기와는 유혹적인 광택을 뿜어냈다.
하지만 이렇게 동화처럼 달콤해 보이는 세계와 달리,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작은 케이크 주민들은 모두 발걸음이 바쁘고, 표정은 어두웠다.
 
MC : ...... 왠지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
 
백기는 이미 주변의 미묘한 공기를 눈치챈 듯, 주변의 디저트 집들을 힐끗 보더니 내 손을 잡았다.
 
백기 : 대부분의 설탕 창문에 수리한 흔적이 있어.
오는 길에도 구멍이나 탄흔 같은 게 있었고.
 
MC : 이 달콤해 보이는 세계가 그렇게 하드코어 하다고요......?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순간 진한 초콜릿 향이 느껴졌고, 다음 순간 백기의 품으로 확 당겨졌다——
브라우니 한 조각이 "퍽" 하고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지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나를 쳐다봤다.
 
브라우니 : 너 눈은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MC : ...... 당신이 혼자 넘어진 거 아녜요?
 
브라우니 :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르는 촌스러운 케이크 주제에, 길 한복판에 서 있는 게 잘못이지!
이 동네에서 브라우니님께 길을 양보하는 건 당연한 일이거든!
 
MC : ...... 정말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네요.
 
나는 재밌다는 듯 백기의 귓가에 속삭였고, 그의 입가는 웃음을 참지 못한 듯 살짝 올라갔다.
 
우리가 웃어버린 것에 더 화가 났는지, 브라우니는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브라우니가 공격하기도 전에, 백기는 반 걸음 앞으로 나와 한 손으로 양아치 브라우니의 손목 잡아 올렸다.
그리고 손목을 가볍게 비틀자, 브라우니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멀리 던져졌다.
 
일련의 동작들이 물 흐르듯 유려해서, 나는 감탄과 설렘으로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MC : 선배, 진짜 멋있어요.
 
백기 : 그냥 브라우니일 뿐이야.
술이랑 가루가 너무 많아서 손이 끈적거려.
 
MC : 하하하하, 너무해!
 
백기는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살짝 털어내며 시큰둥하게 굴었고, 멀찍이 날아간 브라우니는 씩씩거리며 팔을 흔들었다.
 
브라우니 : 너희들 두고 봐! 난 설탕파의 명예 조직원이라고!
 
무슨 소리인지 모를 위협을 하며, 브라우니는 바닥에 슈가 파우더와 초콜릿 얼룩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백기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 : 당신들 새로 온 케이크들이죠...... 조심하는 게 좋아요......
 
그때, 골목 입구에서 겁먹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보니 바짝 말라 보이는 작은 스펀지케이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MC : 저희는 여기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 동네에 대해 잘 몰라요.
실례지만...... "설탕파"가 뭔가요?
 
한참 설명을 들은 후에야, 우리는 이 공간의 설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엔 "설탕파", "스테이크당", "향신료파" 같은 악당 조직들이 존재했는데,
그들은 설탕, 소금, 기름 등 음식들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자원들을 독점하여 물가를 폭등시켰다.
하층의 작은 음식들은 그들에게 가입하거나, 아니면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근근이 살아가야 했는데,
이 디저트 마을은 "설탕파"가 장악한 구역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한 정보들을 소화하려 애쓰며, 나는 문득 멍해졌다.
 
MC : 이번 "사랑의 공간"은 엄청 특이하네요, 구원과 모험 이야기예요......
 
나는 벽에 붙은 현상수배 전단을 보며, 조금 전 작은 스펀지케이크가 나눠준 빵 조각을 베어 물었다.
 
MC : ......설탕파 보스 현상 수배 : 나폴레옹 파이.
현상금은 소금 세 봉지, 설탕 세 봉지, 보석 크림 모자 하나, 마을 명예 훈장?
꽤 푸짐하네요.
 
옆에 있던 백기가 "응" 하며 대답했고, 그는 현상수배 전단을 두어 번 훑더니, 무엇을 보았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백기 : 우리가 가서 잡자, 이 나폴레옹 파이.
 
그의 한 손은 허리춤의 작은 종이 받침대에 나른하게 걸쳐 있었는데,
말투가 어찌나 담담한지, 마치 "저녁 먹고 산책이나 갈까" 같은 사소한 말같이 느껴졌다.
 
MC : 좋아요, 그럼 제가 또 백 경관님의 부관이 되는 거죠~
 
백기: 오늘은 경찰이 아니야.
 
그는 기세 등등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백기 : 오늘은 그냥, 너만의 멋진 작은 케이크이고 싶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 경관이 아니어도 백기의 전투력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제약이 없어서인지 더욱 기세등등했고, 우리 둘은 단숨에 나폴레옹 파이의 본거지로 돌입했다.
 
백기 : 넌 여기 앉아 있어.
 
그는 나를 나무 상자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고, 그의 등 뒤에 있는 "새까만 흑막"들은 그저 멋진 배경 판처럼 보였다.
 
MC : 저는한테는 임무가 없나요?
 
백기 : 있어. 나를 지켜보는 거.
 
백기는 웃으며 팔을 툭툭 털더니, 그 자리에서 콩콩 뛰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설탕파 조직원들에게 두 걸음 다가서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백기 : 다 같이 한 번에 덤벼. 내 여자친구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삼십 분 후,
 
백기는 나폴레옹 파이가 담긴 자루를 경찰서 안으로 던져 넣었다.
현상금이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거의 동시에 작은 크림 모자를 집어 들었다.
 
새하얀 작은 크림 모자에는 투명한 라즈베리와 반짝이는 블루베리가 장식되어 있었고,
꿀에 절인 백리향 잎 몇 개가 정교한 문양을 이루며 보석처럼 빛을 반사했다.
 
경찰서 문을 나설 때, 이 작은 모자는 매우 소중하게 내 머리 위에 얹혔다.
 
주먹을 휘두르던 손은 날렵하고 단단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유난히 부드럽고 섬세하게 느껴졌다.
 
호박당 태양이 빛과 그림자를 뿌렸다.
그의 반짝이는 눈에는 아름다운 빛의 조각들이 넘실거렸는데, 온통 내 모습으로 가득했다.
마치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어떤 결정을 내린 것처럼 말이다.
 
MC : 어떤 멋진 작은 케이크는, 처음부터 이 모자가 목적이었던 건 아닐까요?
 
백기 : 그냥 그 크림 얹은 부분이 좀 궁금했어.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는데, 너한테 딱 맞네.
 
그는 큰 자루 가득 담긴 설탕과 소금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곁으로 다가와 그저 손을 잡고 석양에 물든 골목길을 다시 걸어갔다.
 
백기 : 좀 귀찮은 일에 참견하긴 했지만, 너에게 줄 예쁜 선물도 생겼으니까.
딱 좋지 않아?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그의 손을 잡고 머리 위로 올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MC : 그럼...... 예뻐요?
 
백기 : 제일 예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은 기쁨과 매혹으로 가득 넘쳐흘렀고, 나 또한 얼굴이 붉어져 웃으며 발꿈치를 들고 크림 모자를 그의 머리에 옮겨 씌워 주었다.
 
MC : 어라, 왠지 제 남자친구가 쓰니까 더 멋있고 예쁜 것 같은데요?
백기 : 내가 네 거니까, 근주자적(*近朱者赤 : 좋은 사람, 좋은 환경과 가까이하면 자신도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라잖아.
MC : 저 지금 완전 행복한 것 같아요.
MC : 왜냐하면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내 작은 케이크가, "우주에서 최고로 멋진 케이크"가 되었으니까요!
백기 : 그럼 지금의 작은 케이크가 더 멋져, 아니면 백기가 더 멋져?
MC : 그런 치사한 질문은 금지!
 
백기를 놀리려던 나는, 입술 위에 따뜻하게 내려앉은 갑작스러운 달콤한 키스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백기 : 그럼 내가 직접 증명할 수밖에.
MC : 알았어요, 알았어. 지금의 작은 케이크가 더 멋지다구요.
백기 : 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면 그때 또 증명할게.
 
그는 모자를 다시 내 머리 위에 올려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마을에 은은하게 떠다니는 달콤한 향기 속에, 몇 가지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MC : 선배, 저도 선배에게 작은 모자를 보상으로 주고 싶어요.
아니, 이 세계엔 마침 재료가 많으니까, 제가 아예 선배에게 하나 만들어 줄게요~
오직 선배만을 위해 만든, 단 하나뿐인 모자예요~
저들이 특별한 재료들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나는 손에 든 몇 가지 현상수배 전단과 지도를 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MC : 남동쪽에는 초콜릿 칩과 젤리가 있는 것 같은데, "스테이크당" 구역인 것 같죠?
어쩌면 우리가 지나가면서 슬쩍할 수도 있겠어요~
 
백기 : 몇 분 익힌 건지 모르겠네, 한 입 먹어 볼 수 있을까.
 
MC : 더 이상 말하지 마요...... 안 그러면 정말 배고파질 것 같아요.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발걸음을 따라 그와 잡은 손을 아무렇게나 흔들었다.
저녁 햇살은 부드러웠고, 직책과 규칙은 조용히 모습을 감춘 채, 오직 정의와 사랑에 대한 순수한 실천만이 남았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없고, 오직 하고 싶은 일만 있을 뿐이다.
 
나는 곁에서 여전히 지도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백기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듯, 그가 고개를 들었고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MC : 현상금이 없었더라도, 크림 모자가 없었더라도, 선배는 "설탕파"를 혼내주러 갔을 거죠, 그렇죠?
 
백기 : ......
 
그는 눈을 깜박이며 잠시 말이 없더니, 손으로 자신의 코를 쓱 만지작거렸다.
 
백기 : 굳이 내가 상관 안 할 수도 있지, 난 경찰이 아니니까.
 
MC : 선배는 안 그럴 거예요. 왜냐하면, 선배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 어떤 사람도 외면하지 않고, 괴롭힘당하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잖아요.
설령 이곳이 가상의 세계이고, 상대가 작은 케이크일지라도요.
 
백기 : ......
그냥 보기 싫었을 뿐이야.
 
MC : 그러니까 선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은 케이크예요.
 
나는 웃으며 그와 잡은 손을 흔들었다.
 
MC : 정의로운 신분이나 직책이 없더라도, 선배는 언제나 그렇게 행동할 거예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선배가 점점 더 좋아져요.
 
순수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단순하지만 사실은 쉽지 않은 사람.
 
그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고, 보기 드물게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백기 : 여기는 규칙이나 틀 같은 것도 딱히 없고, 사람을 직접 때리거나 잡을 수도 있어.
총은 초콜릿이고, 칼은 설탕이라서 크게 다치지도 않아.
게다가 내 실력에 자신 있으니까, 널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위험이나 결과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어.
 
MC : 그러니까 정말 신나죠?
 
백기 : 좀 우쭐해진 거 같아.
 
그는 웃으며 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백기 : 나는 왜 아직도 어린애 같을까?
 
MC : 그럼 백기 어린이는 계속 그렇게 지내요.
 
나는 그의 뺨을 쓰다듬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MC : 세상에 선배만큼 멋있는 사람은 없을 거고, 선배처럼 멋있는 작은 케이크도 없을 거예요.
 
백기 : 난 어린이가 되지 않을 거야, 어린이는 너한테 키스할 수 없잖아.
나는 정의로운 어른이 되어서, 네 시선이 내게서 떠나지 못하게 할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꿈의 싹이 트는 것부터 활짝 피어날 때까지.
나는 나의 맹세와 신념을 항상 실천할 것이고,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
 
MC : 그럼 저도 또 다른 정의로운 어른이 되어서, 이 길을 선배 혼자 걷게 두지 않을 거예요.
이제 재료도 모으면서, 정의롭게 사람들을 도우러 다녀요~
 
백기는 눈을 휘어 웃었고,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우리는 손가락을 포갠 채, 함께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마을의 끝, 크랜베리 색의 석양이 하늘을 물들이며, 우리의 다음 승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백기 : 경로를 짰어, 우리 하나하나 돌파해 보자.

 

 

 


 

 

 

 

[山水之境 산수의 경계]

 

짙은 먹이 겹겹이 쌓여 산봉우리를 이루고, 몇 번의 붓질로 산과 강 사이에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그려졌다.

바위 한편에는 마른 소나무 몇 그루가 비스듬히 서 있어, 굽은 가지를 드러낸 채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하게 서 있었다.

 

광활한 천지와 아득한 산수 사이에서, 나와 백기는 두 개의 작은 먹물 방울이 되어 흑과 백의 세계를 자유롭고 시원하게 누볐다.

 

MC : 여기에 뭘 쓰면 좋을까......

 

나는 굽이치는 시냇물을 바라보다가, 몸을 좌우로 움직여 한 획 한 획 "돌 석(石)" 자를 써 내려갔다.

나와 멀지 않은 곳에서 백기도 먹자국을 길게 늘이며 멋스러운 "버들 류(柳)" 자를 남겼다.

 

그의 수려한 필획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돌려 눈웃음을 지었다.

 

MC : 확실히 그림 그리는 것보다 훨씬 쉽고,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는 유려한 한자들이 산수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구름 운(云)"자가 높은 하늘에 펼쳐지고,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굽은 획의 "달 월(月)" 자를 유유히 가렸다.

시냇물 위에는 "연꽃 하(荷)" 자가 고고하게 서서 붓끝으로 연잎 같은 윤곽을 그려냈고,

물결 사이로는 "물고기 어(魚)" 자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획과 획 사이를 헤엄쳐 다니며 옅은 먹자국을 남겼다.

 

서로 다른 필체들이 산수 사이에서 얽히고설켜 만물의 뼈대와 혼이 되었고, 이 독특한 수묵 세계를 천천히 펼쳐 나갔다.

 

처음에는 우리도 함께 진짜 그림을 그려보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먹물 방울로 변했어도 백기의 그림 실력은 인간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한 획 한 획 종이 위를 걷는 것처럼 그리려니 평소보다 난이도가 더 높았다.

 

MC : 괜찮아요, 하하하. 선배가 제일 잘 그리는 졸라맨 그리면 되죠. 선배스럽고 좋잖아요~

 

백기 : 널 웃길 기회는 안 줄 거야.

 

그의 고집과 "탐구" 끝에, 우리는 결국 그림 대신 글자를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연못 위에는 "배 주(舟)" 자가 가로놓였고, 산맥들 사이에는 "마을 촌(村)" 자들이 늘어섰으며, 길게 늘어진 "연기 연(烟)" 자가 그 위를 떠다녔다.

작은 다리 위에는 "사람 인(人)" 자가 서 있어, 마치 옷자락이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듯했고,

"노래 가(歌)" 자는 늘어진 수양버들의 가지를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와, 거문고 현을 가볍게 스친 것 같은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화폭 위에 글자들이 하나하나 놓이며, 단순하지만 북적북적하고 생동감 있는 산수화를 만들어 냈다.

 

주변을 둘러보던 내 시선이 곧게 뻗은 소나무 한 그루에 머물렀고,

막 "새 조(鳥)" 자를 쓰려던 순간,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백기 : 작은 새 한 마리를 더 쓰려는 거지?

 

MC : 어떻게 알았어요?

 

그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먹자국이 보다 더 선명하게 번지는 모습에서 의기양양함이 느껴졌다.

 

백기 : 그냥 알 수 있어.

 

지금뿐만 아니라, 네가 다음에 쓸 글자도 맞힐 수 있어.

 

MC : 정말요? 그럼......

 

나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고, 백기가 아까 써 둔 "버들 류(柳)" 자를 보았다.

그 글자를 본 순간, 바람에 비스듬히 휘날리는 버드나무의 청유한 옛 풍경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부드럽게 늘어진 "버드나무"가 있으니, 이제 그와 마주할 "바람"만 있으면 된다.

 

MC : 그럼 제가 다음에 뭘 쓸지 맞혀봐요.

 

백기 : 내 "버들" 옆에 "바람"을 쓰려고 했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군더더기 없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확한 답에 나는 눈을 크게 떴고, 그는 더욱 만족스러운 듯 눈을 휘어 웃었다.

 

MC : 이건 또 어떻게 추리한 거예요?

선배 이제 독심술도 할 줄 알아요?!

 

백기 : 네 마음까지 읽을 필요 없어.

 

그는 살며시 다가와 내 옆에 나란히 섰다.

우리의 경계가 섞이며 전해지는 미묘한 습기가, 평소의 포옹보다도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백기 : 네가 작은 먹물 방울로 변한 후부터, 네 시선 방향이 평소보다 더 잘 보여.

 

MC : 그럼 아까 "새 조" 자를 쓸 때는요? 그땐 아무 데도 안 봤던 것 같은데.

 

백기 : 그때는 그냥 네 필적을 읽고 있었어.

첫 획을 긋고 난 뒤에 몸 전체가 오른쪽으로 기울더라고.

삐침 다음 가로획, 거기에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거라면......

일단 "새"라고 짐작하고, 네 반응을 살핀 거지.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고, 진지함이 서린 두 눈 너머에는 은근한 미소가 배어 있었다.

 

백기 : 내 마음속의 너는 충분히 단순해서, 맞히기 아주 쉽거든.

 

나는 내 옆에서 '필적 분석'을 하고 있는 이 작은 먹물 방울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MC : 이 "사랑의 공간"에서 백 경관님의 필적학이랑 미세 표정 지식이 너무 유용하게 쓰이는 거 아녜요?

그런 걸 따로 배운 적 있어요?

 

백기 : 배운 적 있어. 솔직히 처음에는 배우기 싫어서 대충 훑어보기만 했거든. 그래도 점수는 나쁘지 않게 나왔지만.

그냥 보기만 해도 지겨워서 밖에 나가 격투 훈련이나 하고 싶었어.

 

MC : 정말 선배다워요.

 

백기 : 나중엔 류 형이 내 머리를 붙잡고 책이랑 자료들을 산더미처럼 보게 했어.

내 머릿속에 억지로 집어넣은 거지. 그 과목에서 98점을 맞고도 형한테 혼났다니까.

 

MC : 선배가 그렇게 말을 잘 들었어요?

 

백기 : 그때는 내가 그 형을 이길 수가 없었거든.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머릿속에는 한 고집 센 소년이 입에 펜을 물고 분한 듯 투덜거리며 책을 넘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백기 : 그래도 배워두길 잘했어. 다른 지식들도 마찬가지고.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거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설명을 덧붙이듯 내가 썼던 글자들을 향해 한 줄기 곡선을 휘둘렀다.

 

백기 : 예를 들면 지금처럼 네 마음을 맞출 수 있고, 또 네가 얼마나 진지하게 쓰고 있는지,

네가 온통 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다 보여.

 

MC : 그런 것도 보여요?

 

그의 먹자국이 짧고 경쾌한 흔적을 남기며, 마치 자신의 곁으로 오라는 듯 신호를 보냈다.

 

백기 : 네 글씨체는 막힘없이 섬세하고, 계속 내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크기와 위치도 거의 대칭이고 평행해.

게다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획은 길게 늘여서, 글자들이 더 조화롭고 내 글자와 더 가까이 붙으려고 하잖아.

 

그의 말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익숙해진 나머지 의식하지 못했던 내 마음들을 밝게 드러내 놓았다.

내가 쓴 글자들을 다시 보니 뺨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아, 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MC : 그럼 저도 선배가 쓴 글자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찾아낼 거예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도 그를 따라 그의 필체를 하나하나 따라가 보았다.

 

백기의 필체는 강인하고 날카로웠다.

마치 백기라는 사람처럼 항상 깔끔한 붓끝을 드러냈지만, 한 획 한 획 미련 없이 진지하고 진솔하게 쓰여 있었다.

하지만 내 흔적과 가까운 글자를 쓸 때면 항상 조금씩 힘을 뺐는데, 그건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어떤 다정함 같았다.

 

내 글자가 항상 그의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다면, 그의 글자는 숨김없이 점점 더 나와 가까운 곳에 쓰여 있었다.

온 세상이 우리가 남긴 필체들로 가득 찼고, 방금 전 그의 말은 마치 자기 자신을 향한 말 같기도 했다.

 

나는 먹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자연스럽게 내 눈앞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록 작은 먹물 방울일 뿐이지만, 이 세계 속의 그는 유난히 더 밝게 빛났다.

 

백기의 가장자리는 조금씩 번져 있었는데, 종이 위에 스며들면서도 결코 길들여지려 하지 않았고,

살짝 휜 두 눈은, 마치 자신의 전부를 내게 보여주겠다고 아주 담담하면서도 확고하게 다짐하는 것 같았다.

 

백기 : 알아냈어?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부드럽게 닿았고, 붓을 뗄 때 살짝 위로 삐치는 붓끝처럼 그의 말끝은 씩씩하게 올라가있었다.

 

MC :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백기 : 조금뿐이야?

그럼 내가 좀 더 확실하게 써볼게.

 

그가 살짝 뒤로 물러났지만, 희미한 먹의 향기가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필체는 거침없었고, 빠르면서도 세밀했다.

그리고, 아까 내가 한 획만 썼는데도 그가 어떻게 내 마음을 맞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백기가 첫 획을 긋는 순간, 나 역시 그가 무엇을 쓰려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내 이름이었다.

 

나는 웃으며 그의 곁으로 달려가, 그와 비슷한 필체와 리듬으로 새로운 글자를 이어 썼다.

삐침, 세로, 가로 꺾기, 가로, 가로......

 

백기 : "백기"라고 쓰고 있네.

 

MC : 땡! 반만 맞췄어요~

 

나는 멈추지 않고 내 마음속의 두 글자를 우리가 함께 거닐었던 이 세계에 써 내려갔다.

 

MC : "백기"이기도 하지만, "좋아해"이기도 해요.

 

아직 ‘기(起)’ 자를 다 쓰기도 전에 뜨거운 시선이 나를 붙잡았다.

 

영원히 마음속에 남을 이름이자, 나의 모든 기쁨을 담은 이름.

그의 이름을 쓸 때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고 소리 내어 말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고백이 되었다.

 

다음 삐침 획이 내려오기도 전, "기(起)" 자를 다 쓰기도 전에 뜨거운 시선이 나를 꽉 붙잡았다.

 

MC : 그렇게 계속 쳐다보지 마세요.

 

백기 : 네가 내 이름을 쓰는 게 좋아. 마치 내가 네 것인 것 같아서.

 

그의 시선 속 왼쪽과 오른쪽에, 마침내 두 이름이 나란히 자리 잡았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웠던 거리는 한 바퀴를 돌아 여전히 같은 모양이었지만, 훨씬 더 비밀스럽고 친밀해진 것 같았다.

 

백기 : MC, 내 이름 다시 불러 줘.

 

MC : 백기.

 

웃으며 내게 가장 친밀한 그 이름을 부르자, 그는 나를 힘껏 품에 안았고, 곧 깊은 입맞춤으로 이어졌다.

 

가슴이 쿵쿵거리며 빠르게 뛰었다.

점점 빨라지는 이 심장 소리가 내 것인지, 그의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백기 : 나도 좋아해.

 

myoskin